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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이 Jun 06. 2024

나의 강아지 솔,
지구별 여행을 마치다.


너와 함께한 마지막 산책 시간이 와버렸어.

아빠는 버릇처럼 현관에 놓인 하네스와 리드줄을 챙기려다 

멈칫 하고 어찌해야 하나 난처해 하셨어.


'아빠, 이제 솔이 그거 필요없어. 자유롭게 뛰어다니게 두자.'


비가오나 눈이오나 늘 너와 산책하는 걸 단 한번도 불평하지 않던 

아빠와 엄마의 산책길이 당분간 많이 허전하시겠네.


솔아, 이젠 아름다운 맨몸으로 자유롭게 뛰어 다니렴.


솔이 너를 가족으로 맞이한 덕에 우리는 

너를 만나기 전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새로운 감정의 행복과 추억을 한가득 품게 되었어.


우리 가족의 시간은 한 동안 움푹 패인 너의 빈 자리에 고여 있겠지만, 

삶의 틈새 가장 멋진 곳에 너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출렁이고 또 반짝일거니 아무 걱정말아. 

우린 네가 나눠준 엄청나게 멋지고 강한 사랑이 있으니까.


너 덕분에 먼 길 떠난 그리운 이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 

모든 강아지는 천국에 간다더라. 그럼그럼. 너같은 천사가 천국에 안 가면 말도 안되는 일이지. 

넌 우리 마음에서 영원히 살아있어. 


사랑해 내 친구, 내 동생.


2008.2.25 - 2024.5.25

지구별 여행을 마치고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자랑스러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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