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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pr 27. 2018

어느 하루

2018. 4. 25

그제는 자체적으로 정한 문화주간이라

전포동 갤러리에 가서 그림 보았어요. 


한 10년 전부터 관심을 갖던 화가의 그림을 보러요.

딱 한 점 걸렸더라고요. 화랑 주인장한테 끌려들어 가 소장하고 있던 그림 두 점을 

구경하는데, 그것 말고도 걸린 그림이 다 좋더라고요. 


왜 좋은 그림은 자기 사무실에 걸어놓고

전시장엔 그보다 못한 그림을 걸어놓은 걸까요?

그림값은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칠일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는데 사려면 있는 돈 닥닥 긁어모아야 할 듯.


전포동 카페거리가 있다는데 시간도 없고 주차시간도 다 되었고 해서 

약속 장소였던  문화회관으로 갔어요


문화회관 앞에 

백종원의 프로에 나왔다던 모차르트라는 경양식집에 갔는데

순간 타임슬립을 한 줄.


오래된 옛날 경양식집이 혼자서 안 늙고 있더라고요.

친구는 안 늙고 있으면 억울한데 

이런 데는 안 늙고 있으면 왜 이리 정감이 가고 좋은지.. 


혼자서 돈가스를 먹을까(돈가스 안 좋아함)

함박 스테키를 먹을까(미국소)

고민하다가 돈가스를 80년대 스타일로 먹고 천천히 대극장으로 걸어 올라갔어요.

밥 한 주걱, 모닝빵 하나, 양배추 샐러드에 오이 한 조각, 돈가스

후식으로 커피 녹차 아이스크림 먹을래?

예전엔 어른 흉내 내러 커피를 마셨지만 

이미 어른이 되다 못해 늙은 아줌마는 아이스크림을 선택.


혼자서 천천히 대극장을 지나 중극장으로 가는데

풍경이 좋더군요 아주 행복하고요.

나무랑 하늘 사진 몇 장 찍고 선생님들 만나서 연극장으로 들어갔는데

전주 금요일 보았던 발레단 무대보다 더 세련되고 멋진 거예요.



내가 안 보던 사이 연극이 많이 달라졌구나 놀라고

사도세자와 영조의 이야기는 중학교 때 왕비 열전에서 첨 접하고

중고생 때 신문 연재소설로도 읽었는데


나이가 들어 부모가 되고예전보다는 식견이 넓어져도 

참 풀리지 않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확인하고.


전 마지막 부분에 죽은 화평 옹주와 사도세자의 사후 이야기 혹은

영조의 사도세자 사후의 심경 변화 같은 게 궁금했어요.


나중에 관객과의 대화에서 제일 궁금했던 건

혜경궁 홍씨

대사가 씹혔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였고요.ㅋㅋ


연극 끝나고 간 음악 감상 카페인 필하모니에서는

여기도 역시 타임슬립


그러나 여기선 동시대를 살아온 이들과의 타임슬립

고등학교 때 컴컴한 시민회관에서 돌아 나온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정말 좋았고

이게 내가 꿈꿔온 삶이라고 느꼈어요.


얼마 전 행운에 속지 마라라는 책을 읽었는데

재테크 책이지만 강추합니다 특히 젊은 아들 있으신 분 강추예요

거기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아름다음을 사랑하고 모두에게 친절하라

였는데


엊그제 하루가 바로 그런 날이었어요.

아름다움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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