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견 임시보호 -1일 차
2022년 10월. '다시 임시보호를 할 수 있을까'라는 글과 함께 임보견 펠라와의 동거를 마무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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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는 사랑이 넘치는, 펠라의 모든 것을 영원히 안아 줄 준비가 된 완벽한 가족을 만났다. SNS를 통해 펠라와 우리 집 반려견의 소식을 주고받던 중, 2022년 12월 30일, 입양 후 처음으로 펠라를 만났다. 보호자의 무릎에 엉덩이를 착 붙이고 앉아 나와 남편을 향해 "초면인데, 그쪽은 누구세요?"라 말하는 듯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발사했지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다. 펠라의 집은 펠라의 집 자체였다. 모든 가구와 동선이 펠라를 위해 자리한 것 같아 보였다. 그 곳에서 펠라는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 우리에겐 그래도 조금 기억나긴 한데 "누구시더라~"라는 듯한 얼굴로 긴가민가 했지만, 무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선명해졌는지 1시간 가량 지나니 반가워하며 계속 장난을 쳤다. 예전에 임보시절에 놀던 방식으로 둘만의 특유의 몸짓을 오랫만에 봤다. 입양 후 인스타그램 속 사진으로도 대충 눈치챘지만, 직접 만나보니 더욱 확신했다. 펠라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가 되었다.
며칠 전, 펠라를 구조했고 입양까지 성사한 단체 위액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해외로 입양이 결정된 아이가 있는데 이동 봉사자를 구하기 전까지 한 달가량 맡아줄 수 있냐고. 이름을 들어보니 귀에 익다. 사진을 보니 전에 펠라와 같은 곳에서 구조된 아이었다. 펠라보다 조금 더 오래 가족을 기다렸는데 바다 건너 좀 먼 곳에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본 아이에다가 닮은 외모의 형제들도 이제 조금씩 가족을 찾아가는 중인 걸 알고 있었기에 늦은 축에 입양된 아이의 고단했을 여정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패턴과 능력을 고려해 유기견 및 구조견 임시 보호는 1년에 한 번만 하기로 결정했었다. 남편과 짧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늘 그렇듯 난 곧바로 결정하고 싶고, 남편은 신중하고 오래 생각할 것임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내가 또 앞장서서 추진하고 남편은 마지못해 수긍하는 그림이 될 것 같아 채팅창에 '죄송해요.'라고 써서 보냈다.
"한 달쯤이면 괜찮을 것 같아. 우리가 노력은 해야겠지만."
".....??"
남편의 긍정적인 의견을 듣자마자
"그럼 한다고 보낼게!"
'죄송해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지 1분 만에 '저희가 데리고 있을게요!'라고 써서 보냈다.
우리가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는 때와 현재 임보 하시는 분이 아이를 데려다주시는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았다. 넉넉히 열흘 정도 뒤에 아이가 있는 곳 근처에 갈 일이 있긴 해서, 좀 늦지만 결국 그날 우리가 데리러 가기로 했다. 아이가 오면 어디서 지내면 좋을지 정하고, 아이가 쓸 방석 시트와 패브릭을 세탁했다. 사료는 무늬가 먹던 걸 함께 먹으면 되고 사이즈가 비슷하니 밥그릇도 물그릇도 함께 쓸 수 있어 좋겠다며, 조금 들뜬 채 사부작 거리며 열흘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이동봉사자 분이 빨리 나타나 주셔서 아이의 임시보호 기간이 생각보다 짧아졌다. 우리 집에 머물 시간이 일주일 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단체 분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디서나 잘 지내는 아이라 입양 가기 전까지 우리가 데리고 계셔도 좋다고 했지만, 현지 임보처에서도 잘 지내는데 괜히 긴 비행 전에 거처가 바뀌는 게 좋을 건 없어 보여서 데려오지 않기로 했다.
이미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는데 마음이 헛헛하다고 했던가. 잠시 머물 곳이 필요한 다른 아이들을 말해주셨다. 입양처가 정해지지 않은 임보 기간이 3개월가량으로 다소 길어질 수 있는 아이들이었다. 남편과 상의한 내용과 조금 달라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마음 한편에 마련해둔 자리를 어느 누구라도 좋으니 털북숭이 친구가 채워줬으면 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게 된 아이는 라이스. 무늬보다 조금 큰 아이인데 얌전하고 소심한 아이란다.
그렇게 우린
2022년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날 다시 구조견 임시 보호를 시작했다.
이름 : 라이스
별명 : 라이쮸, 쌀밥이, 누룽지, 이쮸, 피카츄라이츄, 애기, 강냉이 계속 늘어나는 중(별명부자 카더가든 엉아 기다려!)
성별 : 남
나이 : 9개월
몸무게 : 꽉찬 10kg
구조단체 : 위액트 (http://weactkorea.org/)
라이스타그램으로 라이스의 일상을 확인하세요 :-)
https://www.instagram.com/dearest_rice/?hl=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