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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Feb 06. 2016

절망으로 치달을 때 날아온 취업추천서 한 장 #1

[부제] 25년 직장생활 좌충우돌 기행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취업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살짝 곰팡내가 나지만...


지금과는 달리 아주 우연한 기회로 난,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부터 직장을 다녔고 돈을 벌기 시작했다.


요즘 여성이 직장을 구하기는 내가 대학을 다녔던 90년대 초보다 지금이 더 쉽게 보인다. 적어도 여성이 취업을 하는 것에 대한 반대는 없다는 뜻이다.

내가 처음으로 취업을 했던 당시는 대졸 여성 취업이 아주 어려웠다. 겨우 대기업에서 약 10% 미만의 인력을 생색내듯이 채용을 했던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 졸업장은 결혼을 하기 위한 지참금 정도로 생각했고 실제로도 대학 3학년 때부터 선을 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졸업을 하고 1~2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으로 골인을 하면 아주 성공적인 과정이라고 했다.


직장 구하기는 지금도 어렵지만  그때도 어려웠고, 그리고 한 번도 직장 구하기가 쉬웠던 적은 없다.


난 힐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특히 김난도 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아주 질색을 하고 읽었다. 청춘은 청춘이 겪어야 할 담금질의 시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치열하게 자신의 존재를 생각해보고, 치열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과정을 반드시 혼,자,서 견디어 내야 한다. 그래야 회복탄력성이 생기고 어지간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그런데 "힐링류"의 책들은 그 과정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아닌 외부로 전가한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위로를 한다. 그래서? 그 결과 어떠한가? 현재 취업률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Job sharing, 기성세대의 자리 물려주기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창조적이 방향이 아닌 "꼬시래기 제 살 뜯어먹기", "의자뺏기놀이"로 가고 있다.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어진 철학이 아닌 주입된 타인의 철학으로 인한 폐해다.


대학교 4학년 4월 말경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대학생활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현실이 대부분의 과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있을 때였다.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회사 이야기는 거의 대부분이 섬유 연구를 하는 방직회사나 의류 제작사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졸업 후에 쉽게 취직을 하기 위해 유명 부티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던 때였다. 그런데 대기업인 금성사에서 입사 추천이 왔다는 것은 당사자인 우리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에게도 아주 생소하고 신기한 일이었을 거다.


먼저 취업을 한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직장 이야기는 천차만별이었다. 어디서는 옷감 나르는 일만 시킨다더라, 어디에서는 하루 종일 원장 디자이너의 심부름만 한다더라 등등. 학부 때 열심히 해서 서울 모 부티끄에 입사해서 부러워했던 선배가 나중에 알고 봤더니 매장에서 옷을 팔고 있더라 등등. 직장생활을 어지간히 한 지금 생각하면 신입사원에게 시킬 수 있는 일은 고작 그런 하찮은 일들 뿐이었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때에는 4년제 대학을 나와서 해야 하는 일이 그런 자질구레하고 하찭은 것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적어도 무슨 디자이너, 또는 무슨 담당 정도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대책 없는 기대감만 있을 뿐이었다.


갑자기 담당교수님으로부터 4학년 학생들 전체에게 모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전체 인원이라고 해봐야, 36명이 전부. 무슨 일인가... 그냥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겠거니.. 하면서 나를 포함한 6명은 한 구석에 올망졸망 모여 있었다.


하얀색 시험복 주머니에 양 손을 푹 찔러 넣으신 채로 강의실에 들어오신 교수님은 대뜸,


"대기업으로부터 입사추천서가 왔다. 관심 있는 사람은 내 방으로 와서 원서를 받아가라."


대기업? 그때까지 나이 드신 울 어머니 같으신 분에게는 크게만 느껴졌던 금성사라는 곳에서 입사 추천이 왔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막연하게 직장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전공인 의류학으로 어떤 회사를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던 우리는 낯선 입사추천서 소식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금성사에서 왜 의류학과에 추천서를 보냈을까? 그것도 여학생을 찾는다고? 부서는 세탁기 설계실이라는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교수님도 해주실 수는 없었다. 그 직장에 들어가서 겪어보니 교수님도 알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여성이 취직을 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이라고 한편으로 포기하고 있던 4학년 머리가 큰 여학생들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흰 가운을 입으신 담당교수님은 "관심 있는 사람 직접  와라."라는 말을 한 번 더 하시고는 강의실을 나가셨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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