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구상에서 가장 조화로운 음식, 보쌈
"그럴 수 있겠다"
보쌈을 좋아한다고 하면 신기해하면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보쌈은 대중적이면서도 대중적이지 않다. 사람들은 보쌈을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진 않는다. 보쌈은 친숙한 것 같으면서도 멀다. 사람들에겐 갈색으로 치장된 삼겹살로 만든 보쌈이 일반적이다. 칼국수 집에서 사이드 메뉴로 주문하는 보쌈이나, 족발집에서 시키는 보쌈이 제일 친숙하다. 그래서인지 보쌈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한다.
내게 보쌈은 특별하다. 어릴 적 어머니가 김장철 만들어줬던 돼지고기 보쌈.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 때, 뭐인지 고민하기 싫어서 떠올렸던 음식이다. 그때부턴 보쌈 덕질이 시작됐다. 보쌈을 사랑하고, 보쌈을 생각하고, 보쌈을 찾아다녔다. 자연스럽게 보쌈을 자주 먹고, 자주 만들게 됐다.
보쌈의 사전적 정의는 삶은 돼지고기를 편육으로 썰어서 배춧속이나 보쌈김치 따위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본래 보쌈은 '보쌈김치'를 뜻하는 말이었다. 조선시대, 어쩌면 그 이전에는 배추 안에 배춧속을 넣고 돌돌 말아서 보기 좋게 썰어낸 김치 요리를 '보쌈'이라고 불렀다. 고춧가루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하얀 김치 요리가 빨갛게 변했고, 김장철에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먹게 된 것이 지금의 보쌈으로 보인다.
보쌈이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한 음식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삶아내기까지 인내, 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 속엔 삶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보쌈을 파는 전문점을 찾아가면 따뜻함과 정(情)이 물씬 느껴진다. 사람 사는 냄새가 보쌈에 묻어있다.
세상 곳곳엔 숨어있는 보쌈이 많다. 그리고 보쌈 속엔 이야기가 있다. 인생의 고됨이 담겼고, 무한의 노력이 담겼다. 곳곳에 숨은 보쌈을 드러내고 싶다. 보쌈이 누구에게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적어 내려가고 싶다.
이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보쌈 덕후의 이야기다. 수년간 혼자 해온 보쌈 덕질을 공유해보고 싶다.
저와 같이 보쌈 드시러 가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