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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Mar 11. 2016

[잠시 샛길] 대기업 vs. 중소기업

어디가 좋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갑자기 잡힌 출장으로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첫 직장생활을 했던 그때는 비행기라고는 제주도 졸업여행에서 돌아올 때 탄 비행기가 첨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 출장을 갔다 오란다. 비행기 표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국내 공항 수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해외공장 출장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출장 가방 싸는 것도 10분이면 끝이고 가방도 점점 가벼워진다. 마치 옆 동네 가듯이 출장을 다닌다. 


직장에서 배운 것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간단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법부터 복잡하게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것까지. 어리바리하던 초보에서 이제는 거의 베테랑 직장인("내가 정말?" 하는 의구심과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직장인化되어 버린 듯한 안타까움이 동시에 스치는 건 왜일까?)이 되었으니 그만큼 많은 것을 배웠다.


대기업 vs. 중소기업


취업준비생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대기업을 갈 것인가 중소기업을 갈 것인가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대기업은 일단 이름값이 있으니 어디서 이야기를 해도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 금전적인 부분도 한몫을 한다. 그에 비해 중소기업은 "거기가 뭐하는 곳인데?"라는 질문부터 월급은 잘 나오냐.. 등등의 걱정 어린 질문도 많이 듣는다. 

그런데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그 이름의 첫머리에 "LG"냐, "삼성"이냐, "Sk"냐 등등의 그냥 좋다고 하는 그걸로 그만이다. 예전 다녔던 LG CNS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잘 몰랐다. 뭘 하는 회사인지는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 작은 곳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처우 측면에서 대기업이 좋다는 건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연봉도 놓고, 복지프로그램도 좋고, 사무실도 좋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중소기업은 급여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복지도 그저 그렇고, 사무실도 공장 한 구석에 있기도 하다. (물론 모든 중소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사옥 지하에 수영장을 갖춘 제니퍼소프트같은 곳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어떤 곳인가. 투자를 했으면 그만큼 이익을 내는 곳이 기업이다. 대기업의 근무시간은 상상을 초월한다. 창원 금성사 근무 시절에 평균 퇴근시간이 10시였다. 며칠 개인 약속이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8시 정도 퇴근을 하면 어김없이 "너 일 없지? 이 거 좀 할래???"라는 업무지시가 내려왔다. 중요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밤샘도 다반사, 사무실 한구석에 야전침대가 있었고, 세탁기설계실에는 아예 2층 침대를 갖춘 숙소까지 있었다. 


대기업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체계적인 인재육성제도 하에서 알게 모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다. LG에 있을 때는 시시때때로 교육받으라고 날아오는 메일이 정말 귀찮았고, 참석해봤자 뻔한 이야기만 하는 교육이 너무나 지겨웠다. 하지만 그런 체계가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입사했을 때 받은 그룹신입사원교육, 개별회사의 신입사원교육, 설계실기본 교육, 회사비전교육, 현장직과 사무직이 함께 받았던 한마음교육, 승진할 때마다 받았던 승진자교육, 업무가 바뀌면 받았던 직무교육, 그리고 시시때때로 참석해야 했던 리더십교육과 온라인 교육과정들, 국내 유명강사의 특강들...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난 서서히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을 익히고 배워나갔다.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이천 LG인화원의 모습도 좋았고, 평택과 구미에 있었던 LG전자 교육장도 좋았고, 서울시내에 있었던 LG CNS의 교육장도 좋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꽤 규모가 있는 회사이기는 하나, 아직도 인재육성체계는 한참 멀었다. 인사담당이니 이 회사에서 인재육성체계를 만들어 보고 싶은데 아직 깜냥이 되지 않는지 아직은 그 성과가 미미하다. 아무리 따라잡고자 노력을 해도 시간이 가고 결과가 쌓여야만 만들어지는 게 인재육성체계인지라 투자와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있는 수준이다.


개인이 담당하는 일을 보면 대기업은 잘게 쪼개진 일 중의 하나를 담당할 뿐이다. 직위가 올라가고 승진을 한다고 해도 전체 일을 다 배울 수는 없다. 반대로 중소기업은 A부터 Z까지 혼자서 담당해야 할 경우가 많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면 그 일을 처리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다 처리해야 한다. 대기업이 후방이라면 중소기업은 최전방이다.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대응하고 해결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체계적인 업무의 프로세스를 배운다면 중소기업에서는 상황대응력 또는 순발력을 배울 수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대기업은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 하에서 조직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을 당한다면 중소기업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스스로 배우는 능동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개인 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실무를  더 많이 경험하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어디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지는 중요하다. 첫 직장에서 대부분 직장관, 직업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적응력을 키우다 보면 알게 모르게 그 조직의 문화를 체득하게 된다.  경쟁적인 문화에서는 스스로의 무기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족적인 문화에서는 또 그에 맞는 친화력을 키운다. 인성적인 측면의 변화뿐 이나라 첫 직장에서 배운 업무가 평생 직업으로 개인의 커리어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내 경우도 첫 시작은 세탁기설계실의 연구원이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인사로 전향을 했고, 지금 현재 나의 중요한 커리어가 되었다.


20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이제 중견기업에서 일을 한지 약 3년이 되었다. 많은 점이 달랐다. 사람들의 스케일, 일을 처리하는 프로세스, 문제 발생 시 대처방법 등등. 하지만 각 기업마다 특성이 있듯이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장점이 있고 중소기업은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꼭 어느 쪽을 가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하자면 대기업이 우리나라 산업계를 좌지우지하지만 고용인력의 비율은 2%가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원하지만 대기업에 취업을 하기는 자리가 너무나 없어서 쉽지 않다. 그리고 이 기업에 와서 보니 대기업 못지않게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훌륭한 중소기업이 많다는 거다.


언젠가는 조직을 떠난다.

모든 직장인이 가진 평등한 사실 한 가지, "언젠가는 조직을 떠난다"는 진리이다. 스스로 떠나든 아니면 퇴직을 당하든. 그런 점에서 직장은 일생동안 걸어가는 길 위에 놓인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자신이 걸어가야 하는 길이 명확하다면 그에 맞춰 대기업 직원이 되던, 공무원이 되던, 중소기업에 들어가던, 빌 게이츠처럼 대학을 때려치우고 창고에서 창업을 하던 그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혹자는 이렇수 있겠다. 그 길이 명확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그래서 주저하고 있다고. 그럴 때 답은 하나 밖에 없다. 그냥 그 자리에 있지 말고 동전 던지기를 하던, 눈 감고 집어내던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그대로 실행하라고. 그 자리에 있으면 본전밖에 안된다. 아니 본전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시간은 가고 나이는 먹을 거니까. 하지만 뭐든 하나라도 하면 그만큼 경험이라도 쌓인다. 뭐라도 해 본 사람 하지 않았을 때보다 적어도 한 가지는 더 안다. 그 일을 해보면 어떻다는 것.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으면 그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내딛어야 하는지 보인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심심한데 이력서 쓰는 거 한 번 해볼까.. 하지 않았다면, 서울 생활이 어떨까 궁금하다..하지 않았다면, 리더들 도와주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코칭이 뭔지 알아볼까..하지 않았다면, 임원 포지션이라는데 경험 삼아 면접이라도 봐볼까..하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난 가끔 나에게 감사한다, 나의 이 왕성한 호기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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