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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Oct 19. 2023

엄마가 담근 김치가 생각날 때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장원보쌈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장원보쌈 메뉴판

엄마가 김치를 담그면 그날 저녁 밥상에는 야들야들한 수육이 올라온다. 흰 비계와 살코기의 적절한 조화, 갓 담근 빨간 김치를 먹으면 저녁이 행복해진다.


김치는 매일 담그기 힘들다. 그래서 엄마가 해준 김치와 수육을 먹고 싶으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게 아쉬울 때 찾는 보쌈집이 있다. 바로 둔촌동에 있는 장원보쌈이다.


장원보쌈은 30년 이상 전통을 유지하는 맛집이다. 온 가족이 장원보쌈을 운영한다. 둔촌동에는 6년 전에 자리해서 동네 맛집으로 성장하고 있다.


장원보쌈은 그야말로 '동네맛집'이다. 번화가에 있지도 않고, 시장에 있지도 않다. 사람 사는 동네 골목에 있다. 주변에는 식당이 5~6개 정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하철역과도 멀다. 둔촌동역이나 중앙보훈병원역, 길동역에서 한참을 걸어야 찾을 수 있다. 다행인 점은 버스정류장이랑은 멀지 않다. 지하철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둔촌푸르지오 아파트나 윤화돈가스 쪽에서 내리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가게는 간판부터 맛집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것처럼 생겼지만, 신고 들어가면 된다. 들어가자마자 정면으로 부엌이 보이고, 식탁들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간단한 반찬들이 나온다. 다른 보쌈집들이 그렇듯 새우젓과 마늘, 쌈장 등이 나온다.


이곳은 점심에 오면 보쌈 정식이 제격이다. 맛있는 부위의 고기와 각종 반찬들, 된장국이 푸짐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가격도 12000원에 불과하다. 몇 년 전까지는 9000원이었는데 물가가 오른 건 아쉽긴 하다.


저녁에는 보쌈 중자나 소자를 시키면 된다. 대자도 있다. 홍어도 있고 굴보쌈이나 골뱅이도 있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이기 좋다. 그래서 그런지 아저씨들이 많다.


조금 기다리면 금방 고기와 김치가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장원보쌈 보쌈 소자

놀랍게도 사진 속 보쌈은 소(小) 자다.


이 집의 장점은 양이다. 물론 가격에 비해 양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소자인데 이 정도 양이면 정말 많다. 다른 보쌈집들의 소자는 비슷한 가격에도 양이 훨씬 적다. 이 집은 양이 정말 많다.


그 외에도 장점이 너무 많다. 우선 고기는 부위가 다양하다. 삼겹살만 취급하지 않고 앞다리살, 목살 등 다양하게 들어있다. 이렇게 다양한 부위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부위가 다양한데, 전부 다 맛있다. 부드럽다. 부드러운데 향도 좋다. 잡내는 당연히 없다. 월계향이 강하거나 커피 향이 강하지도 않다. 마늘과 양파 등 기본적인 재료로만 만든 것 같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이 집 고기는 생고기를 쓴다. 그날 가져온 고기를 바로 만들어서 만든다. 사장님의 자부심도 엄청나다. 그만큼 맛있다.


엄마가 김치를 담근 날 해준 수육이 생각나는 이유는 보쌈김치의 맛 때문이다. 보쌈김치의 맛이 무척 시원하다. 젓갈 맛이 강하지도 않다. 굴이 들어가 있어서 비리지도 않다.


모양도 전통적인 보쌈김치와 같다. 속이 가득 차 있어서 고기에 김치를 잔뜩 올려 넣어 먹어도 무리가 없다.


김치와 고기를 한입씩 먹다 보면 밥이 너무 생각난다. 그래서 보쌈 정식을 여럿이서 시켜서 먹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 굳이 술을 먹지 않을 거면 보쌈 정식을 머리수에 맞춰서 시키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장원보쌈 보쌈 중자

장원보쌈은 둔촌동에만 있지 않다. 가족들이 다 같이 하기 때문에 곳곳에 있다. 천호에도 있고 잠실에도 있다. 둔촌동 장원보쌈 사장님의 동생 분이 나가서 나름의 프랜차이즈로 만드셨다고 한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맛은 둔촌동 장원보쌈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다른 장원보쌈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기회가 되면 다른 곳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집의 또 다른 장점은 빨간 뚜껑의 참이슬을 판다는 점이다. 술이 술술 들어갈 안주들도 꽤 있다. 보쌈집들은 그런 안주들이 없을 때가 많은데, 여기는 차돌된장찌개나 삼합, 골뱅이가 있다.


보쌈을 맛있게 먹으면서 술을 들이켜면 굴을 서비스로 주시기도 한다. 그 굴조차 맛있다. 생굴인데도 비리지 않고 입에서 사르륵 녹는다.


TV가 있어서 여럿이서 모여 스포츠 경기를 보기에도 좋다. 다만 화장실은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고기와 김치. 엄마가 김장철에 해준 그 맛이다.


엄마가 김치를 담글 때 생각나는 맛, 둔촌동 장원보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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