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치 대신 사과와 먹는 수육

서울 종로구 능라밥상 광화문점, 간단한 리뷰

by 가위바위보쌈

이북에서 온 사람이 만드는 음식은 어떤 맛일까.


개인적으로 이북요리를 좋아한다. 평양냉면은 물론이고, 이북식 제육(수육)은 보쌈을 좋아하는 내겐 행복을 선사하는 요리다. 한국에 이북식을 흉내 내는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여러 군데를 맛볼 수 있었다. 그중에는 별로인 집도 있지만, 상당히 괜찮은 곳들도 있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흉내 내는 이북식당 사이에서도 굳건하게 '진짜 이북식당'을 지키는 맛집들이 있다. 오늘은 최근 들른 이북식당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식당을 간단하게 리뷰해보려고 한다.


이 집은 종로구 정동길 끄트머리에 있다. 본점은 행촌동(독립문역 근처)에 있는데, 본래 주인의 아들이 운영하는 이곳은 회사원들이 즐비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능라밥상이다.


능라밥상의 원 주인은 북한이탈주민이다. 탈북민 1호 여성박사 이애란 박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위에 언급했듯 분점인 광화문점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북식 요리를 이북에서 먹어본 적은 없기 때문에 이 집의 음식이 이북의 것과 얼마나 다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집의 요리는 확실히 남한의 요리들과 다르다.


그중에서도 내가 먹었던 수육을 다뤄보고 싶어서 간단 리뷰를 들고 와봤다.

KakaoTalk_20250724_154336100.jpg 서울 종로구 능라밥상 광화문점 수육

이 집의 수육은 싼 가격은 아니다. 이북식 편육이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있는데, 맛보기 가격이 8000원이었나. 한 점당 가격이 2000원가량 됐던 것 같다. 사진 속 수육은 16000원짜리로 기억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양배추 김치와 사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우선 이 집의 고기는 상당히 야들야들하다. 얇게 썬 탓도 있지만 부드럽게 잘 만들어놓은 것 같다. 고기의 육향은 남아있고 돼지잡내도 어설프게 있지만, 사과와 양배추가 그 냄새들을 잡아준다.


그래서인지 느끼함은 없고, 사과의 달달함이 살짝 곁들여져 있는 상태에서 양배추의 양념이 조화롭게 들어온다. 양배추 김치는 양배추라는 걸 모르고 먹었을 정도로 맛있다.


양배추 김치가 이북에서 많이 먹는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늘 먹던 보쌈김치와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양배추라서 자칫 너무 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양념 덕인지 그렇지도 않았다. 사과는 아삭함과 동시에 약간의 단맛을 선사해 주기 때문에 고기와 잘 어울렸다. 고기 자체만 따로 먹을 때보다 확실히 양배추, 사과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됐다.


이 집의 냉면과 다른 요리(만두 등)는 사진을 찍지 못해 리뷰하지 않겠지만, 꽤나 먹을만한 곳이다. 평양냉면은 국물이 진하고, 면은 직접 뽑은 면이라 다른 평양냉면집과 달랐다. 면 안에 국물이 스며들어가 있어서 먹기 좋았고, 평냉 초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광화문에 들르게 되면 이 집에 가서 사과와 함께 수육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능라밥상 광화문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국밥집에서 먹은 평양냉면과 수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