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전래동화는 지은이가 없어 저작권 사용이 자유롭고, 또한 잘 알려져 있어 홍보가 따로 필요하지 않으므로 각 출판사에서 재구성하여 출간해도 잘 팔리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전래동화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오면서 그 사회의 생활 모습, 민족성, 정서, 문화 등을 담고 있다. 그러므로 전래동화는 한 사회의 축적된 경험이 형상화된 것이다. 혹자는 전래동화가 현대적 상황과 이념에 뒤떨어지므로 유아에게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옛이야기는 유아의 심리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지 그가 처한 실제 현실과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유아가 심리적․ 발달적 위기를 겪어 낼 힘을 전래동화에서 얻을 수 있다. "옛이야기의 가장 좋은 것은 기교를 집중시킨 문학이 가지는 착잡함으로 번거롭게 하는 일이 없이, 놀랄 만한 강한 힘"을 지녔다는 애니 E. 무어의 설명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전래동화는 그것을 읽는 유아에게 강력한 힘을 행사한다. 로봇과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유아가 ‘재주 많은 다섯 친구’를 읽고 아주 즐거워하며 연거푸 다시 읽고 싶어 하는 것은 위에 서술한 전래동화가 가진 본래적인 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전래동화의 본래적인 힘이란 유아로 하여금 기본적인 삶의 역경과 싸워서 이기게 하는 힘이다. 사람이 살아나가면서 겪는 심리적인 난관과 인간으로서 가진 한계와 불안과 싸워 이길 힘을 전래동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건전한 창작동화들은 인간 존재의 한계인 죽음이나 늙음에 대해 영원한 삶을 얻으려는 소망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반대로 옛날이야기는 유아의 기본적인 삶의 역경과 대면케 한다. 유아는 성장하면서 심리적인 위기를 겪는다. 최초로 부딪히는 심리적인 난관은 분리불안에 관한 것이다. 자신을 돌봐주고 사랑해주는 양육자로부터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분리불안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잘 나타나 있다. 4-5세 경에 겪는 발달적 위기인 외디푸스 콤플렉스, 형제간의 경쟁심 등을 극복하기 위한 힘을 콩쥐팥쥐, 장화홍련, 반쪽이와 같은 전래동화를 통해서 얻을 수도 있다. 유아는 전래동화를 읽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기르고 삶과 대면할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러한 힘을 얻는 방식은 상징과 환상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환상으로 무의식적 억압에 대처하게 된다. 옛이야기는 유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상상력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 준다. 콩쥐팥쥐에서의 계모는 지금까지 나에게 애정과 사랑을 베풀다가 갑자기 여러 가지 사회적 규범과 일상생활의 훈련을 가르치기 위해 험악해진 엄마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유아는 이 두 엄마의 모습을 통합할 심리적인 힘이 없으므로 자신에게 권위와 규범을 가르치는 엄마의 모습을 계모로 분리해 낼 힘을 콩쥐팥쥐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좋은 이야기란 유아가 재미있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아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유아가 살아가면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원초적 불안감과 절망감, 영원한 삶에 대한 소망 등을 전래동화가 상징과 환상을 통해 충족시켜주어 유아가 장차 살아나갈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전래동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