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왔다. 남편이 출근하며 비가 많이 온다고 투덜거렸다. 점심을 먹고나니 하늘이 밝아졌다. 하루종일 흐릴까 싶었는데 흰구름 파란 하늘이 보여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어제 계획대로 오늘은 청도에 가리라
대구에 있는 친구 만나러 다닐 때 봄에 청도를 지나 가면 울긋불긋 꽃대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복사꽃 사과꽃 벚꽃 색색이 피어있다. 산골이라 아직 개발이 덜 되어서 그렇다. 예전에 한번 가 본적이 있던 삼족대를 목적지로 해서 국도로 돌아돌아 갔다.
요즘은 토목기술이 좋아져 그냥 자대고 그은 듯 길을 내지만, 옛날 길은 짐승들이 다니던 길을 사람들이 다니고, 사람들이 다니던 길을 마차가 다니고, 마차가 다니던 길을 차들이 다니며 조금씩 넓힌 길이라 꼬불꼬불하고 사람들과 가까이 있다. 그래서 좋다.
밀양 얼음골을 지나는데 아직 사과꽃이 피지 않았다. 다행이다. 담주에 또 오리라.
벚꽃은 거의 졌으나 분홍색 복사꽃이 마치 팝콘을 뿌려놓은 듯 히고, 수채화를 그려놓은 것 같다.
마침내 도착한 삼족대! 삼족대는 조광조에게 글을 배웠으나 조광조가 사사당하고 청도에 내려와서 삶을 마감한 김문유가 지은 곳이라고 한다. 장원급제까지 했다고 하니 똑똑했나보다. 허나 정쟁에 패하고 내려와 안분지족하며 살았다하니 그도 나쁘지 않은 듯.
삼족대 앞에 있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담주에도 와야지. 그때는 커피도 준비해 오고 노트북도 가져오고 여기다 살림을 차리리라. 맘에 맞는 친구도 델고 오고 싶다.
어디까지 썼더라. 사진 넣다보니 잊어버렸다.
삼족대는 물길 셋이 합치는 곳에 있다. 제일 큰 물길이 동천이다. 동천은 밀양일대를 지나간다. 주변의 복사꽃밭의 색깔이 정말 아름답다.
6시 넘어 추워질 때까지 삼족대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누워있다가 셀카도 찍어보다가 하며 혼자 놀았다. 그리고 청도 시작으로 가서 인터넷을 검색한 남한3대 김밥중 하나라는 할매 김밥이랑 옹치기 닭찜을 샀다. 할매김밥은 딱 천원어치 그러니까 김밥 두줄 남은 걸 내가 샀다. 하느님이 보우하셨다. 그리고 청도 시장, 청도 역, 청도 터미널 일대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지나가는 다문화 새댁들, 고등학생, 중학생들 경찰 아저씨, 그와중에 비료를 샀는데 4천원짜리 말고 2만5천원짜리를 권하는 경찰서 옆 비료가게 아저씨.
어둑어둑해져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밀양쪽 국도를 탔다. 산 하나를 도니 보름달이 나타났다.
어제부터 보고 싶었던 바로 그 달이다. 길의 방향이 바뀔때마다 보름달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어디 차세우고 한참 쳐다보고 싶었으나 마땅히 차 세울 곳도 없고 그냥 왔다.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