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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더미처럼 고기를 쌓아주는 보쌈집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장원보쌈, 두 번째 이야기

by 가위바위보쌈


KakaoTalk_20250424_171844293_04.jpg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장원보쌈 주꾸미보쌈

요즘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그런데 이 집은 가격 대비 푸짐함을 자랑하지 않나 싶다. 그것도 강남 논현동 복판에서다.


주꾸미보쌈은 사진처럼 주꾸미와 보쌈이 같이 플레이팅 돼서 나온다. 기대한 것과 달리 주꾸미는 양념으로 된 볶음이 아닌데, 그래도 고기와의 조화에는 큰 지장이 없어 보인다.


먼저 고기부터 설명하자면, 이 집의 고기는 평균이상이다. 고기의 부드러움은 물론이고, 육향을 그대로 잡고 있다. 부위는 목살인 것 같은데, 퍽퍽함은 전혀 없다. 고기가 좀 식었을 때는 부드러움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살코기와 비계의 조화, 육즙, 식감 등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이다.


역시 이름 걸고(?) 장사하는 곳(정확히는 '성'을 걸고)이다 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전편에서 소개했듯 '새우젓'이 비법인 것 같은데, 그게 먹는 방법인지 고기를 만드는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과한 양념을 넣어서 고기를 잡지 않고, 적당한 재료들로 고기를 잘 익혀서 내놓은 게 확실했다.


이 집의 킥은 '김치'다. 김치는 정말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맛이다. 일전에 언급했던 적이 있긴 한데, 이 집의 김치는 내 생각엔 고추장이 들어간 것 같다. 솔직히 적응하기 힘든 맛이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김치 유형이기 때문이다.


과일을 많이 갈아 넣은 듯 단맛이 강하고 굴이 들어가서 바다내음도 함께 품고 있다. 부드러운 고기와 진한 양념의 김치가 만나면 한입이 꽤나 잘 어울린다. 그것도 신기하다. 고추장이 들어간 게 맞다면, 고추장의 텁텁함을 고기의 부드러움이 잡아줘서 그런 걸까? 비법은 모르겠지만, 김치가 고기를 은근히 잘 보듬어주는 느낌이 났다.

KakaoTalk_20250424_171844293_06.jpg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장원보쌈 김치의 모습

주꾸미는 그냥 주꾸미다. 뭐 딱히 양념을 해서 데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데쳐서 나왔다. 고기, 김치와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는, 무가공의 주꾸미였다.

KakaoTalk_20250424_171844293_08.jpg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장원보쌈 보쌈족발 반반

계속 먹다 보니 더 먹고 싶었다. 그래서 보쌈족발 반반을 시켜봤다.


사실 보쌈집에서 족발 먹는 걸 안 좋아하지만, 일행이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시켰다. 그런데 역시 족발은 별로였다. 딱히 뭐 대단한 맛도 아니고, 그냥 아무 맛이 안나는 무맛이었다. 부드럽긴 했는데, 족발 특유의 향이나 달달함도 없었고, 그냥 좋은 고기 쓰는 정도라고 느꼈다.


새로 시켜서 갓 나온 고기는 역시 맛있었다. 부드러웠고, 느끼하지 않았으며 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 집의 보쌈이 맘에 들었던 점은 수북이 쌓여서 왔기 때문이다. 정말 산더미처럼 고기가 잔뜩 올려져 있었는데, 이 가격에 저 정도 양이면 정말 가성비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50424_171844293_10.jpg 서울 강남구 논현동 유장원보쌈 쟁반국수

마지막으로 쟁반국수까지 섭취해 주면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보쌈과의 조화는 끝이다. 쟁반국수는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고, 어디선가 먹어본 그런 맛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돌솥비빔밥을 시켜드시는 아저씨들이 꽤 있었는데, 먹고도 모자라면 돌솥비빔밥을 마무리로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배부르게 먹고 거리로 나오면, 이 주변은 꽤 휑해 보인다. 하지만 건너편으로 가면 골목골목 숨은 맛집들이 있다. 학동역 인근으로 가도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맥주집이나 술집이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논현동에서 찾기 힘든, 수북이 고기를 올려주는 보쌈집. 유장원보쌈이다.


같이 보면 좋을 글: "이름 걸고 장사하는 보쌈맛집" https://brunch.co.kr/@redlyy/100 (유장원보쌈, 첫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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