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화 실무
잠재바이어와 해외 현지 수출 상담회, 혹은 해외 전시회에서 1대1 미팅 등을 통해 만난 경우, 가장 중요한 일은 사후관리이다. 앞서 바이어 발굴을 위한 1대1 미팅이 소개팅 첫 만남이었다면, 수출기업의 목적인 수출성약에 다다르기 위한 잠재 바이어와 연애의 시작인 셈이다. 소개팅 이후 연애도 먼저 문자 보내고 전화로 다음 약속을 잡으며 시작된다. 잠재 바이어와의 사후관리 역시 그와 같은 마음으로 당장의 딜 성사를 위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양쪽의 신뢰 형성 및 관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어 시작해간다.
사후관리의 요령은 아래와 같다.
만남에 대한 감사 메일은 만난 첫날, 아니면 1~2일 안에 발송하면 제일 좋고, 늦어도 1주일 이내에는 보내는 것이 좋다. (1) 일단 나 역시 바이어와의 첫 만남 이후 그 느낌과 생각이 남은 상태에서 보내는 것이 좋고 (2) 바이어 역시 시간이 너무 지나면 우리에 대한 기억이나 느낌이 희석될 수밖에 없으며 (3) 나 역시 더 지체하면 다른 일들이 밀려와 골든 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사 인사와 리마인드가 동반되지 않은 1대1 상담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감사 인사를 놓치거나 한참 미루어버리기 일쑤다.
막상 초보라면, 이 감사 인사도 어떻게 얼마나 성의있게 작성해야 하나 고민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러지 마시라. 감사 메일은 짧고 간결하게 나에 대한 "리마인드"에 목적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어도 아마 이날 수십명의 셀러들을 만났을테고 당신은 그중 한 명에 불과하다.
감사 인사 메일은 아래 정도로 작성해서 제안해본다. 왕도는 없으나, 내 연락처와 이름을 리마인드하고, 일반적으로 첫 만남에서 눈으로만 보여준 영문 카달로그나 가격리스트, 기타 요청 자료를 첨부하여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리마인드를 위해, 만약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면 함께 보내도 좋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후 1개월 이내 최소 전화통화를 의무적으로 한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바이어와의 관계는 끈질긴 인터렉션을 통한 신뢰 축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정부지원제도의 관례상 첫 만남이었을 전시회나 상담회는 전문통역이 따라붙었기 마련일텐데, 유감이지만 언제까지나 통역에 의존할 수 만은 없고, 무역의 성사는 외국어 소통의 영역이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의 영역인 만큼, 서툴거나 파파고 등 통역기에 의존하더라도 내 목소리와 육성으로 비즈니스의 결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첫 인사 및 리마인드 메일 이후에, 바이어로부터 길지 않은 시일내 "빠른 회신에 감사한다. 검토후 곧 연락드리겠다" 등 따뜻한 회신이 오면, 이제 본격적인 연애 과정에 돌입한다 봐도 되겠다. 또는 바이어측에서 예의상 "알겠다, 제안과 인사에 감사한다. 검토해보고 흥미가 있다면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다", 정도의 뜨뜨미지근한 회신이 온다면 연애의 불은 아직 당겨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가 잠재 바이어-셀러의 위치에 머물러 있음을 뜻한다. 무엇이 되었든 상대방으로부터 이후 회신이 없다면, 지금부터 끈기를 갖고 매달릴 때이다.
정답은 없으나, 매일 매일 독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다보면 나도 그 바이어도 서로를 잊는다. 누가 상대에게 더 꾸준하느냐가 이 비즈니스에 진심이냐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다. (정말 연애의 과정과 유사하지 않는가?) 무역전문가들은 대체로 1개월~2개월에 1회 이상, 역시 짧은 한두 줄의 안부 업데이트 정도를 추천한다.
"안녕하세요? 제 앞서 메일 봤나요?
(짧은 안부) 저희는 오늘 그 때 보여드린 상품을 미국으로 100만불 규모 수출계약이 성사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공유합니다. 저희 제품에 대한 선진국 시장의 반응이 좋다는 신호로 보여집니다. 귀사의 국가로도 빠른 시일내 좋은 조건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정중한 독촉) 검토해보시고 문의나 의향이 있으시면 언제든 회신 부탁드립니다. 기다리겠습니다."
"Hello, did you see my earlier email?
I'm here today to share the good news that we've just signed a $1 million export contract to the United States for the product I showed you then. It's a good sign that the developed markets are responding well to our products. We hope to bring the deal to your country as soon as possible on good terms.
Please take a look and do not hesitate to get back to us if you have any inquiries or intentions. I look forward to hearing from you."
메일은 절대 길지 않은 것이 좋다. 독자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본문 조금 긴, 모르는 사람의 영업 이메일을 받았는데, 내용이 길고 디테일이 가득하면 호감이나 관심을 갖기 매우 어렵다. 안부거리를 매번 담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나, 꾸준히 바이어의 비즈니스 관심을 끌만한 업데이트로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래도 바이어로부터 회신이 안 오기도 일쑤이다다. 서로 먼 국경을 등지고 선 바이어와 셀러 간에 소량도 아닌 대규모 수출 물량 만큼의 신뢰를 쌓기란 매우 어렵다. 이런 침묵이 짧아도 몇 개월, 길면 1년 가까이 소모되었음에도 꾸준히 팔로업하다 다음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관계가 급진전된 사례들도 많이 있다.
만약 오프라인에서 "부담없이" 우연처럼 만날 기회가 있다면 바이어-셀러 양 당사자가 훨씬 수월하고 부드럽게 서로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해외 현지나 국내에서의 접점을 찾아 아래와 같이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서로가 처음 인사를 틀 때도 전시회나 행사가 첫 만남의 마당이 될 수 있을테고, 이후의 만남도 가까운 시일에는 어렵더라도, 동종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재차 만날 기회가 생기기 쉽다. 매월 안부 보내기도 지쳐갈 때, 해당 국가의 유망 전시회나 관련 행사 등에 수출상이 참석하고, 그리로 바이어를 재차 초대한다면 후속 미팅이 성사될 가능성은 훨씬 높을 것이다. 물론 후속 미팅이 반드시 곧 거래를 기대하게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사람간의 일은 자꾸 만나야 일이 진행된다. 내가 관심있는 바이어라면 꾸준히 만남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해당 업종과 관련한 현지 전시회나 유망 행사라면 해당 바이어도 이미 초청장을 받았거나 관심이 높을 것이다. 그렇기에, 바이어가 수출상을 만나는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고, 더불어 수출상의 해당 국 시장 진출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해외를 꾸준히 나간다면 반드시 체크하고 연결해야 할 것이다.
제가 수출실무를 배운 어느 무역업체 대표님의 경우, 아래와 같은 전형적인 예를 들려주셨다.
처음에 매월 안부를 보내도 답이 없었다 한다. 그렇기를 6개월째에, 파리 전시회에 가게 되어 혹시 가겠냐 해도 답이 없었는데, 그 파리 전시회에서 우연히 그 바이어를 다시 만났던 것이다. 반가워하며 "왜 회신이 없었는지?" 물었더니, 바이어는 "그래? 스펨메일에 들어있었나? 체크해보겠다" 하고 씩 웃었다 한다. 그리고 6개월만의 미팅을 통해 다시 업데이트하였다.
그러고도 돌아와 또 매월 안부 인사를 보냈는데 또다시 답이 없더란다. 그러다 1년차가 넘을 즈음, 미국 전시회에 나가게 되며 혹시 이 전시회도 올 것인지, 안부 인사를 물었더니 드디어 바이어로부터 회신 메일이 와서 언제언제 만나자고 약속이 잡혔다 한다. 마침내 이번에는 미국에서 만나 회포를 풀며 재차 "아직도 스펨 메일에 가는지?" 물었더니, 바이어가 "이 바닥에서 수없이 많은 셀러들을 만나고 사기꾼도, 망하는 사람도 많은데, 제가 아무리 귀 사에 호감이 있다 하더라도 첫 만남에 바로 믿을 수는 없다. 1년 간 지켜보았는데 망하지도 않았고 꾸준하다면 (^^) 귀 사와 좀더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고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한다. 그리고 이후 몇달을 또 꾸준히 문답해온 끝에 첫 수출계약이 이루어졌다 한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한두 건이 아니라 특히 해외전시회를 꾸준히 나가는 성공 기업인들에게 항시 듣는 무용담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라인 행사를 활용하라! 는 팔로업에 핵심임을 참고해야한다.
주로 위와 같은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 또는 대부분의 경우 어느 정도 이야기가 성사된 단계에서 계약 체결을 앞뒀을 때, 해당 바이어의 국내 초청을 주선해보게 된다. 빅바이어일수록, 굳이 한국에 직접 방문하여 우리 회사를 만난다는 자체가 큰 투자인 만큼, 그에 걸맞는 성의와 책임있는 자세로 바이어를 응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초청의 경우도 아래와 같이 나뉘어지는데,
(1) 자부담을 들여 바이어 초청 (항공/호텔/식사경비 등)
(2) 바이어 본인의 관심 또는 타 국내 행사 참여 등의 기회를 활용하여 한국 방문
(3) 셀러가 개별 바이어 초청 지원, 해외바이어초청상담회 등 국내 공공기관 지원 사업을 통해 초청 오퍼
등이 있다. 왕도는 없습니다만, 바이어와 꾸준한 팔로업의 수준을 통해 위 3가지 중 가장 맞는 오퍼 수준을 찾아 끈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대체로 관계가 아직 깊지 않은 단계에서는 정말 많은 투자로 볼 수 있는 자부담 초청보다, 공공기관 지원사업 및 전시회 등 "나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지라도, 이 바이어가 오고 싶어할만한 매력 있는 행사 기회"를 소개하며 그에 함께 묻어 만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제 바이어로부터 의미있는 회신이 오고, 질문이 오가며 관계, 관심이 깊어진다면 소위 낚시에서 입질이 거세지는 느낌이 올 것이다. 후속 요청에 대한 팔로업의 대원칙은 ASAP(As Soon As Possible)이다. 필요에 의해, 경우에 따라, 밀당 등의 이유로 조금씩 시간을 두고 회신할 수도 있겠지만, 특이한 사항이 아니라면 빠른 피드백은 그만큼의 강한 수출상의 관심과 의지로 상대방에게 읽히기 마련이다. 자료 요청 등 단순하고 가능하면 1~2일내 피드백을, 준비에 시일이 소요되는 요청이라도 가능하면 1~2주 이내에 팔로업함이 좋다.
이를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거래처로 서로 손을 잡고 첫 수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면, 초보 무역인에게 그 기쁨은 뭣에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수입처를 발굴한다는 것은, 그 한 나라에 대해 (독점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그 한 사람을 발굴하고 선택하여, 상호호혜적인 입장에서 앞으로 꾸준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성장한다는 뜻이다. 한 나라에서 여러 잠재바이어들을 소개받아 만나고 명함 교환하더라도, 결국 위와 같은 꾸준한 인터렉션 끝에 양자가 합의와 신뢰에 이르는 곳은 대체로 1국가에 1명(1개사)이 될 것이다. 그 하나의 거래처를 발굴해내기 위한 꾸준한 끈기와 소통, 팔로업이 필요하다.
오늘도 회신 없는 세일즈 오퍼를 꾸준히 보내고 여럿에게 까이더라도 한 명의 진성 B2B 고객 발굴을 위해 제안서를 다듬고 메일을 발송하고 줌 회의에 맞춰 달리는 해외영업 담당자와 무역인들을 모두 응원한다. 저 끈기와 꾸준함을 알아주는 바이어가 그와 같은 지속 동반 성장이 가능한 유망 바이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