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 여행을 마치고 이태리 남부 마이오리로 향했다.
마이오리에서 7일을 머무를 예정이었다.
여행 전에 숙소를 예약하다가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각각 2일씩 머무를까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만사가 귀찮아져서 남부 한 군데에서
7일을 예약해 버렸다.
숙소를 예약할 때
차가 있으면 유명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예약을 하면
싸기도 하거니와 쾌적하다.
그래서 렌터카 여행의 장점을 살려 이태리 남부 지도를 검색해서 남부 지역 중에서
길이 잘 뚫려 있으며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을 찾으니
마이오리(Miori)가 떠올랐다.
더구나 나폴리 공항에서 차를 반납하고 귀국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나폴리 공항으로 가기 적합한 곳이었다.
여하튼 아침 일찍 볼로냐에서 출발했다.
메디치 할아버지의 인사를 받으며 나흘 만에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어차피 하루 종일 운전할 건데
중부를 충분히 못 보고 남부로 가는 것 같아
중부 지방 중 시에나를 들르기로 했다.
이 결정을 할 때만 해도
이태리를 거의 20여 일 넘게 여행 중이었던 관계로
더 이상 볼 광장도, 탑도, 성당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시에나에 도착해서 캄포 광장에 도착했다.
로마 피렌체, 베니스 베로나 밀라노 등등을 거쳐
볼만한 곳은 다 본 게 아닌가 싶었는데
캄포 광장은 달랐다.
마치 조개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광장 바닥은 입체감이 있었고
종탑은 높았다.
광장에 십여분 넘게 누워서 사진을 찍고 카톡을 하고 놀다가 무려 7유로짜리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광장을 산책했다
이태리에 다시 간다면 시에나는 꼭 다시 가고 싶다.
시에나에서 1시 좀 넘어 출발을 했다.
일행 두 사람 중 두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주차장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늦었다. 이 두 모녀로 인해 일정이
30분 넘게 지체되었고 뙤약볕에서 기다리고 주차비를 추가로
지불했는데
이 두 모녀는 별다른 사과가 없다
여행기를 쓰려니 다시 이 상황이 생각나고 화가 난다.
여하튼 시에나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로마를 거쳐 폼페이를 옆으로 지나쳐 살레르노까지 갔다
살레르노는 이태리 남부 해안 중 오른쪽 끝부분이다.
보통 이태리 남부 해안이라고 하면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살레르노까지를 말한다.
살레르노까지 고속도로가 나 있고
살레르노에서 아말피 포지타노 소렌토까지는
좁고 꼬불꼬불하고 해안절벽을 끼고 달리는 운전하기 어려운 길이 나 있다.
살레르노까지 고속도로로 오는데 북부와 다르게
살림살이가 어려워 보이는 집들이 많았다.
다행히 해가 점점 길어져서 남부 해안 도로로 접어들었을 때
그리 어둡진 않았다. 한 14킬로 정도 달리는데
꼬불꼬불한 데다 초행길이어서 운전이 느렸다.
뒤차들이 빵빵거렸다.
7시 반 넘어 마이오리 숙소에 도착했더니 리셉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나와서 주차할 자리를 마련해주고
갈 곳을 알려주었다.
리셉션에서 하는 말이 여기는 안전한 곳이라고 한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싸게 예약했다고 생각한 숙소에
히든 차지가 있었다.
그건 바로 하루에 15유로나 하는 주차비였다 7일 동안 15유로를 내야 한단다.
눈물을 머금고 지불했다.
다음날 어제 운전하며 고생한 게 생각나서
일단 버스로 움직이기로 했다.
T라고 쓰여 있는 곳에 가서 버스표를 샀다.
'포지타노 했더니 거기까지 한 번에 못 가고 아말피까지 일단 가야 한단다
1.2유로짜리 버스표를 사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마침 버스가 온다
쫓아가서 오르며
"아말피?"
했더니 고개를 젓는다.
분명 버스 앞에는 아말피라고 적혀있는데
이런 것이 이태리 운전사의 조크였다.
아말피까지 가는 버스길을 꼬불꼬불했다.
버스가 중간에 교행이라도 할라치면
거의 닿을 정도였다.
그런 길은 운전기사는 유쾌하게 지나갔다.
아말피에 도착하자
기사가 "아말피"하니까
승객들이 다 손을 위로 올리며 "올레"했다.
아말피에서 다시 버스표를 사고 포지타노까지 갔다.
위 사진은 포지타노의 성당이다.
이태리 남부 풍경을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나한테는 아름답기보다
좁은 절벽에 집을 짓고 레몬나무를 가꾸며
그릇을 빗으며
유쾌하게 사는 사람들이 경이로왔다.
어찌 저 좁은 곳에 집을 지었을까?
그 절박함이, 그 투쟁이,
존경스러웠다.
포지타노에 내려 점심을 먹는데
웨이터가 한국말을 한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온단다. 돌아다녀 보니
유독 입구의 그 레스토랑에만 한국사람들이 많다.
아마 한국사람들의 정서가 비슷하다 보니
비슷한 곳을 좋아하나 보다.
점심을 먹고
포지타노를 둘러보았다.
바다에 발도 담그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했다.
하루가 행복했다.
포지타노 바닷가에서 본 청년과 할아버지
포지타노를 떠나며 버스에서 찍은 풍경.
포지타노에서 마이오리를 가려면 아말피에서 갈아타야 한다. 그래서 아말피는 하루 평균 2회 이상 드나들었다.
아말피 성문 안으로 들어오면 성당이 있고 광장이 있다. 성당은 이스탄불에서 본 것처럼 이슬람 풍이다
아말피 성문 입구. 아말피는 이탈리아 해상왕국 중 하나였다고 한다. 아직도 그 풍모를 자랑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ㅋ
예전의 영화를 지닌 아말피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아말피 버스정류장 한 구석. 아저씨가 표를 직접 팔기도 한다.
개중 영어 잘하는 아저씨를 찾아서 표를 사거나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물어봐야 한다
이슬람 풍의 아말피 성당. 아마도 이슬람 문화가 전해진 걸까? 이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신발가게들이 있다
샌들을 맞춤으로 살 수 있다. 원하는 샌들 장식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만들어 준다
포지타노 해변에 누워있는 아가씨들 이태리 처자들은 아닌 것 같고 아마도 미국인 듯.
이상하게 유럽에 가면 미국 사람들은 표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