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통인동 효자왕족발보쌈
서촌은 근처 직장인과 관광객, 놀러 온 커플들이 넘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예쁜 한옥집 안을 꾸며놓은 음식점들이 많다. 안주마을이나 계단집처럼 유명한 맛집도 있고, 느낌 있는 LP바나 카페들도 꽤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거리가 붐빈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면 더 사람이 많아진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일 때면 떠오르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중에서도 보쌈을 먹고 싶을 때면 이곳을 찾는다. 바로 효자왕족발보쌈이다.
경복궁역 2번 출구를 나와서 통인시장 쪽으로 쭉 올라오면 칸다소바가 있는 맛집 골목이 나온다. 그걸 조금 더 지나쳐서 가다 보면 막힌 골목이 있다.
골목 안에는 삼다도, 어미담, 오감 등 괜찮은 음식점들이 있다. 그 골목 입구에 효자왕족발보쌈이 있다.
효자왕족발보쌈은 정말 찾기 쉽다. 사장님의 얼굴이 대문짝만 하게 골목 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얼굴을 뒤로하고 입구로 들어서면 주방과 카운터가 나온다. 살짝 더 들어서면 밥을 먹을 공간이 나오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주방과 밥을 먹는 공간이 나온다.
점심 피크 시간대에는 양쪽이 모두 꽉 찰 정도로 이 집은 인기가 많다. 족발을 이름 앞에 달고 있지만, 족발보다 보쌈이 더 인기다. 점심 정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으면 야채와 새우젓, 쌈장, 마늘, 명이나물, 부추무침이 차려져 있다. 메뉴판이 필요하면 QR코드를 찍으면 된다. 메뉴판 역시 태블릿으로 돼있다. 보쌈과 전, 쟁반국수 등이 있다.
보통 점심에는 메뉴판 없이 보쌈 정식을 시키기에 사장님이 한번 확인하고 바로 메뉴를 준비해 준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이 집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보쌈 정식을 시키면 모든 고기를 한 접시에 모아서 준다. 1인 기준 9000원이니 4인분이면 3만 6000원이다.
그런데 밥이랑 순두부찌개까지 나오니 대략 3만 원 정도에 이 정도의 양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위가 삼겹살이랑 전지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 양이면 가성비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족발이 보쌈보다 앞에 있는 집 중에 보쌈이 뛰어난 집을 찾긴 힘들다. 하지만 이 집은 족발보다 보쌈이 두드러질 만큼 보쌈 맛집이다.
수육의 부드러움은 훌륭한 편이다. 약간의 짠맛과 단맛이 엉켜서 혀에 닿는다. 색 때문에 족발처럼 보이지만, 약재가 아닌 된장을 사용한 것 같다. 그래도 된장맛이 심하게 느껴지거나 고기 자체의 맛을 헤치지 않는다.
가성비도 좋은데 고기 맛까지 좋으면 안 먹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 집 고기는 충분히 맛집의 고기에 가깝다.
아쉬운 점은 김치다. 보쌈김치가 아닌 무만 나오기 때문이다.
무속에 가까운 김치인데, 옆에 생배추가 있어서 같이 싸 먹는 느낌이다. 김장철에 남은 무속김치를 가지고 생배추와 고기를 얹어 먹는 느낌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전통적인 보쌈김치, 돌돌 말린 배추 안에 담긴 무속김치가 있는 형태를 좋아해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다.
맛 자체는 훌륭하다. 굴의 시원함이 느껴지고 양념은 적절해서 고기와 잘 어울린다.
이 집은 보쌈 정식에 순두부찌개가 딸려 나온다. 순두부찌개 정식을 따로 팔아도 될 만큼 찌개가 정말 맛있다.
순두부의 양이 풍부하고 달걀도 하나 들어가 있다. 뭐가 남을지 모르겠을 정도로 푸짐하다. 공깃밥은 추가하면 2000원이다.
순두부만 맛있는 게 아니라 반찬도 맛있다. 특히 부추무침이 달달하니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저녁에 오면 각종 술을 곁들여 먹기 좋다. 와인, 막걸리, 맥주 등 다양한 주류가 있어서 저녁 안주로 보쌈을 놓고 먹기에도 좋다.
그야말로 행복한 밥상이다.
요즘 부쩍 서촌에 가성비 떨어지는 음식점, 겉만 번지르르한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집은 그중에서도 행복한 가성비를 선사하는 집이다.
서촌에서 찾은 행복한 밥상, 효자왕족발보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