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이런 상태였어요.
키우는 화분마다 말려 죽이고 썩혀 죽이던 마이너스의 손이 마당을 하나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축 후 시멘트 가루와 모래로 채워진 마당이에요. 이때 퇴비를 넣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 아무거나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죠.
왼쪽 윗부분부터 배롱나무 동백 라일락 자귀나무 목련 매화나무입니다.
동백이 이상한 걸 꽃마당에 물어보고 적심(전문용어 써 봅니다)하고 자귀나무도 가지 쳤어요.
집 짓고 남은 타일 재활용했습니다
작년 가을에 코스코에서 사다 심은 튤립이 올라오고 있어요. 튤립 옆에는 천리향인데
이건 장마에 뿌리가 썩어 죽어나갔습니다.
튤립 꽃잎이 햇빛에 비칠 때면 마치 비단 같았어요.
수레국화가 올라왔는데 장마에 넘어져서 마지막은 안 좋았어요.
에키네시아가 참 예쁜데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꽃송이를 세어 기억하는 것처럼
저도 아침마다 나가서 에키네시아 꽃 개수 확인했죠. 밤새 누가 훔쳐갔나 하면서 ㅋㅋ 훔쳐간 놈 찾아서 우리
남편 데려가라고 하려고요. ㅋㅋ
조 뒤에 보이는 문 그로우는 아들에게 생일 선물 받은 겁니다. 한그루에 십만 원 하는 걸로 사주겠다고 호기롭게 나가서는 세 그루 합쳐서 거기다 덤으로 비료까지 해서 십만 원이었네요. 자식 주머니 털기는 내 돈보다 더 아까워요.
여름입니다. 남들 심는다는 수국도 심어보고 꽃마당에서 알려준 키다리 노란 꽃(이름을 또 잊어버렸네요)의 이름도 알아내고 상추도 길러먹고 루꼴라, 치커리, 고추 종류별로 조금씩 심었는데 땅이 너무 척박하여 호박조차 열매 맺지 못했어요. 수박도 심었는데 수박 뿌리에서 수박 냄새가 나더이다.
서양톱풀 두 분 사다가 심었는데 어마어마하게 자라고 포기 나눔 할 정도로 번식했어요. 나머지는 거의 씨앗 뿌리기. 무식한 자는 이게 잡초인지 씨앗이 싹터서 올라오는 건지 몰라서 잡초도 못 뽑았어요. 이웃집 아저씨가 지나다가 잡초라고 하면 얼렁 가서 뽑고.
오늘 꽃마당 모습입니다.
꽃도 안 피면서 자리만 차지하던 걸 정체를 알아냈어요. 샤스타데이지. 뽑아서 세 군데로 나눠 심는데 땅 파고 심는 게 보통일이 아니네요. 저 뒤에 아이리스 같은 것도 씨 뿌린 건데 정확한 정체는 모르겠네요. 포기가 좀 많은 편인데 지금 파서 한 세 군데로 나눠 심어도 될는지 고민 중입니다.
알게 된 사실
1. 꽃들은 모여있어야 예쁘다. 저는 자연주의 정원 한다고 섞어서 꽃씨를 뿌렸는데 이건 안 예쁘더라고요. 특히 작은 정원에서는요.
2. 죽어야 죽은 거다. 꽃들은 뿌리만 조금 있어도 살더라고요. 목련도 잎이 다 시들어서 죽는 줄 알았더니 어느 순간 새잎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작년에 화원에서 덤으로 준 화분도 죽었는 줄 알았는데 살아나서 제일 이쁜 색깔의 관목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