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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Sep 28. 2023

돼지고기를 가장 진하게 만나는 방법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나루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나루(아크로점) 안주거리

보쌈과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무엇일까. 최고의 난제다. 소주를 먹어도, 레드와인을 먹어도 잘 어울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선호도는 달라진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음식의 맛을 해치지 않는 소주를 선호할 수 있다. 달달함을 원하는 사람은 막걸리, 가볍게 한잔하고 싶은 사람은 레드와인이나 맥주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보쌈을 떠올리면 막걸리가 잘 매치될 때가 있다. 소맥도 좋고 소주도 좋지만, 막걸리는 특히 더 보쌈과 잘 곁들여서 먹곤 한다.


그중에서도 마포에 가면 막걸리에 보쌈을 많이 찾게 된다. 락희옥 본점이 마포에 있고, 전집 골목 마포에 있어서 1, 2차로 먹기 편한 이유도 있다.


마포에서 막걸리와 보쌈을 가장 자주 먹었던 곳은 마포나루다.


마포나루는 마포에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모임 장소 중 하나다. 안주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는 탓이다. 항상 저녁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붐빈다. 근처 직장에서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마감 시간 전까지 분주하게 술을 들이켜는 곳이다.


도화본점과 아크로점이 있는데, 인터넷 예약이 되는 곳은 아크로점이다. 맛의 큰 차이는 없다. 아크로점은 대로변에 있고, 도화본점은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다.


마포나루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선시대 주막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막걸리가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내부 인테리어다. 의자가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분위기에 취하기 딱 좋다.


자리에 앉으면 모니터를 눌러 메뉴를 시킬 수 있다. 술, 안주거리들이 다양하다. 특이한 종류의 막걸리도 있다.


시그니처인 닭볶음탕, 보쌈이 인기가 가장 많다. 막걸리가 어울리다 보니 전 종류도 많이들 찾는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마포나루만큼 큰 곳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흥이 오르게 하는 곳이다.


모니터를 통해 주문하고 기다리다 보면 메뉴가 나오기 시작한다. 떼깔 고운 보쌈을 보고 있으면 젓가락에 손이 절로 간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나루 나루보쌈

마포나루의 보쌈 이름은 '나루보쌈'이다. 구성은 간단하다. 보쌈김치와 수육, 마늘과 고추, 새우젓이다. 부위는 삼겹살로 추정된다. 하지만 비계가 많은 삼겹살은 아니다. 느끼하거나 먹기 불편하지 않다.


이 집의 고기는 굉장히 진하다. 색깔에서도 알 수 있듯 고기 냄새를 없애기 위해 진한 재료를 넣은 듯하다. 된장은 물론 달달한 종류의 양념도 들어간 것 같다.


그래도 너무 진해서 먹기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처음 먹었을 땐 누구나 맛있게 느껴지는 맛이다.


그리고 질릴 때쯤 김치가 제 실력을 발휘한다. 입에서 너무 단맛이 진하게 느껴질 때 김치가 그 자리를 파고든다. 김치는 아삭아삭 시원한 것은 물론이고 달달함이 강하지 않다.


달달함은 고기의 몫이기 때문에 김치는 부드러움을 갖췄다. 속이 가득 차있기 때문에 입안을 김치가 가득 채운다. 고기 위에 김치를 싸서 먹으면, 한입이 뿌듯해진다.


이 집 보쌈은 종로, 을지로의 보쌈 맛집과 다르다. 건너편에 있는 영광보쌈과도 매우 다르고, 반대쪽 건너편에 있는 락희옥과도 매우 다르다.


종로, 을지로의 보쌈이 대중가요라면 이 집의 보쌈은 인디밴드의 노래 같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장르를 택해서 유명해진 인디밴드의 노래 같다.


빠르게 혀를 치고 들어와서 희열을 느끼게 하는 맛이 있다. 다소 거칠면서도 혀를 장악하는 고기, 부드러움으로 거친 고기를 매워주는 김치. 이 둘이 조화를 적절하게 이룬다.


그래서 종로, 을지로의 보쌈과 달리 아예 다른 분야의 음식 같다. 어슷 썬 을지로의 전지보쌈이나 종로보쌈골목의 정갈한 삼겹살과 달리 다소 투박해 보이면서 신기한 맛을 선사한다. 틀린 맛은 아니지만, 다른 맛이다.


어머니가 해주던 수육의 맛도, 프랜차이즈 보쌈에서 먹던 맛도, 유명한 보쌈골목의 맛도, 막국수 집에서 파는 수육 맛도 아니다. 마포나루의 보쌈은 그냥 마포나루의 보쌈이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나루 나루보쌈 고기의 모습

마포나루에는 보쌈 말고도 다양한 음식이 있다. 앞서 언급한 닭볶음탕은 물론이고 각종 전과 찌개류도 유명하다. 술이 절로 들어가는 곳이다.


아쉬운 점은 영업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9시쯤 되면 주방을 마감한다.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 밤늦게까지 놀기는 어려운 곳이다.


그래도 맛있게 다양한 음식을 먹기 좋은 곳이다. 동시에 색다른 보쌈을 맛볼 수 있기에 이 집을 종종 선택하곤 한다.


보쌈만 두고 봤을 때 최고의 집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석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맛을 보여주는 보쌈이다. 다른 음식들과 함께 이 보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찾을 법한 맛집이라고 추천할 수 있다.


마포나루를 나오면 다양한 술집들이 주변에 많다. 지하철역도 공덕역이라 여러 사람이 모이기도 좋은 곳이다. 연말연시에 모여서 송년회를 하기에도 적합한 보쌈맛집이다.


글을 쓰면서도 마포나루의 보쌈이 생각난다. 이상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돼지고기의 진함, 색다르고 오묘한 맛, 그러면서도 정석에 가까운 듯한 보쌈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돼지고기가 얼마나 진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곳, 마포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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