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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예약하기

by 발광머리 앤

작년 크로아티아 여행 때 에어비엔비를 처음 사용했어요. 슬로베니아 사는 어떤 아줌마가 그걸로 예약하라고 귀뜸을 해주더라고요. 뭣도 모르고 예약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갔더니 마구간으로 데려가더라 별별 소리를 다 하기에 걱정도 많았어요.


아시다시피 집을 빌리는 건데 우리는 일행이 7명이었고(작년에) 올해는 4명이었기에 그 사이즈에 맞는 집을 골랐어요. 작년엔 두 개는 실패 나머지는 성공이었는데 갔다 와서 생각해 보니 에어비앤비 예약의 팁은 "후기는 소용없다 별을 봐라"입니다.


에어비앤비는 후기를 쌍방이 써요. 양쪽이 후기를 다 쓸 때까지 공개되지 않아요. 더구나 서양사람들이 대부분 좋은 말만 하잖아요. 나쁜 말은 돌려서 아주 작게.


그런데 별은 확실해요. 별 다섯 개가 나와야 예약하는 게 좋아요. 좀 양보해서 한 영역에서 네 개 반 나머지는 다 다섯 개면 확실한 성공 보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데는 금방 예약이 다 차 버려요. 그러니 가급적 일찍 하는 게 좋아요. 또 슈퍼 호스트라는 제도가 있어서 옆에 무슨 훈장인지 딱지 같은 게 붙는데 이것도 믿을만해요 영역별 별 다섯 개에 슈퍼 호스트다 그러면 무조건이에요.


근데 새로 나온 집이 있어요, 이런 집일 경우 후기도 없고 별도 없어요. 잘 살펴보면 노다지를 캘 수도 있어요. 싸고 좋은 집 쉽게 예약 가능한 집이거든요. 이런 건 경험에 의한 직관으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 쉽지 않은데 부킹닷컴이나 아고다 같은 곳에서 같은 지역을 써치 해 보면 그 집이 나와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 후기를 참조하면 돼요.


부다페스트 여행 때 이런 집을 발견했어요. 부다페스트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못 미친 곳에서 자고 담날 부다에 갔다가 다시 와서 자고 가는 여행이었는데 고르다 보니 후기도 없는 거예요. 왜 후기가 없냐니까 답변이 오는데 믿을만한 것 같더라고요.


벨라톤이라는 헝가리에서 제일 큰 호수 근처의 과수원집이었는데 부엌이 정말 예뻤어요. 주인 할머니도 어찌나 멋쟁이인지 할아버지는 얼마자 잘생겼는지, 도착하자마자 웰컴 주로 헝가리 고유 술을 주고 잼이랑 티도 맘껏 쓸 수 있어요. 커피도 그 뭐더라 수증기를 이용해서 내려먹는 티팟에 마실 수 있고요.


새벽에 잠이 안 와 깼을 때 거실에서 보이는 성당이 있는 마을과 멀리 보이는 벨라톤 호수는 정말 아름답고 고즈넉하고 거기에 종소리. 처음엔 아주머니들이 종소리만 들리면 환호성을 질렀는데 좀 지나니 심드렁.


곳곳에 양초며 예쁜 소품들 할아버지가 선원이었다는데 집이 배 모양으로 생겨서 베란다가 선미처럼 되어 있어요.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마린이고요. 계단 참에도 배에서 쓰는 줄이 드리워 있어요. 먹어보라고 과수원에서 나는 복숭아를 6개 주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나중엔 사러 갔다는. 돌아올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진도 찍고 허그도 하고.


SAM_1198.JPG 과수원 한 가운데 있었던 첫번째 에어비앤비 숙소

이번 여행에도 꼬모호수에서, 중부 농가에서, 이태리 남부 해변가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정했어요. 대부분 만족스러웠어요. 에어비앤비의 묘미는 현지인들의 삶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같아요. 이태리 중부 농가에서는 주인아줌마가 요가를 하고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같이간 동행이 같은 불교신자라 통하는 게 많았어요. 서로 신기해 하고요.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이 불교와 명상, 차에 관심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요.


20160331_165633.jpg 이태리 중부 농가의 부엌


에어비앤비에서 머물 때, 전 선물도 하나씩 준비해서 주었어요. 고전 문양의 동전지갑 같은 걸 가져가서 주고 왔어요. 손님으로 가니까 선물을 준비하는 거지요.

돌아와서 저도 우리 집을 에어비앤비에 내놔봤어요. 여권도 등록해야 하고 절차가 쉽지 않아서 신뢰가 가더라고요. 몇몇이 우리 집에서 묵겠다고 했는데 차마 못 내놓겠더라고요. 내 그릇들 가져가면 어쩌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에요. 방은 집나간 아들방이 있어도 마음의 방이 준비가 안되더라고요.


그러니 자기 집 예쁘게 꾸며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돈을 떠나서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위의 헝가리 집도 7명이 2박하는데 13만원(한국돈으로)정도였어요. 이태리는 유로존이라 좀더 비쌌지만 그래도 4명이 묵는 숙소로는 좋으면서도 저렴했고요.


요즘 에어비앤비 잡음이 좀 있지만 저는 좋은 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준비하고 조심한다면요. 진짜 여행을 할 수 있는 첫걸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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