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Tech Ventures 수장이 말하는 기업벤처캐피털의 진화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HP Tech Ventures의 공동 창업자이자 글로벌 헤드,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CVC 전문가 중 한 명인 Andrew Bolwell의 LinkedIn 아티클 "Why Corporate Venture Capital is Becoming a Strategy" 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문은 LinkedIn Pulse에 게재된 글이지만, Andrew Bolwell의 공식 블로그(andrewbolwell.com)에 같은 시리즈의 글들이 상세하게 아카이빙되어 있어 이를 함께 분석했습니다. 그는 HP라는 실리콘밸리 최초의 스타트업이 만든 CVC 조직을 이끌며, 직접 CVC를 운영하는 현장 실무자이자 미래학자(Futurist)의 시각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이론이 아닌 데이터와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로 채워져 있습니다.
- 앞서 작년의 글 하나를 제 블로그에서 소개한적 있죠.
이 글이 의미 있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기업형 벤처캐피털)가 더 이상 대기업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 이제 CVC는 기업의 핵심 혁신 인프라이자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거죠. 그리고 이 흐름은 우리 한국의 혁신 생태계와도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CVC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지금 주목받는가
데이터로 보는 CVC의 폭발적 성장
CVC가 메가라운드를 지배하고 있다
놀라운 반전: CVC가 초기 투자를 주도한다
생존율의 비밀: CVC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잘 안 망한다
돈 이상의 가치: CVC가 스타트업에게 주는 6가지 전략적 혜택
CVC와 협력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실전 팁 8가지
[별미] 한국 CVC 생태계 평가 및 시사점
CVC(기업형 벤처캐피털)는 말 그대로 대기업이 벤처투자를 하는 구조입니다. 일반 VC(벤처캐피털)가 순수하게 재무적 수익(IRR)을 목표로 투자한다면, CVC는 여기에 더해 전략적 목적(strategic ROI)을 함께 추구합니다. 쉽게 말해, "이 스타트업이 우리 회사의 미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가?"를 함께 따지는 거죠.
CVC는 기업이 핵심 사업 너머의 미래 성장 기회를 탐색하고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일반 VC와 달리 CVC는 모회사의 장기 전략적 목표와 연계된 투자를 추구하며, 스타트업에게는 유통 채널, 마케팅, 제조 역량 같은 기업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합니다. Andrew Bolwell
Andrew Bolwell이 이끄는 HP Tech Ventures는 이 CVC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HP라는 실리콘밸리 원조 스타트업의 혁신 DNA를 이어받아,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왜 지금 CVC가 특히 주목받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외부 혁신 파트너십을 통한 CVC는 기업이 경쟁력과 시장 적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 CVC 참여 여부가 아니라, 혁신 전략에 얼마나 깊이 통합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입니다. Andrew Bolwell
자, 이제 숫자로 이야기해봅시다. 감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정말 놀랍습니다.
지난 10년간 기업 투자자의 수는 3배로 증가했으며, 현재 6건 중 1건의 스타트업 펀딩 라운드에 CVC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VC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입니다. Andrew Bolwell
더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2024년 전체 벤처딜의 28%에 최소 1개 이상의 기업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이 수치는 9년 연속으로 2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4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딜 금액의 35%가 CVC 참여 라운드에서 나왔는데, 이는 Bain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분기별 최고 비중입니다. Andrew Bolwell
전 세계 CVC 지원 펀딩 총액은 2024년 659억 달러(약 90조 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입니다. 더 주목할 것은 CVC가 2024년 전체 활성 투자자의 28%를 차지하며, 후기 대형 라운드보다 전략적 조기 단계 투자로의 전환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Andrew Bolwell
여기서 재미있는 게 있습니다. CVC는 단순히 '큰돈을 쓰는 투자자'로 포지셔닝되는 게 아니라, 딜 금액 기준 점유율이 딜 수 기준 점유율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빅딜일수록 CVC가 개입되어 있다는 의미죠. 이건 꽤 중요한 신호입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이 섹션을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2024년 CVC 투자 달러의 절반 이상이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의 라운드에 집중되었습니다. AI 분야의 Perplexity나 Lightmatter 같은 기업들이 CVC 지원 최대 딜의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Andrew Bolwell
그리고 이 수치가 정말 압도적입니다: 2024년 미국에서 CVC가 참여한 딜의 중간값(median) 딜 사이즈는 CVC가 없는 딜 대비 3배 더 컸습니다. Andrew Bolwell
왜 그럴까요? 일반 VC들이 망설이는 영역, 즉 AI 인프라, 반도체, 기후테크 같은 자본집약적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갖춘 CVC만이 감당할 수 있는 베팅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기업들은 많은 전통 VC들이 단독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기 꺼리는 AI 인프라, 반도체, 기후테크 같은 신흥 분야에서 자본집약적 베팅을 감행할 수 있습니다. Andrew Bolwell
실제로 OpenAI는 Microsoft로부터, 앤트로픽(Anthropic)은 Amazon과 Google로부터 천문학적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게 다 CVC 투자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CVC는 어느 정도 검증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후기 투자자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2024년 CVC 딜 중 65%가 초기 단계 라운드였으며, 이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 조기 참여는 스타트업들이 기업을 단순한 후기 전략 파트너가 아니라 '첫 번째 체크를 써주는 진정한 믿음의 파트너'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Andrew Bolwell
이 65%라는 수치,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CVC는 성과가 어느 정도 검증된 시리즈 B, C 이후 스타트업 위주로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씨드(Seed), 시리즈 A 단계에서도 CVC가 첫 번째 투자자로 들어옵니다.
이건 단순히 투자 타이밍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들이 기술 트렌드를 조기에 포착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일찍 구축하고자 하는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입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CVC를 '재무적 투자자'가 아닌 '전략적 공동 창업자'처럼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죠.
이 섹션은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GCV의 2024년 '기업벤처링의 세계(The World of Corporate Venturing)' 보고서에 따르면, CVC 투자를 받지 못한 스타트업이 파산할 가능성은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ndrew Bolwell
그리고 이 생존 이점은 다음 라운드로 이어집니다. CVC 지원 기업들은 다음 펀딩 라운드로 진입할 가능성도 2배나 높아, 성장 과정 전반에 걸쳐 복합적 이점이 축적됩니다. Andrew Bolwell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CVC 투자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이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섹션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Andrew Bolwell은 CVC의 가치를 자본 그 이상으로 정의합니다. 이게 이 글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일반 VC 파트너들도 훌륭하지만, 기업 출신 CVC 파트너들은 특유의 산업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규제 환경, 대기업 구매 프로세스, 공급망 구조 등 스타트업이 스케일업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장벽을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입니다.
기업의 투자는 시장, 고객, 그리고 다른 잠재 투자자들에게 검증된 업계 플레이어들이 여러분의 솔루션을 심사했다는 강력한 신호가 됩니다. Andrew Bolwell
이게 정말 중요합니다.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받았다", "현대자동차 제로원으로부터 투자받았다"는 스탬프 하나가 B2B 영업에서 엄청난 레버리지가 됩니다.
이건 아마 가장 직접적인 비즈니스 가치입니다:
Amazon의 Rivian 투자는 자본 공급뿐 아니라 전기 배송 차량에 대한 대규모 초기 주문을 포함했습니다.
HP는 글로벌 스케일과 리치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새로운 고객을 연결하고 마케팅 조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Walmart의 수직 농업 스타트업 Plenty와의 파트너십은 투자와 함께 전국 유통망을 확보해주었습니다.
Tyson Foods의 Beyond Meat 투자는 이 식물성 단백질 스타트업에게 대체 단백질 기업에게는 역사적으로 폐쇄적이었던 육류 유통 채널에 전례 없는 접근권을 부여했습니다.
Moderna는 AstraZeneca의 방대한 R&D 역량과 임상시험 네트워크에 접근함으로써 시장 진출 경로를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OpenAI의 Microsoft와의 파트너십은 Azure 클라우드 컴퓨팅 리소스에 대한 핵심 접근권을 제공함으로써 점점 더 정교한 AI 모델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SoundHound는 AI 기반 Houndify 플랫폼을 Honda 차량에 직접 통합함으로써,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실제 테스트 환경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ChargePoint는 Siemens와 Daimler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자동차 및 에너지 분야 전반에 걸친 통합 EV 충전 솔루션 진출 기회를 얻었습니다.
Google의 Uber 초기 투자는 이 차량 공유 기업이 신뢰도를 구축하고 Google Maps와 통합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Salesforce의 Snowflake 투자는 대기업들의 데이터 클라우드 도입을 가속화하는 엔터프라이즈 검증 역할을 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CVC 파트너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고객이자 유통 파트너이자 기술 협력사이자 시장 레퍼런스입니다. 이게 일반 VC가 절대 줄 수 없는 CVC만의 독점적 가치입니다.
Andrew Bolwell은 CVC와의 협업을 최대화하기 위한 실전 조언 8가지를 제시합니다. 창업자라면 메모해두세요.
Tip 1. 시너지와 충돌 지점을 지도화하라
잠재적 기업 투자자와의 이해관계가 어디서 교차하고, 어디서 갈리는지를 미리 파악하세요. 나중에 고통스러운 불일치를 방지하려면 초기 논의에서 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Tip 2. 성공의 기준을 정의하라
추가 자금 조달이 목표인가요? 개념 검증(PoC) 파트너십인가요? 공동 마케팅인가요? 기대를 일찍 명확히 하는 게 양측이 진도를 측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Tip 3. 규모 호환성을 고려하라
특히 제품 통합이 목표라면, 여러분의 스타트업이 기업 파트너의 스케일 요구 사항을 현실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Tip 4. 관심을 꼼꼼히 검증하라
큰 기업들이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낭비하도록 두지 마세요. 막연한 관심 표명보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추구하세요. Andrew Bolwell
Tip 5. PoC와 파일럿에 비용을 청구하라
초기 작업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은 진지한 관심의 탁월한 검증 수단이 됩니다. 무료 파일럿은 종종 낮은 조직적 헌신을 의미합니다. Andrew Bolwell
이건 정말 현실적인 조언입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케이스 중 하나가 "좋아요, 한번 파일럿 해봅시다"라는 말에 수개월을 쏟아붓다가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Tip 6. 내부 챔피언을 구축하라
기업 내에서 여러분의 스타트업을 옹호해줄 특정 임원들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발전시키세요. 이 챔피언들은 복잡한 조직 다이내믹을 헤쳐 나가는 데 핵심적입니다. Andrew Bolwell
기업 내 에반젤리스트를 만드는 게 CVC 파트너십의 핵심입니다.
Tip 7. 긴 영업 사이클에 대비하라
기업의 의사결정, 승인, 계약, 조달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타임라인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입니다. 이 현실을 계획과 런웨이 계산에 반영하세요. Andrew Bolwell
실제로 대기업과의 PoC 계약 하나 체결하는 데 6개월~1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달리다가 현금이 바닥나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습니다.
Tip 8. 전략적 우선순위를 리서치하라
잠재적 기업 투자자의 최신 실적 발표회(earnings call)와 IR 자료를 살펴보세요. 어느 벤처 어드바이저는 "기업 IR 발표를 들으면 CEO가 무엇을 신경 쓰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잠재적 시너지와 파트너십 기회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팁이 아닙니다. 기업 투자자에게 접근하기 전에 그들의 CEO가 투자자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를 먼저 공부하라는 말입니다. 그 안에 CVC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Andrew Bolwell은 CVC의 진화 방향을 하나 더 제시합니다. 전통적인 CVC 모델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입니다.
전통적인 순수 투자 중심의 CVC 모델이 보다 직접적인 참여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벤처 스튜디오(Venture Studio)는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벤처를 창출하는 것과 기업의 스케일과 리소스를 결합합니다. 이 하이브리드 모델은 혁신 결과물에 대한 더 깊은 통제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특히 매력적입니다. Andrew Bolwell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새 트렌드가 있습니다:
2025년에 등장하는 새로운 모델은 기업들이 VC, 액셀러레이터, 파트너십 프로그램, 심지어 인수 수단까지 복수의 접점을 통합적 전략 프레임워크 하에 결합한 종합 혁신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Andrew Bolwell
실제 사례로, Microsoft for Startups 프로그램은 창업자 허브, 투자자 네트워크, 지역 액셀러레이터, 전략적 파트너십을 포함하는 포괄적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Andrew Bolwell
또한 Toyota Open Labs는 Toyota 에코시스템 전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유닛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에너지, 순환 경제, 탄소 중립, 스마트 커뮤니티, 포용적 모빌리티 같은 핵심 영역에 집중합니다. Andrew Bolwell
이러한 통합형 혁신 플랫폼은 전통적 벤처캐피털을 넘어서는 새로운 카테고리, 즉 'Innovation Capital(혁신 자본)'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냅니다. 단순 투자에서 공동 R&D, 공동 제품 개발, 공동 GTM(Go-to-Market)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스타트업의 경계 자체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가장 쓴맛이 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 차례입니다.
Andrew Bolwell의 글은 글로벌 CVC 생태계의 활황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24년 전 세계 CVC 투자는 20% 성장, 미국은 24% 성장.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CVC는 지금 글로벌 흐름과 정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25년 3월 발간한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 리포트는 국내 대기업 중심의 CVC 투자가 2022년 대비 1/5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경고했습니다. 사내 부서형 CVC 투자도 무려 1/10 수준으로 급감해 업계 전반에 위기 신호가 켜진 상황입니다. Newsprime
실제 수치를 보면, 2024년 대기업 CVC 투자는 3,056억 원으로 2022년의 1조 7,318억 원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Hankook Ilbo
2024년 3분기까지 글로벌 CVC 투자는 전년 대비 10%, 미국은 24% 증가한 반면, 국내는 9% 감소했습니다. ZDNet Korea
그렇다고 마냥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중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2024년 국내 CVC 투자 금액은 전체 스타트업 투자의 32%로, 글로벌 평균(26%)과 미국(29%)보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Aseanexpress
하지만 이게 파이가 커서가 아니라 파이가 쪼그라들면서 비중이 높아진 측면이 큽니다. 일반 VC들이 더 크게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CVC 비중이 높아진 거죠.
의미 있는 반전도 있습니다. 2024년 중견기업의 CVC 투자 비중은 59%까지 확대됐으며, 크래프톤·엔씨소프트 등 주요 중견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 주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Tech42
그리고 투자 행태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술 선점과 옵션 확보 성격이 강했던 초기(시드) 투자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후기(시리즈 B·C 이상) 투자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으로 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Tech42
긍정적인 제도적 신호도 있습니다. 2022년 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가 일정 요건하에 CVC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된 이후, 2024년 중 CVC 14개 사 중 13개 사가 총 121개 기업에 대해 2,451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8.9% 증가한 수치입니다. Kfcf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세 가지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첫째, 한국 대기업들은 CVC를 전략이 아닌 비용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Andrew Bolwell이 강조하듯 글로벌에서는 CVC가 기업 혁신 인프라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CVC 예산을 줄였습니다. 이건 CVC를 전략적 필수 투자로 보지 않고 옵션 비용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지금 이 시기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말이죠.
둘째, 한국 스타트업들은 CVC 파트너십의 진짜 가치를 아직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ndrew Bolwell이 제시한 8가지 팁, 특히 PoC에 비용 청구하기, 내부 챔피언 구축, 긴 영업 사이클에 대비하기 등은 한국의 스타트업-기업 협업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저도 KITA에서 기업-스타트업 매칭 프로그램(InoBranch)을 운영하며 느끼는 건데, 대기업과의 PoC 단계에서 너무 많은 스타트업들이 '무료'로 솔루션을 제공하다가 협상력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NextRise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ndrew Bolwell이 제시하는 'Innovation Capital'의 개념, 즉 CVC + 액셀러레이터 + 파트너십 + 인수까지 연결되는 통합 혁신 플랫폼은 사실 NextRise가 지향하는 모델과 매우 유사합니다. Microsoft, Airbus, BMW, Mercedes-Benz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페어가 단순 B2B 매칭을 넘어 CVC 파이프라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글로벌 혁신 플랫폼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기대 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대기업의 CVC 투자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며 "전략적 투자자인 CVC 관련 정책은 실수요자인 중견기업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Hankook Ilbo
저도 이 방향에 동의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한국의 CVC 생태계가 글로벌 흐름에 따라잡으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규제 완화: 일반지주 CVC의 투자 행위를 제한하기보다 관리 감독과 공시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전략적 프레임의 전환: CVC를 단순 재무 투자가 아닌 오픈 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으로 인식하게 하는 교육과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글로벌 연결: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CVC의 레이더에 포착되려면, NextRise 같은 글로벌 접점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삼성벤처투자가 아닌 인텔 캐피털, HP Tech Ventures, BMW iVentures로부터 투자를 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나와야 합니다.
글로벌은 CVC를 전략으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고요. 이 격차를 좁히는 것, 그게 바로 우리 혁신 생태계의 다음 과제입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VC나 오픈 이노베이션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참고 자료
Andrew Bolwell, "Why startups are leaning into Corporate Venture Capital in 2025", andrewbolwell.com
Andrew Bolwell, "How Corporate Venture Capital is Reshaping Innovation", andrewbolwell.com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24 한국의 CVC들: 현황과 투자 활성화 방안"2025.03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