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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자선생 Sep 27. 2024

매일 이런다면...미쳐 버리지 않을까?

'사랑의 블랙홀', '뷰티 인사이드', 'The Beauty Inside

영화 한 편을 골라 각자 보고 난 뒤 만나서,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공유하는 영화 모임이 있습니다. 며칠 전 그 모임에서 발제된 영화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영화(요즘 MZ세대들이 보면 뭥미? 할 수 도 있을…) ‘사랑의 블랙홀’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빌 머레이)에게만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타임루프 (time-loop)’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물입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 ‘소스코드’가 타임루프 영화들이고, ’어바웃타임‘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영화들은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특정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타임리프 (time-leap)’영화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사랑의 블랙홀’을 보면서 제가 떠올린 또 하나의 영화는, 2015년도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뷰티인사이드’ 였습니다. 한효주가 여주로 나왔었죠. 시간의 반복이 아니라, ‘변화의 반복’, ‘change-loop’ 영화라고 표현하면 맞을까요?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누구라고 특정할 수가 없음!)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겁니다. 중년의 아저씨도 되었다가, 노인이 되기도, 여자가 되기도 하고... 속의 (inside!) ‘자신‘은 그대로인데 바깥 외모는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는 겁니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살아보게 되니 다이나믹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구요? 아뇨,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수가 없죠. 특히, 이성과의 사랑을! 


생각해 보세요. 좋아하는 여자가 생겨 실컷 꼬드겨 놓아도 다음날 되면 전날의 나 (정확하게는, 전날의 나의 외적인 캐릭터)는 없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으니, 어떻게 어제의 그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진도를 나갈 수 있겠습니까?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필도 여자의 사랑을 얻지 못합니다. 필에게만 계속 같은 날이 반복되니, 필은 매일 처음부터 다시 여자를 공략해야 하고, 진도를 뺀다고 빼도 다음날 되면 여자는 원위치되어 있고, 만사 도루묵이니…! 에휴...


두 영화에서 주는 공통된 메시지는, ‘첫눈에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진정 사랑하게 하려면, ‘함께 하는 시간과 경험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오랫동안 켜켜이 쌓여야 한다’ 는 듯도 합니다.


근데, 이거 알고 계셨어요? 영화 ’뷰티인사이드‘ 의 원작은 광고쟁이들이 만든 광고입니다! 

영화는 개봉 몇 년전(2012?) 에 런칭되었던 광고캠페인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한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 캠페인 CM이 원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되어 많은 상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캠페인은 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인텔의 슬로건 ‘인텔 인사이드 (inside!)’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고, '도시바 울트라 북'이 영상 여기저기 계속 등장하며 광고하는 상업적인 쇼셜 무비입니다. 외모보다 '내면(inside)이 중요하다'고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 CM은 2016년에 쓴 제 책에서도 인용했었죠. 공모를 통해, 일반인들이 찍고 출품한 영상들을 곳곳에 많이 사용했기에, 그 사례를 언급하면서, ‘소비자를 개입시키는(Engagement) 마케팅’의 유용성에 대해 책에다 썼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당시 만들어진 시리즈 6편이 그대로 있더군요. 지금 다시 봐도 재밌네요. 한편당 5분 남짓해요. 크게 시간 안 걸리니 쭈욱 한번 보세요^^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em37RAaB4uc8uyw9ZzqxNkRVZHoE0unQ&si=zf1OstpJnvvp8_5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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