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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y 23. 2023

아란제도의 성모상

아란제도에 갔다.

두번째다. 


처음 갔을 때처럼

평화롭고 햇살이 따뜻했다.


처음갔을 때 

들어갔던 곳에서

아란제도나 아일랜드에서 

숱하게 보이는 양털로 짠 

니트를 봤다.


가문마다 니트의 무늬가 다른데

그 이유가 바다에 나가서 죽은

남자들을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바다물에 불고

고기에게 물어뜯겨서 얼굴이나 신체를

판별할 수 없을 때,

입고 있는 니트의 무늬를 보고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주 슬퍼졌다.


니트를 짜는 여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기근의 역사

식민의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에서도 척박한 역사를 가진

아란제도의 역사를

잊기 어려웠고


그래서 또 갔다.


지난번 왔을 때 

걸었던 길을 또 걷고

갔던 곳을 또 갔다.


역시 평화롭고 

햇살이 좋았고

내 마음도 그랬다.


다시 골웨이로가는 

배를 타러 돌아오는 길에

성모상을 보았다.


얼마나 많은 

아버지,

남편,

아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여인들의 소망을

들었을까


가까이 다가가보니

누군가 

물도 떠 놓았고

꽃도 꽂아놓았고

묵주도 걸어놓았다.


그동안 여행길에 

그 유명한 미술관에서

위대한 화가들의 

성모상을 여럿 보았지만


섬 여인들의 탄원을

들었을 

이 성모상에게서 받는

느낌이 더 강렬했다.


나도 그 앞에서 

기도했다. 


나도 

위대한 사상을 담는 글보다 


이런 필부들의 소원을 

그려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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