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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 매력적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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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쌈
Oct 12. 2023
집밥이 그리울 때 찾는 곳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석식당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석식당 밑반찬
가끔 미치도록 집에서 먹던 밥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갓 지은 따끈한 밥과 여러 밑반찬, 그리고 갓 담근 김치와 부드러운 수육. 혼자살 때 쉽게 해 먹기 힘든 생선구이나 강된장까지 있다면 더더욱 완벽하다.
그런 밥이 먹고 싶을 때 찾는 곳이 있다. 여의도 수석식당이다.
수석식당은 서여의도 끄트머리에 있다. 국회의사당역을 나와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쪽으로 쭉 걸어가면 주유소를 지나 삼보빌딩 지하에 이 집이 있다.
'물처럼 돌처럼'이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곳은 꽤나 전통이 있는 맛집이다. 여의도에는 지하에 숨은 맛집들이 많은데, 이곳도 그중 하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생선을 구운 공기가 가득하다. 냄새가 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맛있는 냄새라고 생각하면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밑반찬을 보면 그야말로 집밥이다. 콩나물 무침, 도토리묵, 대파무침. 밑반찬만으로 밥 한 공기 뚝딱할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석식당 메뉴판
이 집의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보쌈과 강된장이다. 요리도 있지만, 정식으로도 파는데 보쌈, 생선구이, 강된장, 순두부탕 등이 있다. 소신발언 하면 순두부탕은 별로다.
당연히 보쌈을 좋아하기 때문에 보쌈 정식을 주문한다. 그리고 생선구이와 강된장도 함께 먹으면 좋다. 양이 너무 많다 싶지만, 그래도 다 먹을만하다.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음식들이 천천히 나온다. 못 기다릴 정도로 느리지는 않다. 정갈하게 썰어 담긴 몇 점의 고기와 돌돌 말린 보쌈김치가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수석식당 보쌈 정식
워낙 전지 보쌈을 좋아하고, 전지 보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지라 삼겹살로 내놓는 수육백반을 보면 신뢰가 안 가곤 한다.
이 집의 보쌈 정식을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이었다. 잘 알지 못하던 집에 아는 선배가 오라고 해서 갔기에 기대감은 더더욱 없었다.
모양을 보고도 큰 기대가 없었다. 그냥 평범한 보쌈 같았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조금 놀라버렸다.
우선 이 집의 고기는 월계수로 잡내를 없앤 게 확실하다. 고기 자체에서 월계향이 많이 난다. 설탕, 마늘, 양파, 사과, 커피 등을 과도하게 쓰지 않았다. 그래서 색도 하얀 편이고, 과한 단맛이 나지도 않는다.
아쉬운 점은 점심에 보쌈 정식을 팔기 때문에 고기가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어떤 날은 굉장히 부드럽고, 어떤 날은 굉장히 퍽퍽하다. 재료가 같아서 맛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수육은 부드러워야 제맛인데 이 집은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맛이 좋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 있는 맛집이다. 잡내 없애는 게 제1의 목적인 수육이기에 이 집은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사람이 많을 때 고기 회전이 빨라서 부드러운 고기를 맛보기가 더 쉬운 것 같다.
어쨌든 퍽퍽해도 꽤나 먹을만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김치가 있다.
이 집 김치는 만들어서 오래 두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에 방문했을 때는 보쌈김치를 꽤 오래 묵혀놓은 듯한 쉰내가 살짝 났다.
다행인 점은 먹었을 때 쉰 맛이 나진 않았다는 것.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 익은 보쌈김치의 맛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고기와도 잘 어울렸다.
이 집의 고기와 김치는 따로 먹으면 안 된다.
따로 먹으면 단점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함께 어우러지면 환상의 짝꿍이다. 플라이투더스카이가 환희와 브라이언 따로 노래할 때보다 같이 부르면 멋들어지듯이 이 집의 고기와 김치는 어우러져야 최상의 맛을 낸다. 신기한 맛이다.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먹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밥이 있다. 밥이 갓 지은 듯 정말 달고 맛있다. 수육백반이 맛있으려면 밥도 맛있어야 하는데 이 집이 그렇다. 밥을 한입 떠서 먹고 고기와 김치를 먹으면 정말 맛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생선구이
이 집이 매력적인 또 다른 요소는 생선구이와 강된장이다.
생선구이는 굉장히 간이 세다. 짠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을 정도. 하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다. 생선구이를 참 좋아하는 친구는
이 집 생선 맛을 본 뒤
"인생 맛집이다"라고 할 정도다.
생선의 살이 엄청 통통하진 않고, 구이 정도가 세게 들어가서 겉보기엔 말라 보인다. 그런데 뜯어먹으면 살이 부드럽고 맛있다.
강된장은 일품이다. 메뉴판에도 Best라고 적혀있을 만큼 훌륭한 맛이다. 밥에다 쓱쓱 비벼먹으면 밑반찬과 함께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친절함
이다. 어머니들이 정말 친절하고 내 아들, 딸처럼 챙겨준다. 그래서 더 집밥 같다. 따뜻한 밥과 매력적인 음식들. 한입씩 입에 넣고 있다 보면 마음도 따뜻해진다.
집에서 먹는 보쌈이 그리울 때 찾는 곳, 수석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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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
보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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