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칭찬하는 것은

by 발광머리 앤

얼마 전 이번에 2학년 올라가는 둘째 아이가 '엄마! 1학년 내내 상을 하나도 못 받았는데 이러다 6년 동안 하나도 못 받으면 어쩌지'하면서 엉엉 울었다. 1월생이라 일곱 살에 학교에 들어가 언제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그런데도 1년 동안 학교에 별 말썽 없이 잘 다닌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이다. 괜찮다고 해도 너무 서럽게 엉엉 울었다. 좀 심란해져서 아이 책가방을 살펴보니, 수학 익힘 책에 틀린 문제도 눈에 띄고, 받아쓰기 공책에 100점도 드문드문 있었다. 갑자기 엄마 노릇 잘 못한 것 같고, 속이 상했다.


‘엄마인 내가 보기엔 똘똘하고 이쁜 딸인데 선생님 눈에는 그렇지 않은가?’, ‘우리 애가 일기를 얼마나 잘 쓰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학년인데 어쩜 상을 하나도 안 줄 수가 있어’하는 생각이 겹쳐서 떠올랐다.


그래서 속이 상해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렸더니 상을 주는 내용과 그 빈도는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다 다르단다. 어떤 학교는 ‘게임 상’, ‘바른 자세 상’, 심지어 ‘고구마 줄기를 길러오면 고구마 줄기 상’ 등 별별 상이 다 있는 반면에, 어떤 학교는 정해진 몇 개의 상 외에는 상이 없다고 한다. 답 글 중에는 엄마가 직접 상을 만들어 주라는 글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상을 파는 곳을 가르쳐 주며, 엄마가 직접 상을 주라고 했다.


그래서 그날로 당장 상장을 사러 유아용품 도매점에 갔다. 거기에는 별의별 상이 다 있었다. 그중에서 우리 아이에게 알맞은 상을 골랐다. 먼저 관찰 상(작은 것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여 차근차근 살펴보는 **에게 이 상을 줍니다. 뛰어난 집중력과 꼼꼼한 관찰력으로 작지만 아름답게 빛나는 가치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기 바랍니다), 이야기 상(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항상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에게 이 상을 줍니다. 재치 있고 생기발랄한 이야기 솜씨, 상냥하게 웃는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희망찬 가슴을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그리기 상(자신의 느낌과 생각, 보고 들은 것을 진지한 자세로 그려내는 **에게 이 상을 줍니다. 하얀 종이 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나가듯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서로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그려주기 바랍니다), 친절 상(언제나 상냥한 눈빛으로 친구들을 대하는 **에게 이 상을 줍니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해 주는 환한 웃음과 친절한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이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기 바랍니다), 만들기 상(작은 손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에게 이 상을 줍니다. 작지만 많은 재주가 담겨있는 두 손으로 모든 사람들이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 주기 바랍니다)을 골랐다. 그리고 만들기 공작세트(만들기 상 상품), 팝업북(관찰 상 상품), 이야기책 한 권(이야기 상 상품)을 주었다. 그동안 상이 얼마나 받고 싶었는지 진지하고 절도 있게 절을 하며 받았다. 그리고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 짱이야!”하면서 온 집안을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그러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안 되었고 좀 슬펐다.


그날 밤 자기 전에 꼭 끌어안고 ‘선생님은 **이를 잘 몰라서(학교엔 잠깐 가 있으니까) **이가 얼마나 좋은 애인지 몰라서 상을 못주시는 거고 엄마가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잘 아니까 네가 관찰력이 좋아서 관찰 상(엄마 나 진짜 관찰력 좋지), 일기를 너무 잘 써서 이야기상, 만들기 좋아하고 잘 만드니까 만들기 상, 그림 진짜 잘 그리니까 그리기 상, 눈빛으로 말을 잘하니까 친절 상을 준거야 2학년 때는 책 읽기상 줄 테니 책 많이 읽자’하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가 일 년에 두 번 나오는 학교 신문을 아이가 들고 왔다. 교장선생님이 쓰신 칼럼에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자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그 칼럼을 읽으면서 ‘칼럼만 이렇게 쓰시지 말고 학교에 모든 아이들이 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시지...’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우리 시 보육정보센터 소장을 만날 일이 있었다. 보육정보센터 소장에게 ‘보육정보센터에서 애들 상주는 사업을 하면 어떻겠냐? 정보센터가 대공원에 있으니 대공원에 토요일 날 가족들이 놀러 올 때 센터에 들러서 엄마가 아이 상을 정하고, 소장님이 상을 주면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고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하고 이야기했더니 너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며 꼭 해보겠다고 하였다.


몇 주 후에 우리 시 각 어린이집 아동을 대상으로 보육정보센터에서 하는 ‘아이들 상 주기 사업’이 시행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서 엄마들은 자기 아이의 좋은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그에 대해 칭찬하는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나도 우리 아이를 데리고 센터에 상을 받으러 갔다. 멀리 동구에서 두 남매를 데리고 온 엄마도 있었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도 있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아이는 ‘반찬 골고루 상’을 받았고, 그 누나는 ‘동생 잘 돌보기 상’을 받았다. 우리 아이는 ‘일기 상’을 받았다. 엄마가 상을 준 것도 좋았지만 뭔가 기관(?)에 가서 상을 받으니 더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일 년 후, 이 사업의 시행 결과에 대해서 들으니 유아나 초등 저학년 부모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와서 자신들의 부모님께 상을 수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고 하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아이를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응하기보다는 좋은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칭찬이다. 부모는 아무리 작은 변화라 하더라도 행동이 향상되는 것에 주목하고 강화하여 그것을 칭찬해야 한다. 아이가 잘 하고 있는 행동을 예민하게 알아차리고 그에 대해 즉각적으로 칭찬하는 것은 잘못을 인지하고 판단해서 비판하는 태도보다 훨씬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자신감을 준다. 칭찬을 함으로써 부모도 자신이 좋은 부모라는 인식을 갖게 되며, 부모 노릇을 더 잘할 수 있다.


반대로 아이의 그릇된 행동에 주목해서 처벌을 할 때는 부모도 화가 나기 쉽다. 그래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전략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충동적으로 대응한다. 이럴 경우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처벌하는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처벌하는지 직감적으로 안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 따라 처벌한다고 판단될 경우 아이는 부모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기 쉽다. 따라서 그릇된 행동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부모가 알아야 할 유용한 양육 기술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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