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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un 13. 2022

고양이, 이솝

한 삼주전 

마당냥이 이솝이가 갑자기 기운을 못 차렸다. 

평소에 내가 마당에 나오면 다가와서

자기를 쓰다듬으라고 엎드리곤 했었다.


그날은 내가 나와도 그늘에 웅크리고

나오질 않았다. 뭔가 좀 이상해서 

물마시겠냐고 묻고

물을 줬더니 물이 있는 곳까지 간신히

기어와서는 물그릇에 얼굴을 묻고 있다. 


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가족 가톡에 올렸더니 딸이 서울에서 왔다.

하루 동물병원에 입원을 하고 이틀을 딸이랑

같이 지내고 다시 하루를 더 입원하고 나서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딸이 초등 6학년때 유기된 고양이를

게시하는 홈피에서 며칠을 들러붙어 있었다. 

유기된 고양이는 게시되고 2주후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망하는 듯 했다.


딸아이가 아빠를 졸라 북구에 있는 이솝 동물병원에서

유기된 고양이를 데려왔고, 이름을 이솝이라 지었다.

그리고는 안씨성 가진 자들 사이에 혼자 김씨인 엄마를

위해 성도 김으로 붙여주었으나, 나는 거부했다.


조그만 고양이가 그때부터 우리집에 살았으니 만 11년을 산 셈이다.

어려서부터 짐승을 무서워했던 나는

고양이가 있으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중문을 닫고 앉아 있었다. 


나중에 고양이와 한 공간에 있을 수 있게 되었지만

털날리고, 여기저기 긁어놓고

내가 리폼한 소파를 긁어놓고

새 소파에 오줌싸 놓고

하는 것 때문에 귀찮고 싫었다.


더우기 딸이 애지중지하는게 못 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고양이가 없어지고 나니 허전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커뮤니티에 누군가 우리집 마당냥이 안부를 묻자

또 눈물이 났다.

짦은 고양이의 생을 누가 기억할까?

남편이 고양이를 북천가에 묻어주었다는데

거기 혼자 있을 고양이를 생각하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이런 마음이 고양이가 살았을 때 

마음이랑 너무 달라

잠깐,

고양이가 나의 심리적 트리거를 건드린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아프기 시작하자 무서워서 가까이 갈 수도 없고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허무하고, 

죽는 걸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마음이

나한테 처음이 아닐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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