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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난생처음 '견생네컷'

by 햇님마을아파트


2023 1230


"엄마, 엄마!

우리 쏘피랑 같이 인생네컷 찍어요!"


"인생네컷? 스티커 사진?

네가 친구들과 놀 때마다 찍어서 책상 위에 하나 가득 있는... 저거?"


나는 손가락으로 딸내미 책상 위를 가리키며 말한다.


"네에, 맞아요!! 쏘피랑도 찍고 싶어요!"


뭐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딸내미는 마냥 뻔뻔하고 밝게 대꾸한다.


고딩 딸내미에게 스티커사진 찍기는

친구들과 놀 때 통과의례처럼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 같다. 책상수많은 스티커사진을 보면서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들의 세상을 존중해줘야 한다. 나에게도 그때 그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딸내미 책상 위를 정리할 때마다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었다.

'아이고, 이게 다 돈이 얼마냐?! 찍어놓고 보지도 않을 것을...' ㅜㅜ

'요놈들 예쁘네. 참 좋을 때다!' 하하하;;ㅜㅜ♡


이 상반되는 생각이 머릿속을 정신없이 돌아다니지만, 그래도 결론은

'너의 청춘을 인정한다'이다.

.

.

.


"그래, 그래! 가자!

우리 최쏘피도 찍어보자! 견생네컷!"


나도 딸내미와 같은 표정으로 신나게 말해본다.


앗싸! 나도 이번 기회에 MZ들의 필수 아이템 중 하나인 '인생네컷' 좀 소장해 보자!

쏘피 덕분에 나의 사심이 하나 채워진다.

고딩 딸내미와 최쏘피와의 '견생네컷'!

생각만 해도 기부니가 막 좋아진다! 룰루랄라~!





2023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2024년 청룡의 해!

최쏘피가 14살이 된다!


두 달 반 전, 녀석의 아픔을 알게 되고, 가족들과 함께 울고, 이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었다.

녀석과 평생을 함께한 고딩딸과 재수생 아들은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대학 입시라는 중요한 시기를 목전에 두었기에, 많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

솔직하게 아픔을 이야기하고, 받아들이기!

우선 엄마인 나부터 나의 생각을 표현하기!


표현방법 중 하나는 나의 이 일기 같은 글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부족한 글이기에 부끄러웠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속내를 알아채기를 기도했다.


쏘피는 우리 가족에게 매 순간 기쁨을 주었고, 죽음을 앞에 둔 지금까지도 가장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야 할 때 남은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한정되어 있는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그래도 잘 버텨주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나의 아들, 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이제는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근심보다는 더 단단한 아이들이라는 것을 요즘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녀석과 함께 첫눈을 보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그리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가족 모두 지금 웃고 있으니...



"기특한 녀석! 최쏘피 고마워! 잘 버텨주어서..

너와 함께 하는 선물 같은 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마워!"





2023 1230 최쏘피와 견생네컷♡ '어리둥절 최쏘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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