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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pr 10. 2017

2017 봄, 경주

어제 밤하늘을 보니 보름달이었다. 전생에 늑대였는지 달만 보면 환장을 하는 나는 내일 경주를 가기로 결심했다. 벚꽃이 피었을 테고 반월성의 밤벚꽃이 장관이리라.


아침에 단톡에 번개를 쳤으나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 혼자 가기로 했다. 3시 넘어 떠났다. 좀 더 뭉기적 거리고 싶었으나 교촌의 김밥이 동나버릴까 봐 더 머뭇거릴 수 없었다. 보통 고속도로는 타지 않는데 김밥 생각에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고속도로에서 보는 산풍경은 정말 멋있다. 경주로 들어서는데 차가 다소 막혔다. 벚꽃은 절정을 지나 듬성듬성했으나 아직 볼만했다. 50넘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으나 요즘 점점 배가 나오고 있다. 


교촌에 들어섰는데 차도 많고 결정적으로다가 김밥집 줄이 길었다. 한참 줄을 섰다. 작년 요맘때 봐 둔 모과꽃을 담장 너머로 보고 싶었다. 김밥을 받아 들고 하나 입에 물고 모과꽃을 보러 갔으나 이미 져서 잎이 나고 있었다. 


오호통재라!


그럼 다음 행선지로 갈 수밖에. 향교로 향했다. 뭔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하지? 하고 한참 찾아보았는데 그새 건물 하나가 없어졌다. 명륜당으로 가는 문을 새로 정비해서 새 문이 되어 있었다. 아마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느라 나중에 세운 건물은 철거하고 담을 다시 쌓으며 문을 새로 해 단 모양이다. 옛날의 고즈넉함이 사라졌다. 


명륜당으로 갔더니 이상하게 거기도 휑하다. 보통은 명륜당에 앉아 동방 서방을 보며 옛날에도 우열반으로 나누어 차별을 했음을 한탄하며 김밥을 먹는다. 그리고 현대에 태어나서 명륜당에 엉덩이나마 걸칠 수 있음을 감사한다. 햇볕을 받으며 김밥도 먹고, 책도 본다. 


하지만 오늘은 휑해서 그런 기분이 안 난다. 그래서 뒤편 활 쏘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 무슨 단상이 있기에 올라가 봤더니,


우와!!!

이런 모습이다!


옛날로 치면 학교 담장 옆에 집이 있는 거다. 

활터 뒤에 능.

이건 향교 대성전 

대성전 측면

옛날에 아무나 못 다녔다는 신도. 이 뒤가 명륜당이다. 신도의 거무죽죽한 건 임진왜란 때에 불탄 흔적이라고 들은 것 같다(아무것도 자신할 수 없다)


향교를 옛날 모습 그대로 복원하느라 집을 하나 부수고(그 와중에 향교 지키던 똥개가 자리를 옮겼다) 나니 내 공간감각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하튼 좋다. 


오늘 못 본 모과꽃은 내년을 기약하며 날짜를 잘 기억해뒀다가 제대로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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