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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Apr 19. 2024

35화 (1) 능동적인 마침표


회색빛 무거운 구름이 가득했던 2월의 날, 쏘피를 소풍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에 앉아있던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도 나중에 세상을 떠날 때,

쏘피처럼 저렇게 잠자듯이 편안하게 떠나고 싶어.

가족들 얼굴 하나하나 다 보고, 잠자듯이 편안하게..."



아들은 나의 말을 유심히 들어주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창 밖의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한다.


나의 죽음을 능동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순간이 까?

나에게도 그런 복이 있을까?

나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을까?

'능동적인 마침표' 예전에 보았던 이 문구가 생각이 난다.

능동적인 마침표...


쏘피의 죽음은 능동적인 마침표인가...

쏘피야, 그렇게 너를 보낸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니?!

나는 맞는 건가?

나는 ...  찮은 건가? 



쏘피를 소풍 보내고,

죽음이 나의 곁에 함께 한 순간이 

힘겹다.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의 조각들이 파편이 되어

나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2월의 첫날 이른 아침,

가족 모두 분주히 움직였다.

한숨도 자지 못한 얼굴의 아들과 딸은

비몽사몽 한 쏘피를 쓰다듬고 있었다.




쏘피는 전날 밤에도

착, 착, 착, 착, 착...

중독성 강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온 거실을 헤매고 비틀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쓰러지기도 하고, 

방향감각을 잃고 구석으로 들어가면 나오질 못했다.

이렇게 수많은 날과 수많은 밤을

독한약을 먹으며 버티고 버텼다.


쏘피의 약은 날이 갈수록 양이 많아졌고,

많은 약을 먹어도 증상은 심해졌다.

간수치는 정상치의 몇십 배가 넘은 지 한참이 지났다.

그냥 그렇게 녀석은 버티고 버텼다.


한계를 느낀 것은

걷다 쓰러지고, 걷다 쓰러지고

그래도 또 멈추지 않고 걷다 쓰러지는 녀석의 모습을 보던 날 밤이었다.

병원에서 비상시에 먹이라고 준 수면제를 먹여도 녀석의 증상은 제어되지 않았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본 가족 모두는 대성통곡을 했고,

고통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녀석을 끌어안으며 나는 펑펑 울었다.



'이제는 너를 보내줘야겠구나.

이 결정을 너는 못하니, 내가 해야 하는구나.

내가 널 보내줘야겠구나.'









그리고 다음날

나는 수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목이 꽉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목을 풀어보려

침을 꿀꺽 삼켜보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가족들과 상의를 한 후, 전화드립니다.

쏘피가 이제는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안락사 진행을 하고 싶어요.

안락사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혹시...       많이 아픈가요?"



수의사 선생님은 나의 질문을 들으시고,

침착하게 대답하신다.



"가족들모두 상의하시고 전화 주신 거죠?

안락사가 진행되면 그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주사 한방이면 아이가 잠자듯이 그렇게 끝납니다.

그렇게 보내면 이제 다시는 아이를 보실 수 없습니다.

...

신중하게 생각하신 건가요?"



수의사 선생님의 대답을 들으니,

참았던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선생님, ㅠㅠ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쏘피가 혼자 떠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요.

그리고 밤마다 너무나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해요. 이제는 보내줘야겠어요.

쏘피가... 쏘피가 많이 힘들어해요."




그리고 그렇게 쏘피의 안락사 날이

2월 1일로 정해졌다.







2월 1일 아침,

쏘피는 아침밥을 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쓴 약을 억지로 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산책을 갔다.


침통한 표정의 아들과 딸은 쏘피를 연신 쓰다듬고, 끌어안고,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그 동그란 눈을 많이 많이 쳐다봤다.


그 좋아하던 산책도 녀석은 힘든지 기운이 없다. 잔뜩 구겨진 표정과 힘없는 걸음걸이...

누구를 위한 산책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녀석은 힘들어했다.




그렇게 녀석의 마지막 산책이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녀석을 가슴으로 꽉 끌어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10시10분 눈의 쏘피. 마지막 산책길이 참 힘들었나부다.
누워있는 쏘피를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딸
햇볕을 받고 자고 있던 너, 그립다.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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