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 한 번 4월에 열리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참여하기 위해 이태리 여행을 갔다.
출장을 빙자한 여행이다
원래는 볼로냐 도서전을 보내주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가는 게 목적이었으나
몇 년을 시도해도
계속 떨어지는 바람에 그냥 자비로 가게 되었다.
4월 초에는 볼로냐가 도서전으로 인해 숙소 예약이 힘들 것 같아 몇 달 전에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다. 스사사에서 검색해서 좋다는 숙소를 알아보았으나 그 숙소는 없어졌다!
볼로냐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대학이 있는 대학도시라 그리 크지 않다고 하고
차를 빌린 관계로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숙소를 빌렸다.
에어비앤비에 주인장은 이름하야 메디치!
거기다 멋진 중년 신사!
마구 기대를 하고 갔으나 주인장 아버지가 위층에 산다. 그리고 여행 내내 이 할아버지 얼굴밖에 못 봤다.
할아버지는 아주 꼼꼼하고,
내가 당신이 그 유명한 메디치요?
하고 물었더니 자긴 볼로냐의 메디치란다.
그러면서 나보고 이탈리아어를 아냐고 묻길래 모른다고 했는데도
굳이 다이닝룸으로 끌고 가 자기네 패밀리 문장과 히스토리가 그려진 액자를
보여준다. 나름 뭔가 있는 가문인가 보다. 여하튼 집안에 가구들은 작은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게
어마어마하게 큰 고가구였다.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월요일은 피렌체 근방 아웃렛에서 하루를 다 보내고
화요일 도서전에 갔다.
도서전은 어마어마하게 크고 분주하고 복잡했다. 내가 상상한 그런 도서전이 아니라
거대한 비즈니스 판이었다.
그러니 이 여행기를 쓰는 목적은 도서전에 환상을 품고 있는 분은 일찌감치
꿈깨시라는 거다.
아동문학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4분의 일은 번역 또 사분의 일은 게임(앱)
사분의 일은 아동책 또 사분의 일은 뭔지 생각이 안 난다.
우리나라 출판사는 그림책 영역과 게임 영역에 주로 있었고 특히 게임이나 비디오 섹션에서는 제일 앞자리에
제일 크게 있었다.
처음엔 게임과 앱 섹션에 가서 들었으나 게임과 앱에서 가족과 아동을 어떻게 캐릭터로
키워나갈 것인가 하는 내용이라 좀 듣다 나왔다.
도서전 입구에는 세계 각국의 신진 작가들이 자기의 그림과 도서를 알리려고
벽에다 빼곡히 붙여놨다.
이 그림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보실 분!
이번에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선정된 그림이다.
그러고 보니 뭔가 있어 보인다.
너무 상업적이고 비즈니스 판이라 실망할 즈음 들은
청소년 책에서 난민이나 이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대담.
여기서 주요 발표자는 터키 출산의 작가.
엄청 유명한 그림작가라고 한다. 10살 즈음에 난민으로 독일에 정착했을 때의 자기
이야기를 했다. 난민으로 학교에 갔을 때 자기가 원한 건 무슨 도움이 필요하니? 가 아니라
같이 놀래?라는 거였고 자기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이쁜 여학생들이 줄을 섰다는
자랑. 여하튼 작년 난민 문제로 유럽이 한창 술렁였던 걸 감안할 때
이 주제는 아주 시의적절했던 듯
난민 출신 작가로서 자기 책에서 난민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는지
그리고 앞으로 난민 아동을 아동문학에서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눔. 좋은 대담이었음
요 대머리 아저씨는 토론자고
요 아저씨가 터키 난민 출신 작가
아버지가 의사인지 뭔지 전문직이었음에도 독일에선 그 직업을 유지할 수 없었고
이 작가도 원래 택시운전사 출신이라고..
볼로냐 중심가
볼로냐에서 절대 지나치지 못할 수 없는 성당 근처
베니스에서 넘어져서 파스랑 붕대를 감고 다니다가 바르는 파스가 떨어져서
볼로냐 약국에 들어갔는데 약국이 한 몇백 년 된 것 같은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서 찍어봤음
볼로냐의 한 성당 이름 절대 모름 산타 들어갈 것이고..
볼로냐 대학에 가 봤다. 아시아학과가 있어서 마치 학생 인양 하기엔 나이가 너무 들어 보였으나
학생 인척 하고 학과 앞 복도에 한참 앉아 있음
볼로냐는 회랑의 도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거리가 다 회랑으로
되어 있어 비 맞을 염려도 없고, 여름에 시원하다.
여기도 무슨 유명한 곳이라고 하기에 와봤다.
여기선 탑이 하나밖에 안 보이지만 탑이 원래 두 개다
이 탑들을 지나야 대학으로 갈 수가 있다.
두 귀족이 세력을 과시하느라 저래 탑을 쌓았다는..
약간 각도가 안 맞는 두 개의 탑
여기서 봐도 안 맞고
숙소 근처에 술집이 있었다.
볼로냐는 다른 도시에 비해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첫날밤 아홉 시쯤 이 술집에 갔는데 술만 주문하면
간단한 안주를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다.
멋진 선남선녀들이 꽉 차있다.
그중에서도 머리를 뒤로 묶은 모델 같은 젊은 총각이 압도적이었다
떠나기 전날 그 총각이 또 왔나 싶어 가봤으니
업! 업! 다!
나흘째 되는 날 메디치 할아버지가 차 빼는 것 까지 다 지켜봐 주었다.
할아버지가 참 친절했다.
그래서 기분 좋으라고 미스터 메디치, 써 이래 가며
민간외교사절 노릇을 하고 떠났다.
요악: 국제아동도서전은 거대한 비즈니스 판이다. 만약 내가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만들고, 내 이야기를 사갈 외국 에이전시를 찾는다면 가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혼자 와서 자기 그림을 그려놓고 명함도 붙여놓고 한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문학성은 없다. 작가들의 교류가 아니라는 말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