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위바위보쌈 Mar 21. 2024

보쌈에 곁들인 성시경막걸리

경탁주와 유장원보쌈, 그리고 해창막걸리

성시경막걸리 경탁주의 모습

오전 10시 58분.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제이1농업회사법인 스마트스토어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11시 정각에 맞추기 위해 기다린다. 그리고 11시부터 새로고침을 누른다. 구매하기 창이 뜰 때까지.


광클의 새로고침을 몇 차례나 도전한 끝에 성시경막걸리라고 하는 경탁주를 얻었다! 비법은 없지만, 유의사항은 하나. 광클에 미치다가 구매하기가 떴는데도 새로고침을 하는 수가 있다. 나도 그렇게 날린 적이 있다. 침착하게, 새로고침을 천천히 광클(?)하면서 구매하기가 뜨면 바로 들어가서 사야 한다.


느낌에는 하루에 10병도 안 팔 정도로 금방 재품이 소진된다. 경탁주가 출시된 지 꽤 됐지만, 오늘도 11시에 주문은 폭주했다. 나는 상당히 빠른 시기에 경탁주를 구매했는데 치아 고통의 이슈로 최근에서야 경탁주를 먹게 됐다.


경탁주에 집착한 이유는 하나. 수육과 잘 어울리는 막걸리라고 성시경이 직접 말했기 때문이다. 수육, 보쌈을 사랑하는 내가 안 먹어볼 수 없는 막걸리다. 처음에는 구매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 했으나 며칠의 도전 끝에 경탁주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최근에 발견한 맛집 '유장원 보쌈'의 보쌈과 페어링 하기로 했다. 오늘은 경탁주와 수육의 조화를 주로 설명할 것이라 유장원 보쌈의 평은 자제하겠지만, 추후에 유장원 보쌈도 다뤄볼 예정이다.


부단한 노력 끝에 얻은 경탁주, 내가 사랑하는 보쌈과 함께 마실 경탁주는 어떤 맛일까. 수육과의 어울림에 기초해서 경탁주를 끄적여보려고 한다. 그리고 경탁주와 같은 도수의 해창 막걸리도 다뤄보려고 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막걸리의 시간이다.


성시경막걸리 경탁주의 모습

이 막걸리는 가수 성시경 씨가 여러 번 테이스팅을 통해 정한 최고의 맛이라고 한다. 직접 주조를 하는 건 아니고, 제이1농업회사에 맡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생겼다.


술병은 백련미스티막걸리와 똑같이 생겼다. 백련막걸리는 충남 당진에서 3대째 이어오는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로 충남에서 꽤나 유명한 탁주다. 술로 유명한 유튜버 '술익는집'에 따르면 경탁주도 신평양조장에서 만들고, 병을 같은 것을 쓴다고 한다.


술과 함께 온 큐레이션 카드에는 '첫 잔은 한 잔 가득 묵직하게' '두 번째 잔은 얼음과 함께 부드럽게'라는 안내 문구가 쓰여있다. 맛의 정도는 단맛, 신맛, 바디감이 5 정도로 강하고 쓴맛이나 탄산은 적다고 나와있다.


막걸리의 맛을 소개하자면 한마디로 신선하다. 평소 막걸리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아스파탐이 들어간 도수 낮은 막걸리보다는 감미료가 없는 막걸리가 내 스타일에 더 맞았다. 복순도가, 송명섭막걸리 등 인위적인 단맛보다는 쌀의 맛이 더 깊게 느껴지는 게 좋았다.

얼음을 넣은 성시경막걸리 경탁주

경탁주는 단맛이 강하다고 하지만, 처음에 먹었을 때 달기만 하지 않았다. 내 혀에는 새콤함은 미세했고, 단맛은 적당했으며 부드러운 느낌이 강했다. 신선한 맛이었다. 얼음이랑 섞일수록 단맛은 덜해졌고 먹기가 좋았다. 왜 얼음이랑 섞어먹으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술 같이 먹으려면 얼음이랑 먹는 게 더 좋은 듯하다.


그리고 잘 섞어먹는 걸 추천한다. 처음에 잘 섞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오래 둬서 가라앉은 것인지 마지막 한 입이 엄청 세고 맛있게 다가왔다. 그게 적절하게 섞였다면 처음부터 더 진한 맛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서 다시 먹을 때는 좀 흔들고 먹게 됐다.


성시경이 말한 대로 수육과의 조화는 어땠을까.


다시 말하면 수육보다는 수육+김치와 잘 어울리는 맛이다. 내가 먹은 유장원 보쌈의 고기는 마구잡이로 잡내를 잡은 고기가 아니고, 김치는 고추장을 넣었나 의심이 될 정도로 매우 꾸덕꾸덕하고 진한 김치인데 경탁주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오히려 고기보다는 김치가 더 잘 어울렸다. 김치의 진한 양념을 경탁주가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경탁주 자체가 깔끔하고, 과한 달달함이나 무리한 쓴맛이 아니기 때문에 수육과 잘 어울린다고 표현했을 것 같다. 만약에 수육이나 김치가 지나치게 자기주장이 뚜렷하면 경탁주와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데, 적절한 자기주장을 가진 수육과 김치라면 경탁주와 어울릴 듯하다. 경탁주 역시 자기주장이 약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세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준다.


마치 멤버 전원이 고르게 훌륭한 BTS가 명곡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경탁주와 고기, 김치가 고르게 훌륭하면 최고의 맛이 탄생한다.


경탁주의 라이벌(?) 해창막걸리

오전 11시에 광클을 통해 경탁주를 구할 자신이 없다면 해창막걸리를 구해보는 걸 추천한다. 해창막걸리도 한때 구하기 힘들었었지만, 요새는 전보다 구하기 쉽다고 한다. 가격은 1만5000원 안팎인데, L마트에서 1만8000원에 구매했다. 무려 4병이나.


개인 취향이지만 경탁주보다 해창막걸리가 더 맛있다. 경탁주는 그 깊이를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면, 해창막걸리는 한입에 그 깊이가 온다.


해창막걸리는 입에 넣자마자 쌀 향이 확 밀려온다. 바디감은 경탁주와 비슷한데, 단맛은 덜하거나 더하다기보다는 다른 단맛이다. 쌀의 단맛.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다. 물론 경탁주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지만, 해창은 더 부드럽다.


다만 해창은 계속 먹다보면 물린다. 경탁주는 깔끔해서 몇병도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해창은 먹다 보면 물리는 맛이 있다. 도수가 낮은 해창은 더 빨리 물리는데 도수 높은 해창도 몇 병 마시다 보면 물리게 된다.


보쌈과의 조화로만 따지면 경탁주가 더 낫다. 해창은 자기주장이 좀 더 뚜렷하다. 보쌈과 해창이 함께한다면 보컬 덕분에 잘 나가는 밴드 느낌이다. 보컬이 해창이고 보쌈이 세션이 된다.


해창을 먹지 경탁주를 왜 고생해서 사 먹냐라는 질문이 들어올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은 고생해 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경탁주도 시중에 더 풀리지 않을까. 그리고 보쌈과의 조화는 경탁주가 더 낫다.


아무튼 경탁주는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술이다. 가격대도 괜찮다. 2병에 2만8000원이니 1병에 1만4000원 꼴이다. 무감미료 막걸리가 생각보다 비싼 게 많은데, 이 정도 가격이면 나쁘지 않다. 


보쌈과 잘 어울리는 성시경막걸리, 경탁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