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때문에 새벽에 깸
다들 갱년기 아줌마들이라 가뜩이나 잠이 안 오는데..
하지만 집에서 내려다보이는 새벽의 벨라톤 호수와 마을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움.
안갯속에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
우짜든 둥 밥을 먹고 부다페스트로 향함
첫 번째 목적지 어부의 요새
여기서 몇몇 아줌마들은 헝가리 할머니에게
수예품을 삼.
사지 말라고 그리 말했건만 듣지 않음
이후로 가는 곳마다 이때산 수예품이 얼마나 바가지였는지 한탄하며 다님
이 아줌마들은 옛날 사람임
글루미 선데이 영화를 본 사람들임
여기 배경으로 나오는 군델 레스토랑에 꼭 가야 함
이것도 한 달 전에 예약해 놓음
어부의 요새를 뒤로 하고 군델 레스토랑으로 향함
다행히 첫 번째 손님임. 그래서 주차하기도 아주 편함
레스토랑 웨이터가 나와서 차에서 내리는
아줌마들을 하나하나 손을 잡아줌
나는 씩씩하게 혼자 뛰어내림.
손님도 없길래 사진 찍어도 돼냐고 했더니
중년의 지배인쯤 되는 남자가 와서
식당을 소개하여 준다고 함
따라나서서 아래위 이층까지 안내를 받음
여기서 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방들
돈을 내면 여기서 결혼식도 할 수 있다고 함.
돈도 돈이지만 결혼은 이미 한번 했음
이 레스토랑은 주로 동양사람들,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주 고객임. 아마도 현지인들은 좀 더 트렌디한 다른 곳을 가나 봄
글루미 선데이를 보며 유럽에 대한
로망을 가진 아시아 미국 사람들 특히
늙은 사람들이 여길 오나 봄.
그러나 이 꼭누나들은 기분을 한껏 내며 건배도 하고
칼질을 했음.
음식은 맛있었음.
건배 사진을 올리고 싶으나 내 팔뚝이 두껍게 나와 생략함
여기서 나와 앞에 식물원은
입장료가 있는 것 같아 안 들어가고 담장 너머 구경만 하고
공원을 산책하는데
웬 안익태 선생을 기리는 비석이 있음
안익태 선생이 여기서 음악공부를 했다고 함.
밥을 먹고 부다페스트 왕궁을 개조한 미술관에 감
약 10년 전에 왔을 때 미처 못 봤던 그림을 찾으러 미술관을 위아래로 훑음
그 그림은 찾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체하기만 함
왕궁 근위대 교대식
부다페스트 왕궁에서 페스트 지역으로 가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했으나 너무 피곤함. 한국시간으로
아마 새벽일 것임
그래서 몇 명은 고만 가자고 하고 힘이 넘치는 두 아줌마는
계획대로 하자고 실랑이를 하다가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는 거리로 향함
가는 길에 비가 막 쏟아짐
하늘에서 가지 말라고 양동이로 퍼붓는 것 같아서
그냥 숙소로 돌아옴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를 보니
길이 말라 있음
원래 계획은 세체니 온천까지 하고 오는 거였는데
계획은 계획이요 여행은 여행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