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정 어머니가 와 계시는데 심심해 하시길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드렸다.
삼개주막기담회
엄마가 좋아하는 내용일 것 같았지만 그렇게나 몰두해서 읽으실지는 몰랐다. 거의 하루종일 돋보기를 들고 책을 읽다가 어질어질하다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시곤 했다.
4권까지 다 읽고 나더니 나보고 열하일기를 빌려다 달라고 열화같이 졸랐다. 어릴 때 내가 조를 때 엄마가 했던 말을 반복하고 싶었지만, 이제 나도 성장하지 않았는가? 도서관에 가서 열하일기를 빌려다 드렸다. 어떤 번역본이 재미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하룻밤이 지나자 엄마가 나한테 와서 말씀하셨다.
"선노미가 안 나오네."
선노미는 삼개주막 기담회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이다. 주막에서 일하는 총각인데 주막 손님 중 하나인 박지원과 청나라도 갔다 오는 인물.
"당연하지, 선노미는 가상의 인물이잖아."
"그렇긴 하지."
하더니 엄마는 당신 방으로 가버렸다.
며칠 후 엄마랑 식당엘 갔는데, 거기서 일하는 어떤 남자(아마 요리하는 여사장님 남편인 듯한)이 있었다. 나는 그냥 여하히 밥을 먹고 나왔는데 엄마가 옆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 그 식당에서 일하던 남자분, 선노미같지 않냐?"
Aㅏ
나는 깨달았다.
내가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남자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듯(지금은 낭만닥터의 안효섭이다) 엄마가 선노미와 사랑에 빠졌구나!
엄마가 선노미를 찾으시는 이유를.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소설 속 매력적인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기신 것이다! 선노미는 소설속 인물이라 드라마 속 인물과 달리 얼굴도 모르는데(거기선 선노미가 얼굴이 하얗고 잘생긴 남자라고 나온다)
90세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단지 그 모습이 변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다시 사랑과 추억을 만난 우리 엄마, 방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