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의 온도에 대하여
요즘은 앱 하나로 세탁물을 수거해 가는 세상이다.
화면을 몇 번만 누르면 누군가 와서 옷을 가져가고,
다음날이면 깨끗이 포장된 옷이 문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여전히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목소리로
'세탁—'을 외치며 골목을 오가는 노인이 있다.
그의 걸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오래 걸어본 사람이 아는 속도다.
그의 일은 매일 같다.
어제의 옷을 가져가고, 오늘의 옷을 맡는다.
날씨가 어떻든, 몸이 어떻든,
그는 한결같이 그 일을 한다.
그 반복이 이상하게 단조롭지 않다.
그의 리듬 속에는 묘한 안심이 있다.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려오는 그 소리가
이젠 거의 정겨운 알람처럼 느껴진다.
그는 같은 시간, 같은 골목, 같은 속도로 걸어간다.
계절이 바뀌어도, 내가 어떤 하루를 보내든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제자리를 잃지 않는다.
그의 일은 사실 ‘반복’의 다른 이름이다.
어제의 옷을 가져가고,
오늘의 옷을 맡는 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춥거나 덥거나,
늘 그 자리에서 하던 일을 하는 일.
그는 옷을 나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반복이 이 동네의 아침을 붙잡고 있는 것만 같다.
누군가는 새로움을 좇고,
누군가는 바쁨 속에 하루를 흘려보내지만,
그는 같은 길을 걸으며 하루를 되살린다.
그는 세탁물을 걷어가며
우리가 흘린 어제를 조금씩 헹궈내는지도 모른다.
세제 냄새와 햇빛 냄새가 섞인 공기 속에서
나는 묘한 안심을 느낀다.
삶도 그렇다.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같은 일을 반복하며 조금씩 닦여가는 시간.
젖어 있다가 마르고,
다시 젖으며 빛을 찾아가는 일.
버릴까 망설이던 패딩과 목도리를 들고,
한 번에 끝날 편리함을 잠시 접어두었다.
그의 손에 건네는 동안
무언가 오래된 안심이 손끝에 스며들었다.
그는 누군가의 하루를 깨끗하게 만들지만
자신의 하루는 언제나 땀에 젖어 있다.
그러나 그 땀이야말로
이 도시가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조용한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골목엔 잠깐의 정적이 머문다.
방금 전까지의 소리가 남긴 온기와 먼지,
그 사이에 이상할 만큼 따뜻한 적막이 있다.
그 침묵 속에서 문득 깨닫는다.
그가 반복하는 일상이야말로
이 불안한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질서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세탁소를 짊어지고 산다.
누군가는 기억을 헹구고,
누군가는 후회를 짜내며,
누군가는 아직 마르지 않은 꿈을 들고 있다.
삶은 끝내 마르지 않는다.
늘 젖어 있고, 늘 말라가며,
그 사이에서만 사람은 조금씩 투명해진다.
그 반복 속에서만
삶은 제 향을 되찾는다.
그의 소리가 사라지고 난 뒤에도
공기엔 미세한 리듬이 남는다.
삶이란 어쩌면
이 느린 반복 속에서만
자신의 형태를 잃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매만져지는
'세에— 탁—' 소리 같은
오늘 아침의 온도만큼만
그렇게 그대로 살아가면 된다.
글/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