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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dHood Jan 13. 2020

나는 사주를 믿지 않는다.

믿지 않지만....!

남자친구와 우연히 찾은 대학교.

길을 걷다 간결하고도 강력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사주 / 타로 / 궁합


평소 사주를 보지도 믿지도 않지만(기독교의 영향도 있고)

재미로 보는 데에는 이유가 없으니까,

궁합을 보자는 그의 호기심에 동의하며 들어섰다.


이름과 생년월일을 간단히 답하고,

화려하게 글자를 적어내려가는 '도인(뭐라 불러야 할까?)'의 손놀림을 멍하니 바라봤다.



"여자는 결혼을 해야 되네."

서른이니까 그런건가요? 라는 의문을 1차로 삼키고

제가 비혼주의면 어쩌시려고...? 라는 반항심을 2차로 삼키고.

허허, 속없이 웃고 있자니 다음 말이 이어졌다.


남자가 영 실속이 없네

응? 방금 뭘 들은거지? 하는 와중에

그는 당황해서 그럴리가 없는데...? 를 연신 뱉어낸다.


재밌으려고 보려다 멘탈 강화 타임 시작.


남자 사주를 잘못 봤다며 황급히 수정도 하시고

아빠 복은 없을거라는 타박도 하시는 터라
(아빠와 매우 사이좋게 30년째 한집에서 사는 중, 부모님 덕 많이많이 보는중)

군데군데 신빙성이 의심되지만


둘이 갑자기 만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했고

(생각해보면 CC가 아닌 이상 갑자기 만나는 사람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고..)

긴가민가 싶은 사이에


어쨌든 빨리 결혼을 하라는,

왠지 우리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것 같은 일장 연설을 듣고 나니

무려 7만원을 청구하신다.


빠르게 자리를 뜨기 위해 쿨결제를 하고 호다닥 나와버렸다.



사주를 믿지는 않지만,

늘 사주를 보고 나면 뒷머리에 남는 것 같은 찜찜함같은 게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사주나 타로를 보게 되는 건

어쩌면 불확실한 내 생각에 쐐기를 꽂기 위해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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