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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Mar 29. 2016

남자들이 질투가 없다고?

사회 초년 시절에 배운 것들 (4)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졌지만 직장생활 초반에 참 어색했던 게 있다. 그건 이성과 함께 일하는 거다. 요즘에는 오히려 동성보다는 이성과 일하는 것이 편해질 정도로 남성들과 일하는 것이 익숙해졌으니 직장생활에 어지간히 익숙해졌나 보다. 오늘도 주요 임원 미팅에 참석하는데 여자는 늘 나 혼자다. 앞으로도 나 이외에 우리 회사에서 여성이 주요 임원이 되어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성과 일하는 게 어색했던 순진했던 나


이성과 함께 일하는 게 어색한 이유가 있다. 대학 때까지 남자들과 함께 지낸 시간이 별로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대학까지 여성들과만 시간을 보냈다. 대학은 남녀공학이었으나 학과 특성상 여학생만 있었기에 남학생들과 생활을 할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타 대학 수업을 듣거나 클럽활동을 하면서 남녀가 함께 섞여서 활동을 하긴 했지만 특별히 남녀 비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남성들도 지금까지 만났던 여성들과 비슷하게 대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난 남자들이 인정이 많고 합리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학교만 다니다 보니 여자들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이슬만 먹고 산다고 환상에 빠진 남자들처럼 말이다. 


직장 초년 시절 나라는 존재는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존재였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설계실에 오로지 혼자 있는 대졸 여사원, 그래서 다른 여사원들처럼 허드렛일을 시키면 안 되었다. 가끔은 약간 중성적인 내 이름 때문에 나라고 밝히면 상대방이 놀라는 일이 가끔 발생했다. 특히 전화로 막 대하다가 내가 본인이라고 하면 말투가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그 시절은 그랬다. 자기 고유의 일을 가지고 있는 여사원이 별로 없는 시절... 아직도 기업에서 여성 임원을 찾기가 힘든 이유는 현재 임원이 될 정도의 나이가 있는 여성들의 사회진출 숫자도 적었지만 여성들이 견디어 내야 하는 너무 많은 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여러 가지 상황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직장 초년 시절에 어떤 일로 남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는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는 설계실 내 공공의 적(?)


입사를 하자마자 설계실장님은 앞서 퇴직한 선배들 때문인지 나를 수시로 불러서 일을 시켰다. 가끔은 옆에 데리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셨다. 그 상황이 남사원들 사이에서는 질투의 대상이었다. 모 남사원이 "난 일 년이 넘도록 실장님 옆에서 이야기도 한 번 해보지 못했는데 쟤는 뭐라고 매번 저렇게 열심히 옆에 두고 이야기를 하시냐?"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입사 3년 차가 되어 대리 승진 시험대상자가 되었다. 입사일이 우연히 승급 호봉을 결정하는 날짜 바로 앞날이라 반년 일찍 들어온 사람들과 같은 호봉을 받은데다가 중요한 프로젝트 멤버가 되는 바람에 승진연한이 1년 빨라졌다. 그래서 입사한지 3년 만에 대리 승진 대상이 되었다. 덕분에 이런저런 입방아에 올랐다. 


대리 승진 시험 준비를 하면서 또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대리 승진을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했다. 몇 가지 과목 중에 자신 있는 과목을 정해서 시험을 쳤다. 내가 선택한 과목은 제품개발론. 시험 범위를 다 정리해서 요약집을 만들었다. 어차피 같이 승진을 하면 좋지 않냐는 생각에 그 자료를 승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공유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뭐가 잘났다고 그런 자료를 나눠 주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름 잘 한다고 도와준다고 하는 일인데 그런 일로 뒷담화를 듣다 보니 속이 많이 상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결국 정기 승진을 했다. 승진을 한 첫 해 후배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학번이 같다. 같은 학번이라 잘 어울리고 싶었으나 그들 사이에서 또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누가 전달을 해줬다. "같은 학번인데 회사 먼저 들어왔다고 벌써 대리냐? 잘났다."


군복무를 해야 하는 남성들이 최소 2년은 늦게 입사를 하지만 요즘에는 여사원 비율이 늘어나서 남녀를 떠나서 먼저 입사를 하면 당연히 선배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비교를 할 만한 대상이 없었으니 그들의 눈에는 내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듯이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그런 시샘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직장 초년 시절의 나는 대인관계를 힘들어했기에 내가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거나 시샘의 대상이 된다는 게 싫고 힘들었다. 그 걸 벗어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몰랐던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힘들어했던 상황을 남성들을 일부러 만들어서도 즐기는 모습을 봤다. 일부러 사고를 일으켜서 그 일을 해결해가면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나 싶었는데 책을 읽다가 답을 찾은 것 같다.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에서 신경정신분석학자인 루안 브리젠딘은 여자와 남자의 99% 차이를 만드는 1%의 비밀은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자는 관계를 중시하고 남자는 경쟁을 즐긴다고 한다. 관계를 중시하는 여자는 가능한 갈등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반면 남자는 공격적이고 툭하면 주먹이 먼저 나간다. 관계를 중시하는 여자 아이들은 ‘하자’라고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남자아이들은 ‘해’라고 명령을 내리는 형식으로 윽박지른단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뭐라도해야하는....?


직장 초년 시절에 겪은 일들 덕분에 지금은 능글능글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기는 한다. 물론 아직도 너무나 직선적인 성격 탓에 둘러가면 좋은 일을 바로 찔러서 조금 시끄러울 때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남자냐 여자냐를 떠나서 조직 내에서 조금이라도 잘 나가는 사람은 늘 시샘의 대상이 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잘 나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나가는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쉽지 않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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