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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un 10. 2022

내향형 인간의 장미에 대한 태도


재작년 가을에 하얀 덩쿨장미 알래스카를 심고


작년 봄에 꽃을 본둥만둥했는데, 인상적인 것은 하얀 꽃 가장자리에 빨간


점이 콩콩 박혀 있다는 점이엇지요.



꽃은 별로 안 보여주고 몸집만 어마어마하게 불리더니


올 봄에 이런 상태였습니다.





꽃이 한창 피었을 때는 저것보다 훨씬 많았는데


꽃이 하얗기만 하고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빨간 점이 없는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죠.


누렇게 변한 꽃을 자르려니 손도 안 닿고


닿는대로 꽃을 자르다보니


어라!


뒤늦게 피는 꽃에는 빨간 점 뿐만 아니라 빨간 테두리까지 생기고


멀리서 보면 분홍장미처럼도 보이는거에요.



그리고 우다다다 피었을 때보다


좀 잘라내고 듬성듬성 피는 걸 보니


예쁜 거에요.


심지어 저 높이 달려서 누래진 장미도 예쁘게 보일 지경



왜 그럴까 생각해보다


mbti 성격검사를 하면


내향형 100점만점에 외향형 점수 0인 제가


장미도 그렇게 대하는구나 하는 결론을얻었네요



장미가 많이 피면 나는 참 부담스러워요.


조금씩 피니까 한장미 한장미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요.


많이 필 때보다 하나씩 뒤늦게 피는걸


한참 들여다 볼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로코코도 꽃을 다 잘라내고 딱 한 송이가


뒤늦게 피었는데 아침마다 들여다봅니다.


여러 송이 피어있으면 꽃들도 시끄럽게 느껴져서


가까이 안 가게 되고요.



사람도 한사람한사람에는 집중하지만


여러명이 와글와글 모여있으면


정신사납고 머리아픈 내향형 인간이


장미도 그렇게 대할 줄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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