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 겨울의 온도가 도착하기 전에

by 시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일은

입 안에 다크초콜릿 한 조각을 올려두는 일과 닮아있다.

처음 닿는 맛은 늘 약간 쓰다.


겨울의 문턱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바람은 얇게 갈라지고,

마음 어딘가 오래 접어두었던 무게를 천천히 내려놓으며

일상의 깊숙한 결들이 차갑게 드러난다.

그러다 초콜릿이 혀끝에서 조용히 풀리면

그 쌉싸래함은 깊이로 변하고,

늦게 도착하는 단맛이 오래 머문다.


나는 요즘 존박의 캐럴을 듣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불을 피우기 직전의 방처럼

은근한 온도로 어둠을 데운다.

빛에 기대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바닥까지 내려앉았다가

다시 천천히 퍼져 나가는 소리.

그 음색은 쓴맛이 먼저 스며든 뒤

늦게 돌아오는 핫초코의 단맛처럼 마음을 눅진하게 적신다.

처음엔 묵직하지만,

남는 잔향은 오히려 부드럽고 깊어

겨울밤의 공기와 자연스럽게 섞인다.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이전의 시간’ 속에서 먼저 온다.

도착하는 날보다, 그 앞에 놓인 날들이 더 아름답다.

불빛이 켜지기 직전, 거리 위에 얇게 깔리는 은빛의 어스름,

찬 기운 속에서 어딘가 미묘하게 따뜻한 숨결을 품은 바람의 결,

주머니 속 손바닥에서 티끌처럼 피어오르다

천천히 모양을 갖추는 작은 온기들,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신호들이

가장 먼저 계절을 불러온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은 12월 25일이 아니라,

그날을 향해 나를 천천히 데우고 있던

이 조용한 시간들일지도 모른다고.

기다림은 미래를 재촉하는 동작이 아니라

은근한 온도를 더해가는 느린 변화다.


올해의 나는 그 느린 온도를 따라 겨울을 맞고 싶다.

창가에 앉아 잔의 따뜻함을 손바닥에 모으고,

밤마다 다른 결로 흔들리는 마음의 파문을 오래 들여다보고,

멀리서 은근히 흘러오는 캐럴의 온기를

숨처럼 가만히, 마음 깊은 곳까지 받아들이며.

그렇게 하루를 한 조각씩 녹여내다 보면,

어디선가부터 작은 온기들이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불러

마음 안에 한 계절을 세우기 시작한다.


어쩌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는 일은

그 느린 온도가 제 모양을 찾아가는 시간을

그저 흘러가도록 두는 일인지 모른다.

말없이 쌓여가는 따뜻함이

하루의 끝 어딘가에 조용히 머무는 걸 알아차리는 일,

기척도 없이 내 안에서 차오르던 겨울의 온도가

아주 은근한 빛처럼 번져오는 순간을

그저 받아들이는 일.


그렇게 스며든 온기가

아무 말 없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을 때,

크리스마스는 날짜보다 먼저 다가와

나만의 이른 겨울을 완성해간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