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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Sep 14. 2023

보쌈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이곳처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락관(현재 폐업)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락관 메뉴

최근 인스타그램에 자주 뜨는 보쌈집이 있다. 지인들 여럿이 이곳을 보내줘서 호기심에 눌러보았다. 이름부터 '모락관'. 무언가 고급스러운 느낌이면서도 너무 진입장벽이 높지는 않은. 그런 이름에 1차로 끌렸다.


사진도 흥미로웠다. 요즘 생기는 보쌈집들은 삼겹살을 얇게 썰어놓거나, 무말랭이로 대충 때우는 곳이 태반이다. 당연히 맛은 없다. 사진부터 실패인데 무슨 말을 할까. 그런데 이곳은 사진부터 달랐다. 떼깔이 고운 보쌈과 전통적인 모습으로 만들어진 보쌈김치. 그래서 당겼다.


압구정로데오 한복판에 있는 모락관은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가득 찬다. 찾기 힘든 곳에 있는데, 지도를 보고 도착한 건물 주차장 쪽으로 살짝 들어가면 건물 입구가 나온다. 그 건물 2층으로 가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 따로 입구가 없고 그곳이 입구다. 빈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주말에 가면 다 예약된 자리다. 캐치테이블로 예약이 가능하다. 평일에는 빈자리가 꽤 있다.


SNS 속 인기 탓일까. 손님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의자와 테이블은 매우 깨끗하다. 주문은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로 할 수 있다. 신세대 보쌈집이다.


반찬은 간단하다. 마카로니와 무말랭이 절임, 마늘과 고추, 깻잎, 비법소스와 새우젓, 쌈장이 나온다. 보쌈의 구성은 항정살, 목살, 삼겹살이다. 시키고 얼마 안 있어서 김치가 나오고, 가스버너와 함께 요리 뚜껑에 덮인 보쌈이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락관 고기와 김치

이곳의 고기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렇게 특출 나지는 않다. 너무 맛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를, 그 정도는 아니다. 처음 먹어보는 맛도 아니다. 너무 놀랍거나, 맛있어서 신기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하지만 보쌈을 가볍게 즐기는 사람들한테는 이 근방에서 모락관만 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고기가 부드럽다. 이유는 사진에도 나와있듯 비계가 많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항정살은 기름이 많이 있어서 생각보다 부드럽다.


만드는 방식도 한 몫한 것 같다. 일단 모락관의 고기는 처음에 나올 때 뚜껑에 덮여 나온다. 그리고 고기가 담긴 그릇 아래에 물이 담겨있는데, 그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로 고기에 수분을 채워주는 것 같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락관 고기가 담긴 그릇

바로 이런 식으로 나온다. 옆에 타이머의 시간이 울리면 직원이 와서 뚜껑을 열어주고, 그때 김치와 함께 먹으면 된다. 너무 익혀서 고기가 질겨지는 걸 막기 위해 최선의 시간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자칫 질길 수 있는 목살 부위도 충분히 부드럽다. 비계를 싫어하는 사람들한테 이만큼 좋은 고기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추가 고기로는 목살 부위를 시켰다.


아쉬운 점은 항정살과 삼겹살에 기름이 많다 보니 돼지 잡내가 강하다는 것이다. 돼지향이 아니라 잡내가 끝에서 살짝 느껴진다. 비릿할 수 있기 때문에, 미묘한 맛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불쾌할 수 있다. 항정살은 계속 먹다 보면 느끼하다.


그래서인지 김치의 양념이 강하다. 젓갈맛도 살짝 나고 양념이 센 편이다. 자칫 불쾌할 수 있는 돼지잡내를 김치가 잡아준다. 요새 생기는 보쌈집에서 보기 힘든 김치 비주얼과 맛이다.


고기가 좀 식었다 싶으면 그릇 아래 물을 채워 넣고 약불로 끓이면 된다. 그래서 퍽퍽하거나 식은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모락관은 고기와 김치의 맛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섬세한 부분을 잡은 '괜찮은' 곳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락관 추가 목살 고기

모락관의 고기는 최고도 아니고, 아까 말한 대로 맛있어서 소름 돋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여길 소개하는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SNS에 펼쳐진 마케팅뿐만 아니라, 섬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곳곳에 장치들이 많다. 고기가 질겨지지 않게 만들어진 '모락모락 한' 그릇이라든지, 곁들여 먹는 들기름막국수와 삼겹비빔밥이라든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다. 압구정로데오에 있는 다른 음식점들은 가격이 꽤 나간다. 보쌈이 이 퀄리티로 이 가격에 나올 수 있는 곳은 모락관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는 국내산 고기가 아니기 때문. 하지만 국내산 고기만 맛있진 않다. 충분히 이 정도 맛에 이 가격이면 압구정에서 입소문이 날법하다.


깔끔한 인테리어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다. 그리고 캐치테이블이라는 사용하기 편한 어플로 예약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압구정에서 놀기 전에 가볍게 저녁을 먹기 적합한 곳 아닐까.


화장실 앞에 가면 이 집의 마케팅 비결이 또 있는 듯하다. 연예인들의 사인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모락관 사장님이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높을 수 있는 보쌈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생각이 드는 곳.

만약 보쌈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이렇게 하고 싶은 곳, 모락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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