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가을에 하얀 덩쿨장미 알래스카를 심고
작년 봄에 꽃을 본둥만둥했는데, 인상적인 것은 하얀 꽃 가장자리에 빨간
점이 콩콩 박혀 있다는 점이엇지요.
꽃은 별로 안 보여주고 몸집만 어마어마하게 불리더니
올 봄에 이런 상태였습니다.
꽃이 한창 피었을 때는 저것보다 훨씬 많았는데
꽃이 하얗기만 하고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빨간 점이 없는거에요.
그래서 그런지 별 감흥이 없었죠.
누렇게 변한 꽃을 자르려니 손도 안 닿고
닿는대로 꽃을 자르다보니
어라!
뒤늦게 피는 꽃에는 빨간 점 뿐만 아니라 빨간 테두리까지 생기고
멀리서 보면 분홍장미처럼도 보이는거에요.
그리고 우다다다 피었을 때보다
좀 잘라내고 듬성듬성 피는 걸 보니
예쁜 거에요.
심지어 저 높이 달려서 누래진 장미도 예쁘게 보일 지경
왜 그럴까 생각해보다
mbti 성격검사를 하면
내향형 100점만점에 외향형 점수 0인 제가
장미도 그렇게 대하는구나 하는 결론을얻었네요
장미가 많이 피면 나는 참 부담스러워요.
조금씩 피니까 한장미 한장미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고요.
많이 필 때보다 하나씩 뒤늦게 피는걸
한참 들여다 볼 때 정말 행복하거든요
로코코도 꽃을 다 잘라내고 딱 한 송이가
뒤늦게 피었는데 아침마다 들여다봅니다.
여러 송이 피어있으면 꽃들도 시끄럽게 느껴져서
가까이 안 가게 되고요.
사람도 한사람한사람에는 집중하지만
여러명이 와글와글 모여있으면
정신사납고 머리아픈 내향형 인간이
장미도 그렇게 대할 줄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