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하다 생각난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우즈벡 국민들에겐 자국어, 우즈벡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어도 공용어로 같이 사용하죠.
타슈켄트의 간판에는 우즈벡어(라틴문자)와 러시아어(키릴문자)가 병기되거나 혼재되어 있고,
많은 타슈켄트 사람들은 두 언어를 섞어가며 소통합니다.
러시아계나, 나이많고 학식이 있는 도시인들은 러시아어도 많이 쓰는데, 젊은 친구들은 우즈벡말만 주로 쓰는 경우도 많네요.
두 언어를 다 익히면 좋겠는데, 간판 하나 알아보려해도 구글 번역기를 두 번 적용해야 완전히 문장을 다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외국인인 제겐 번거럽긴 하네요. ^^
언어를 배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제가 터득한 좋은 방법 하나 소개드릴께요. 대형매장가서 온갖가지 물건들을 구경하며 가격표에 적힌 물품이름들을 보고, 또 집에 와서 구입한 물품의 내역서를 보면서 단어를 익히는 겁니다..
매장서 물건을 구입해보면, 그 나라 말도 익힐 뿐 아니라, 그들의 생활문화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실물경제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게 됩니다.
엊그제 마트서 물건사고 받은 명세서는 주로 우지벡어로 되어 있는데,
오늘도 그 명세서로 공부합니다.
Mol 소고기 (1kg이 10,000원 정도밖에 안하네요!)
Qulampir 고추 / achchiq 매운 (건조지역이라 과일당도는 높고, 고추는 맴습니다)
Bodring 오이 Pomidor 토마토 (오이와 토마토는 우리나라 김치처럼 거의 매 끼니 먹는 야채입니다)
O’zb 는 O’zbekistan의 준말로 생산품 뒤에 쓰면 ‘우즈베키스탄 산’이란 뜻이네요.
Limon 레몬 (우즈벡와서 첨 먹은 레몬티가 너무 맛있어, 지금은 주전자, 레몬, 블랙티 사서 집에서 매일 끓여 먹고 있습니다)
Guruch 쌀 (우리가 흔히 먹는 쌀인지, 동남아에서 먹던, 풀풀 나는 긴 쌀인지 잘 보셔야 합니다)
Polietilen 비닐봉지 (우리나라처럼 물건 넣어갈 비닐봉지는 돈을 받네요. 장당 60원 정도)
단순히 일회성의 여행이 아니라, 여기서 먹고 살아야 하니, 외국어 익히는 것도 좀 더 절박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절박한 외국어 공부’ 라고 쓰고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습니다.
‘페르시아어 수업’
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입니다.
유대인 ‘질’이 독일군들에게 끌려가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독일장교 ‘코흐’ 덕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납니다.
‘코흐’는 페르시아(이란)어를 절실히 배우고 싶어 했지만, 전쟁통에 페르시아인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질’이 우연찮게 갖고 있던 페르시안책 때문에 ‘질’을 페르시아인으로 오해 했던거죠.
영리한 ‘질’은 자신의 이름을 ‘레자 준’이라며 페르시아인 행세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 납니다.
‘코흐’는 종전되면 형이 있는 페르시아로 도망가 식당을 차리고 새삶을 살고 싶어했기에 ‘질’ 아니 ‘레자 준’을 가까이 두고 매일 페르시아어를 배우게 됩니다.
페르시아어의 ‘ㅍ’자도 모르는 ’질‘은 언제 발각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매일 수십개의 가짜 페르시아 단어를 만들어 ’코흐‘에게 개인지도를 합니다.
’질‘은 한단어 한단어 만들어내면서 자기도 동시에 외워야 합니다. 자칫 해서 전날은 숟가락을 ’스푸니‘라고 했다가 다른 날은 ’소푸너’라고 하면 큰일 나니까요. 조마조마 합니다. ‘코흐‘는 자신의 공책에 다 적어가며 공부하지만, ’질‘은 종이도 펜도 없이 매일같이 몇 십개의 가짜 단어를 외워야 하니…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도 희안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질’과 함께 엉터리 페르시아 단어들을 외우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죽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단어를 외우고 있는 ‘질’처럼요.
외우지 못하면 죽임을 당하게 된다면 어느 누가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러시아, 독일, 벨라루스의 합작 영화이며, 네이버 평점 8.23으로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거둔, 정말 몰입해서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외국어 공부에 힘들어 하시나요?
잠깐 눈을 돌려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을 받아 보시는게 어떠세요?^^
-20241226 타슈켄트에서 놀자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