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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Jan 24. 2023

눈으로, 귀로, 그리고 마음으로 본  오감 영화 두 편

-‘싱 스트리트’와 ‘코다’, 클리세에도 불구하고 감동!

고향 오가는 찻길, 덜 막히는 방법을 아는가? 영화보기다.

어차피 멈춰 있는 차들을 솎아 낼 수 없다면, 속도를 인지하지 못하게 내 감각을 둔화시키면 된다.

버스 안이든, 기차 안이든 영화를 보고 있으면, 길 막힌 걸 잊는다.


이번 설 연휴에도 고향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의도한 건 아닌데, 우연히 둘 다 10대들이 주인공인 음악영화이다.

2016년도에 개봉한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평점 9.05)’와

2021년에 개봉한 ‘코다 (CODA, 평점 9.14)’.  


 스트리트는 이미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 음악 영화의 계보를 만들고 았는  카니 감독의 영화이다.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에 닥친 경제 불황으로 코너(퍼디아 월시-필로 ) 가정 형편은 어려워지고 코너도 어쩔  없이 전학을 하게 된다.

프랑스가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갈색 구두가 학칙에 어긋난다며 맨발로 다니게 하는 학대가 아무렇지도 않은 학교. 정 붙이고 공부할 분위기가 영 아니다. 그러다, 하교 길에 우연히 라피나를 보게 되고, 그녀를 꼬드길 생각에 덜컥 자신을 밴드의 프로듀서라고 소개하고, 자신이 제작중인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데…


코다 (CODA)는 ‘a Child Of Deaf Adults’의 줄인말이다. 농인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농인 아버지, 농인 오빠를 도와 고기잡이를 하고 그 고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루비 로시 (에밀리아 존스 분) 가족. (부모역과 오빠역의 배우들은 실제 농인이다)

어느 날, 루비는 짝사랑하던 마일스 (싱 스트리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퍼디아 월시-필로 분)를 따라 학교 합창단에 덜컥 들어가게 되고, 그로 인해 루비의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는데…


코다는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 조연상, 각색상의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전년도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배우 윤여정이 남우 조연상(농인 아버지역의 트로이 코처)을 발표하면서 수어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음악영화들은 스토리 전개에서 일정한 패턴, 즉 클리세를 보이고 있다.

그 첫번째는 주인공은 문제 많은 환경에 놓인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사실이다.

싱 스트리트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정, 이혼 직전의 부모, 엉망진창인 학교가 주인공의 환경이다.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만 빼고 모두가 농인이기에 사회경제적 활동이 여의치 않다. 루비는 집안을 돌보기 위해서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도 버겁다.


두번째 클리세는, 음악이 모티브가 되어 사랑하게 되는 이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싱 스트리트에서는 한 동네 사는, 껌 좀 씹는 소녀, 결국 코너의 뮤비에 출연하게 되는 라피나이고,

코다에서는 루비가 짝사랑하던 남학생 마일스이다. 사랑이 없으면 음악을 유지할 힘도 잃는다!


세번째는, 주인공의 앞길을 방해하는 무리들이 꼭 있다는 것이다.

싱 스트리트에서는 음악적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염색한 코너를 폭력적으로 세면기에 처 박아 염색을 지우게 만드는 교사나, 코너를 사사건건 괴롭히는 ‘베리’라는 이름의 일진까지.

코다에서는 사랑이라는 이유를 붙이긴 했지만, 생계를 위해 필요하기에 시골 어촌 마을에 루비를 묶어 두려 하는 부모가 (나중에는 루비가 더 큰 물에 나가게 도와주지만) 주인공의 앞날을 막는 존재이다.


네번째 클리세는 그래도 유일하게 주인공의 재능을 알아보고 도움을 주는 존재가 꼭 있더라는 것이다.

코너에게는 6살 터울의 형이 있다. 가정 형편상 다니던 대학도 자퇴하고, 좋아하던 음악도 포기하고, 의미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형은, 동생 코너에게 음악적 멘토로서 또,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하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한다.

루비는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합창단 선생님이 부모를 설득해서 루비가 버클리 음대에 지원하게 돕는다. (‘빌리 엘리어트’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다섯번째, 주인공들이 꿈꾸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서 항상 영화가 끝난다는 것이다.

싱 스트리트에서 코너는 라피나와 함께 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하고,

코다에서 루비는 차를 타고 대학이 있는 보스톤을 향해 떠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뭐, 클리세 때문에, 뻔한 전개일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안 볼거야 하지 말기를.

클리세가 있다는 건 어찌 보면 여전히 그런 구성과 전개가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도 오며 가며   개의 영화를 보며 

   유쾌함을 느꼈고,

   마음이 뭉클해졌고,

   만족했다.


 ‘싱 스트리트’와 ‘코다’ - 방향을 잃고 힘들 때 보면, 충분히 좋을 힐링영화들이다.


2023. 1. 24

아직도 이런 영화보면 꿈꾸는 놀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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