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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Mar 21. 2016

끈과 빽이 없어도 생존하는 법

꼭 직장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치 말라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ㄲ"이 있어야 한다는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곱 개의 ㄲ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끈", "깡", "끼", "꿈", "꾀", "꼴", "꾼" 그중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하면 자기계발 전문가는 "꿈"이라고 하겠지만 직장인들에게 가장 와닫기는 "끈"이 아닌가 싶다. 끈이 있다고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오랜 직장생활을 해보니 어느 정도 보장을 해주기는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나는 지금까지 "끈"이라는 것을 잡아보지 못했다.


끈도 없고 빽도 없는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사실 나도 궁금하다. 모두들 끈을 잡기 위해 노력할 때 나는 딴짓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끈"이 직장생활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생존까지 좌지우지하는 건 아닌가 보다.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하다는 말에 동감하지만 살아남기, 생존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직장을 떠난다고 해서 생존 전쟁에서 탈락했다고 볼 수 없고, 계속 근무한다고 해도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면 그것도 생존했다는 바이탈 사인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직장내 정치라는 오묘한 세상 


회사에 들어오니 학교별 동창회 비슷한 모임이 있었다. 그 사람들끼리 모임도 가지고 회식도 하고 승진 축하행사도 했다. 한 번 초대를 받아서 가봤는데 여느 회식과 다름이 없었다. 단지 호칭이 부장, 차장에서 선배, ~야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모임을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누군가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학교나 동향 모임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알려줬다. 아니 그게 뭐 잘못인가, 학교 선후배는 서로 도와주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게 당연하고 같은 고향사람들끼리 모임을 가지는 게 뭐가 문제냐 싶었다. 그런데 그게 회사 내에서 파벌이 생기는 바로 첫 단계였다. 일단 파벌이 생기면 서로 가까운 사람들을 먼저 승진시키거나 업무편의를 봐주거나 하는 일이 생긴다. 직장 초년 시절에는 그런 것을 몰랐다. 직장에서는 그게 정치라고 불리는 것이고 이게 가끔은 필요하다는 것을.


인사에서 승진을 담당할 때였다. 승진 때가 되면 암암리에 서로 연락을 하고, 누구를 챙겨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들이 왜 그나 그녀를 챙겨달라고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같은 성적이면 조금이라도 좋게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게 알게 모르게 승진에 작용을 했다. 나는 모른 척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나에게만 그 이야기를 전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시기가 되면 소문이 무성했다. 누구는 누구 덕분에 승진하겠네, 누구는 윗선 누가 물먹었으니 이번에 승진이 힘들겠다.. 심지어는 선임 직급의 승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여성, 지방대인데 관련도 없는 전공?


여성, 지방대 출신, 전공은 공대도 아니고 경영 관련 전공도 아닌 의류학... 그런데도 난 설계실에서 세탁기를 만들었고 서울 본사 인사팀에서 일을 했다.

많은 남성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 직장에서 여성의 위치는 어정쩡하다. 비단 OECD 국가 중 양성평등 지수가 바닥이니 뭐니 하는 사실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우리 조직문화는 철저하게 남성 위주로 되어 있다. 회식에서 어김없이 들어야 하는 캐캐 먹은 군대 시절의 화려하게 치장된 거짓부렁도 그렇고, 술자리에서 오가는 많은 정보들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여사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정보를 취할 수 있는 많은 루트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 정보의 질과 수위가 높다는 거다. 요즘에는 회식도 많이 줄어들었고 상대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많아져서 과거보다는 아주 많이 평등해지기는 했다. 남자 직원들이 역차별 운운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최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법령이 강화되어 법적으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곤 하지만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이런저런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많은 리더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자리를 비우는 여사원에 대해 공공연히 볼맨 소리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손꼽히는 오프라 윈프리가 처음 직장에서 일을 시작할 때 이런 말을 들었단다.

"넌 실패할 확률이 100%다. 성공할 수 없는 조건 세 가지를 모두 가졌다. 흑인이고 여성이고 그리고 뚱뚱하다."

그 말을 들을 그녀는 좌절하기 보다는 다르게 행동했다. 그녀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그녀의 뚱뚱한 엉덩이에서 나오는 뚝심과 여성 특유의 포용력, 그리고 흑인이 가진 풍부한 감성을 성공의 요소로 변화시켰다. 그녀는 현재 세상의 언론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성공을 했다.

단점을 단점으로 받아들이면 그건 낙인이 되어 버린다. '나는 이것 때문에 안돼, 난 저것 때문에 안돼..' 실패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음에도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보다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이 공감하니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그 속으로 숨어버린다. Loser가 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럼 할 수 있는 게 뭐냐?


내가 취한 방법은 남들보다 열심히! 였다. 당시 여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두 배는 일해야 비슷하게 봐준다." 그 말대로 부단히 노력을 했었다. 미친 듯히 했다. 지금은 사용법을 다 잊어먹었지만 물어물어 가며 2D캐드로 도면을 그렸고, 사무실에서 장원으로 보고서를 가장 빨리 써내는 타이피스트가 되었다. 카트에 실은 세탁기를 혼자 거뜬히  밀고 다녔고, 세탁기를 분해하는 법도 배웠다. 지금도 세탁기 냉온수 연결은 남편보다 내가 더 잘한다. 물론 모든 노력이 성공하지는 못했다. 가끔은 성공했고 또 가끔은 실패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네 말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리더 앞에서 좌절도 해 봤고, 조그마한 노력으로 얻기에는 과분한 성과로 온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한 것은 내가 가진 끈기를 그냥 조금 더 활용했을 뿐이었다. 


끈을 만드는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노력했냐고? 아니,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파벌을 형성할 힘은 애당초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에게 끈을 내미는 사람도 없었다. 얼마 있지 않으면 퇴직할 사람이라고 봐서인지 아니면 여자니까 껄끄러워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둔해서 끈을 잡으라고 했는데 못 알아 들었을 수도 있겠다. (이게 더 사실인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성향 자체가 사람들과 관계가 좋기를 바랄 뿐이지 그걸 통해서 뭔가를 얻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난 지금도 누군가의 끈을 잡고 있거나 줄을 잡고 있지 않다.  내가 믿는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실력이 안된다면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이고, 노력해서 될 일이면 노력을 하면 되는 거였다. 물론 리더와 맞지 않아 힘들 때는 사람들의 도움을 얻기도 했다. 하소연도 해보고, 진지하게 조언도 구하고, 술을 얻어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누군가의 힘을 빌어서 상황을 바꾸거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하는 건 생각지도 않았다. 어찌 생각하면 참 순진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싶다. 



"정치 좀 하지?" but...


나를 아끼는 누군가가 그랬다. "정치 좀 하라"고, "그러면 좀 더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더 빨리 승진하고 좋은 부서에도 갈 수 있다"고. 그래서 "직장 내 정치학의 법칙", "이너서클" 등등의 직장 정치에 대한 책도 읽어봤다. 그런데 역시나 내 성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였다.  요즘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못한다 하지 말고 한 번쯤 흉내라도 내 볼걸 그랬나??'... 그런데 역시나 나는 그렇게 안되나 보다. 지금도 그렇게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난 과거나 지금이나 그렇게 생활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란 나에게 의미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녀를 떠나서 성공의 요인은 동일하다.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 그게 최고의 진리고 최고의 "끈"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정치와 담을 쌓을 수는 없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한 꼭지 정도는 직장내 정치에 대해서도써 볼 참이다. 정치판에 끼지 않아서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고,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좋았던 일도 있었고,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정치판 한가운데 있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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