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사랑스러운 털복숭이들♡
마지막 이야기 1
오랜만에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고딩딸과 함께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얼마만의 외출인지 모르겠다.
탁 트이는 시야와 잠시 느껴지는 일탈은
나를 급속충전시켜 준다.
나는 운전을 하며, 임영웅 님의 노래를 틀었다.
"내 아름답던 사람아
사랑이란 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더라.
이별이란 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할 사람아~~~
(중략)
바람이 분다 옷깃을 세워도
차가운 이별의 눈물이 차올라
잊지 못해서 가슴에 사무친
내 소중했던 사람아
(중략)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임영웅 '사랑은 늘 도망가' 중)
친정엄마는 신나게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나의 고막을 타고 심장까지 흐른다.
세월이 느껴지는 엄마의 노랫소리는 나의 심장 한켠을 잠시 아리게 한다.
엄마의 시선은 차창 밖 8월의 초록에 닿아있다. 무성한 초록빛 이파리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뜨거운 햇살을 바라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운전 중인 딸은 엄마의 눈빛을 자세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엄마도 나처럼 이 순간이 충전의 시간이길...
엄마는 숲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아롱이는 참 착했어.
저기 보이는 작은 산, 저 산 보이지?
저기로 아롱이랑 자주 산책을 갔었는데...
아롱이는 내가 걸음이 느려 뒤쳐지면 수시로 뒤를 쳐다보며 날 챙겼어."
'아롱이'는 친정엄마가 예전에 15년을 키웠던 강아지다. 사슴같이 동그란 눈에 짧은 갈색털을 갖고 있던 믹스견 아롱이는 참 순하고 영리했고, 15년을 건강하게 살았다.
그리고 15살이던 해 많이 아팠고, 자궁암 수술 후 회복하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아롱이를 떠나보낸 지 벌써 약 13년이 지났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친정엄마는 가끔씩 "우리 아롱이는~ "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하신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말을 이으신다.
"쏘피도 참 착했어.
지금은 아롱이랑 같이 잘 있을 거야. 그지?"
친정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숨겨두었던 아니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돌멩이 하나가 호수에 파동을 일으키며, 눈가를 촉촉하게 만든다.
'아! 쏘피야!
시간이 지나도 넌 언제나 그리움이구나.'
그리움의 크기는 시간이 흘러도 작아지지 않는다.
가장 고운 손수건으로 예쁘게 싸서 나의 가슴 속 서랍에 숨겨두었건만,
자의가 아닌 순간 툭 튀어나와
알싸한 아픔과 함께 느껴진다.
그래도 이제는 쏘피를 생각하면
녀석의 사랑스러운 아이보리빛 곱슬 털과 구수하고 포근한 냄새와 감촉, 그리고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숲 속에서 신나게 꼬리 흔들며 뛰어가는 녀석의 궁둥이가
알싸한 아픔과 함께 떠오르니...
이만하면 괜찮은 거라고, 잘 지내고 있는 거라고
해야겠지?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과 아롱이의 옛 추억 / 개구쟁이 아기였던 내 아들을 늘 봐주고 놀아줬던 착한 아롱이♡ 고딩딸이 4살이었던 그 시간부터 딸과 쏘피는 늘 함께였다 ♡
"어서 쉬지말고 날 만지시오!" 엄한 눈빛으로 계속 만지라던 쏘피♡
반려견으로 시작된 인연이
깨알같이 많은 시간 속에서
작은 행복들로 가득 채워지며,
어느 순간 그냥 가족이 되어버린
우리의 사랑스러운 털복숭이들.
오늘도 난 너희가 참 좋다.
그리고 참 보고 싶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습한 날씨와 무더위에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그동안 브런치에 쏘피의 이야기를 적으며
많이 위로받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하고 감사한 이 마음은
저의 부족한 어휘력으로 감히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이렇게 길~~~~ 게,
장황하게 써 내려감을 용서하세요♡
쏘피를 보낸 후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은 시발점이 되어서
계속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더군요.
제가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쓴다면,
그건 다 브런치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덕분입니다.
쏘피로 시작된 글이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고, 공감해 주시는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의 따스함에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었거든요♡
쏘피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무척 고민스러웠습니다. 오랜 시간 틈틈이 고민해 봤지만. 아직도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ㅜㅜ
그래서 더 이상 억지로 발버둥 치지 않고,
시간의 강물 위에 힘을 빼고 둥둥 떠있어 보자 생각했습니다.
그리움과 슬픔의 크기가 어떤 모양으로 바뀌는지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떠있어 보니, 지금은 여기만큼 와있네요.
이제는 좀 발버둥을 쳐봐야 하나 하는
부끄러움과 고민도 있지만,
아직은 조금 더 떠내려가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느린 제가 죄송합니다.
40화의 부제로 '마지막 이야기 1'을 적어보았습니다.
마지막 이야기가 2편이 될지? 3편이 될지? 모르겠으나,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쏘피가 잊혀지지 않고
나의 기억 속에, 가족의 기억 속에,
그리고
작가님들, 독자님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이
눈물 나도록 감사합니다.
그리고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음을
알게 해 준 나의 사랑스러운 털복숭이 쏘피에게 감사합니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일상 속에서 시원한 웃음과 행복이 곁에 머무시길,
이 푸른 초록빛을 가득 안으시고
가장 젊은 오늘을 즐기시길,
두 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