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데 제일 중요한 게 돈이잖아요. 우리는 만난 첫날부터 공금을 모아서 썼어요. 첫날은 서로 커피값을 내겠다고 했으나 앞으로 두세 번 만난다고 가정하고 3만 원 정도는 미리 걷어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선 하루에 교통비 숙박비 식비를 모두 포함해서 어느 정도 쓸지를 정해요. 10만 원 정도면 동유럽을 포함할 경우 다소 넉넉하다고 볼 수 있고, 5만 원이라고 보면 사실 아주 빡빡하죠. 우리는 한 8-10만 원을 하루에 쓰는 비용으로 보았어요. 거기다 날짜를 곱하면 여행 총경비가 대략 나오죠.
처음엔 각자 카드로 숙소랑 교통비를 예약하고 결제하였지만 나중에 생각하니 다소 위험한 일이었더라고요. 왜냐하면 한 사람이 안 가버리겠다고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러니 대략 일정이 나오면 예약을 하기에 앞서 여행 총경비의 3분의 일은 갹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빠져도 못 돌려받는 돈이지요.
사실 숙소랑 교통비를 결재하면 가서 쓸 식비랑 체험활동비 밖에 남지 않아요. 숙소의 경우 미리 결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약만 하고 가서 돈을 주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떠나기에 앞서 미리 결재한 건 서로 다 정산을 하고 나머지 금액 중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는 현금으로 가져가는 게 좋은데, 이것도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가요. 한 사람이 현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건 위험하니까요.
여행하면서 순서대로(순서를 어떻게 정하는지는 다음에 이야기할게요) 돈을 써요. 서로 먼저 쓰고 손 털고 싶어 하지요.
나머지 돈은 한 사람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거기에 딸린 국제 체크카드를 만들었죠. 이렇게 하면 따로 장부를 쓸 필요도 없이 체크카드 명세서가 결산서가 돼요. 처음엔 매일매일 쓴 돈을 체크했어요. 카드 가진 총무랑 돈 가진 사람이랑 같이 오늘 쓴 돈을 보고하면 대략 하루에 어느 정도 쓰는지, 내일은 어느 정도 금액을 지출하며 식사를 하고 장을 봐야 할지 감이 잡혀요. 다행히 중간에 물가 싼 동네에 가면 로또 맞은 거 같고요. 이렇게 하면 따로 결산을 하기 위해 계산하지 않아도 돼요.
로마에서 한 사람이 티볼리를 가고 싶어 했어요. 전 숙소에 혼자 남고 싶었고요. 이처럼 하나라도 빠지면 식비는 각자 내서 써요. 공금을 모두가 같이 있을 때, 모두가 합의할 때만 지출이 돼요. 이틀 째 되는 날 한 분이 말했어요. 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마시지 않는다. 나랑 다른 분은 아침마다 공금으로 커피를 마셨거든요. 다른 두 명도 커피를 좋아하는 줄 알고. 다 내 식성 같지 않다는 걸 알았죠.
그다음부터는 각자 커피 사 마셨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서로 다른 식당에 가고 싶으면 혼자 혹은 둘이 가서 먹을 수도 있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싫거나 거북한 건 바로바로 말할 수 있는 것이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특권이에요. 한국에서 미리 만들어진 관계 안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그러면서 규칙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 규칙은 여행팀마다 다 다를 거예요.
9명의 모르는 아줌마들이 떠났던 크로아티아 여행 중 두브로브니크 새벽시장 사진. 신나서 사는 사람과 뒤에 서서 조금만 사라고 하는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