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위바위보쌈 Oct 05. 2023

삼겹살이 질릴 때쯤 찾는 고기

서울 강동구 성내동 전주김제맛집

서울 강동구 성내동 전주김제맛집 메뉴

보쌈을 가장 쉽게 먹는 방법은 삼겹살 수육에 겉절이를 얹어 먹는 것이다. 여러 차례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많은 보쌈집이 삼겹살로 수육을 만든다. 잡내를 없애기에도 용이하고, 비계와 살코기의 조화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런 삼겹 보쌈이 질릴 때가 있다. 가게마다 맛은 다르더라도 뭔가 특별한 보쌈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찾는 보쌈 맛집이 있다. 둔촌전통시장에 있는 전주김제맛집이다.


둔촌동역 3번 출구를 나와서 전통시장 골목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소문난 곱창' 바로 옆에 전주김제맛집이 있다. 시장 한복판에 있어서 그야말로 정겨움이 물씬 풍겨오는 곳이다.


가게 바깥에는 수육용 고기들이 진열돼 있다. 아마 태어나서 한 번도 이 부위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잘 쓰지 않는 돼지고기 부위이기 때문이다. 삼겹살도, 앞뒷다리살도, 목살도 아니다. (부위가 어디인지는 고기 설명 때^~^)


허름해 보이는 가게 내부로 들어오면 소주 한잔을 기울이고 계신 어르신들이 있다. 조금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내부다. 하지만 좋게 표현하면 시장 특유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메뉴판에 순대요리들이 적혀있고, 수육과 편육, 홍어 삼합 등이 있다. 이 집의 메인은 뭐니 뭐니 해도 수육이다.


수육을 시키고 앉아 있으면 반찬이 나온다. 파김치와 일반 김치가 나온다. 보쌈용 김치는 아니다. 파김치는 짜파게티와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은, 그냥 파김치만 먹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퀄리티 있다.


그렇게 앉아서 김치 맛을 보고 있다 보면 고기가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의 시간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전주김제맛집 수육

전주김제맛집의 고기는 신기하다.


어릴 적 콜라나 초콜릿을 처음 먹었을 때 기분을 기억는 사람이면 이 말에 공감할 수 있다. 또는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던 그 기분을 기억한다면 이와 비슷할 것이다.


보통의 보쌈을 즐기고 느꼈다면, 이곳의 수육은 다르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평소 먹던 수육과 다른 새로움이다.


처음에 친구에게 이 집 고기의 사진을 전달받았을 때 부위가 머릿고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보쌈이 아니라 그냥 순댓국집에서 파는 머릿고기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마도 만드는 방식은 마늘과 대파를 넣고 찌는 것테다. 찌는 방식으로 만든 고기가 맛있으려면 질 좋은 고기를 써야 하는데, 이 집 고기는 잡내도 없기에 질 좋은 부위를 쓰는 것 같다.


궁금할 수 있는 이 집의 고기 부위는 '돼지 턱살'이다. 사장님께서는 목 근처라고 설명하셨는데 모양이나 위치로 봤을 때 턱살 정도로 추정된다. 정확히 어디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모소리살이나 뽈살 그 근처 어디인 것 같다. 바깥에 진열된 자르기 전의 고기 모습을 보면 둥글둥글하게 생겼다.


어쨌든 고기는 맛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집 고기는 정말 맛있다. 고기가 쫀득쫀득한 수육은 쉽게 찾기 어려운데, 이 집 고기는 정말 쫀득쫀득하다.


녹아내린다는 표현을 고기에 쓰기 어려울 수 있는데, 전주김제맛집 고기는 녹아내린다.


맛만으로 따지면, 평양냉면 같은 맛이다. 무맛에 가깝기 때문이다. '맛없다'가 아니라 고기의 맛만 느껴진다. 그래서 소주랑 잘 어울린다. 밍밍할 수 있지만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


파김치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칫 밍밍해서 질릴 수 있을 때 파김치의 자극적인 맛이 들어오면 정말 잘 어울린다. 일반 김치도 나름의 양념이 있어서 잘 어울린다.


평범한 보쌈집이랑 다르지만, 특이한 부위에서 새로운 보쌈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곳이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전주김제맛집 밑반찬과 대박전골

전주김제맛집은 네이버에 쳐도 나오지 않은 숨은 식당이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곳이다. 그래서 소개를 하기 아까울 정도다.


그런데도 기꺼이 내놓는 이유는 삼겹보쌈이 질릴 때쯤 찾기 딱 좋기 때문이다. 여태껏 시리즈로 연재했던 많은 보쌈집들을 하나씩 찾았다면, 특별한 보쌈을 찾기에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


이 집의 또 다른 장점은 다른 메뉴들이다. 특히 대박전골이 술안주로 딱이다.


대박전골은 이름처럼 양이 대박 많다. 술국 같은데 들깨가 잔뜩 들어가 있어서 걸쭉하다. 건더기가 많아서 양껏 나눠먹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예전보다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시장에서 느끼는 정겨움, 색다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여기 같은 곳이 없다.


전주김제맛집을 나오면 시장을 따라 포장마차가 몇 군데 있다. 좀 더 성내동 골목으로 들어가면 술집들도 여럿 있다. 전주김제맛집에서 어느 정도 배를 불렸다면, 성내동 골목에서 2차를 즐기기도 좋다.


삼겹살이 지칠 때쯤 찾게 되는 곳, 전주김제맛집이다.

이전 16화 돼지고기를 가장 진하게 만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