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보마, 두 번째 이야기
보마의 고기는 자기주장이 뚜렷하다.
우선 이 집의 고기는 약간의 된장, 마늘, 양파가 들어간 것 같다. 달달하고 양념이 약하지 않은 편이다. 당연히 고기의 잡내는 나지 않는다. 먹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
고기 때깔을 보면 약간의 갈색빛을 띠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갈색은 아니다. 연한 구릿빛에 가깝다. 부담스럽게 양념을 입히지 않도록 신경 쓴 것 같다.
고기 부위는 오겹살로 추정된다. 그래서 비계와 살코기가 거의 반반이다. 고루 익은 고기는 부드럽다. 부드러워서 씹는 맛이 덜하다는 단점이 있을 정도다.
이 집의 고기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느끼함이다.
적나라하게 이 집의 단점을 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채롭고 자기주장이 뚜렷하며 부드럽고 잡내가 나지 않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 역시 너무 뚜렷하다. 부위가 오겹살이니만큼 느끼함은 무척 크게 다가온다.
고기가 느끼하면 잡아줄 수 있는 다른 요소가 필요한데 이 집의 김치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저 평범한 김치다. 겉절이도 아니고 간이 세지도 않다.
종로 한복판 오겹살 수육을 파는 인천집의 김치처럼 고기를 커버해주지 못한다. 그게 이 집의 장점을 파고드는 단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느끼함만 마지막에 남는다.
처음 한 입이 부드럽고 다채로워도 끝맛에 느끼함만 남는 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이 집의 고기는 나름의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 약간의 자극적인 요소, 적절한 간이 더 곁들여진다면 고기의 맛도 살아나지 않을까.
보마는 다른 메뉴도 소개할만하다고 생각해서 세 번의 이야기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 돌아오겠습니다.
같이 볼 이야기: "이태원에도 보쌈을 파는 곳이 있다"(보마, 첫 번째 이야기) https://brunch.co.kr/@redlyy/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