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이노베이션의 효과적 방법론 공부하기

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혁신중개자, 그리고 스타트업 실무자들을 위해 '벤처 클라이언트(Venture Client)' 모델의 의미와 현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벤처클라이언트 솔루션 전문기업인 GlassDollar의 보고서 'Impact of Venture Client'와 최근의 글로벌 동향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은 무료로 풀려 있으니 궁금하신 분, 보다 상세히 공부하실 분은 이 링크를 클릭해 읽어보세요.
벤처 클라이언트(Venture Client)란, 한글로 벤처구매, 벤처고객 등으로 번역되는 단어로, (직역하면 모험구매, 모험고객 정도 느낌?)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초기 고객이 되어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투자 방식과 달리,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하지 않고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니, 그냥 혁신 솔루션을 돈 주고 산다는 말이야? 우리가 흔히 하는 구매랑 뭐가 달라?"
다릅니다. 벤처 클라이언트는 혁신을 소싱하고 성공적으로 내재화하기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의 방법론으로서 구매입니다. 사실 절차라면, 검증하고, 구매하는 것이 전부이기에 쉽다면 매우 쉽습니다만, 대기업,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조직이 깔려 있다는 전제의 집단 내에서, 이전에 거래 이력이 없던 회사와 신용리스크를 감수하고 / 이전에 시험해본 적이 없는 기술이나 혁신요소를 자부담을 들여 첫 모험 고객(Venture Client)가 되는 시도가 / 그 캐즘을 구조적으로 뚫기가 가능토록 하기란 기성 조직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기업 구매부가 괜히 높은 벽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구매부가 조달부서라면, 벤처클라이언트 담당 혁신조직은 패스트트랙/위험 감수를 일상화한 혁신조달부서라 할 수 있지요.
벤처 클라이언트를 일반적인 구매와 대조해본다면, 아래와 같이 구분해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의 핵심적인 의미를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지요.
빠른 혁신 도입: 내부 개발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위험 분산: 지분 투자 없이도 혁신을 실험할 수 있어 리스크가 낮습니다.
상호 이익: 스타트업은 초기 매출과 시장 검증을 얻고, 대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합니다.
GlassDollar의 연구는, 일반적인 PoC(개념검증)에서 벤처 클라이언트의 활용 여부가 성공율(10% vs 50%), 소요시간(10개월 vs 10주), 실패 리스크 최적화 등에서 뛰어나다고 설명하기도 하네요.
새삼스럽게 왜 주목 받느냐? 그 배경에는 최근의 벤처 불황과 오픈이노베이션 춘곤기가 있습니다. 특히 2025년은, 한국이든 해외든, 대중견기업의 혁신조직들에 생존을 증명할 혹독한 시기입니다. 제가 앞서 소개했던 MTB의 2025년 오픈이노베이션 리포트에서, 그와 같은 이유로, 많은 벤처링 수단들이 효율성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벤처클라이언트가 좀더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한 바 있었지요. 즉, 어렵게 씨 뿌리고 오래 육성해야 하는 수단들보다, 안타깝지만, 몇 번 실험하면 바로 플러그인 가능한 툴들, 보다 적은 리스크 대비 가성비가 좋은 벤처클라이언트가 좀더 각광받고 있는 셈이죠.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은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독일의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 자체가 유래된 것이, 아래 BMW Startup Garage 프로그램이었어요. 2015년 설립한 혁신 소싱 전담조직인 BMW Startup Garage에서 그레고어 기미(Gregor gimmy)는 기업 차원에서 벤처 클라이언트 활동을 체계화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BMW에서 시작된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은 보쉬, 에어버스, AT&T 등으로 확산되었고, 국내에서는 최근 LG전자가 LG퓨처홈(Future Home)이라는 벤처클라이언트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합니다. (매일경제 2023) 2023년 GlassDollar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스타트업들은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을 통해 약 6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으며, 대기업들은 약 43억 유로의 가치를 창출했습니다.
벤처 클라이언팅(Venture Clienting)은 혁신을 위한 기업의 로켓 연료입니다. 전통의 경계를 넘어 기업을 추진시키는 힘이죠. 이것은 단순한 협업이 아닙니다. 스타트업이 민첩성을 기업의 DNA에 주입하고, 새로운 기술을 날렵하게 시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함께 가능한 것의 한계를 재정의하는 워프 속도의 파트너쉽입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벤처링 활동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나누다보면, 아래와 같이 구분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시장 접근성(Market Availability) 면에서, 그리고 자사의 사업과 호환성(Compatibility) 면에서, 우리가 잘 아는 CVC(기업형 VC 투자), CVB(벤처스튜디오/벤처액셀러레이팅 등)에 비해, 사내 혁신 개발/비공식적 파트너링보다 우월하며 높은 호환성을 가진 방식이 CSP(스타트업 파트너링)/벤처클라이언팅입니다.
벤처클라이언트가 수요/공급기업인 대기업/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장점은 명확합니다.
혁신 가속화: 내부 개발보다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비용 효율성: 초기 투자 없이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시장 적응력 강화: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활용하여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초기 매출 확보: 대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 검증: 실제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신뢰도 향상: 대기업과의 협업은 다른 투자자나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습니다.
(저기 그럼, 우리가 아는 PoC나 공동개발이나, 뭐 이런 활동들과 같은, 하나의 활동으로 보는 건가요?)

용어들이 많지만, 그 중 일부는 벤처 파트너링이란 여집합으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벤처 클라이언트와 벤처 파트너링은 구분해 보기에 다소 헷갈릴 수 있어요. 위 1사분면에 함께 위치했기에 성격도 유사하지요. 파트너링이란 개념 안에 매우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활동들이 포괄되기도 할텐데요. GlassDollar의 연구에서 상세하게 비교한 표를 아래와 같이 번역해봤습니다.
전담 팀 구성: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전담할 팀을 구성하여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합니다.
명확한 목표 설정: 협업의 목표와 기대 결과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내부 프로세스 정비: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내부 절차와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례들은 대략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경우 6개월 안에 Pilot Project를 돌려볼 수 있다고 제안하네요. 1개월 정도 챌린지에 대한 스타트업들을 조사 및 발굴하고, 2개월 정도 이들을 섭외한 후 좁혀나가서 제안 발표회(Pitch Day)를 갖고, 3개월에 걸쳐 선정된 스타트업들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시킨 뒤 사례들을 취합하여 다음 스텝으로 진행하면 이상적인 스케줄입니다.
시사점이라면, 성공적인 벤처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가 중요하다 하네요. 전문가들 눈에는 당연한 요소들이지만, 항상 문제는 '실행'이죠. 복기해봅시다.
① 내부-외부 연계 구조: 사업부가 실제 문제를 정의하고, 외부 스타트업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 구축
② 명확한 KPI 설정: PoC 건수, 채택률, 비용 대비 효과 등
③ 문화적 호환성 검증: 스타트업과 기업 간 신뢰, 소통 스타일, 불확실성 대응력의 조율
④ 중장기 전략과 연계: 단기 PoC가 아닌 제품/비즈니스 혁신과 연결되어야 지속적 효과 가능
이론적인 얘기가 많으니, 실감이 안 난다면, 사례를 봐야죠.
우선 성과측면에서, GlassDollar에서 6만여 건의 DB를 통계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벤처클라이언트 모델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가시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창출합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PoC(Proof of Concept)를 바탕으로 실제 제품·서비스 도입까지 이어지는 채택률은 평균 50%
대기업 한 곳과의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이 얻는 평균 수익은 14.5만 유로(약 2.2억원), PoC 수익 포함 시 최대 25만 유로(약 3.8억원)
대기업 측은 평균적으로 PoC 1건당 약 200만 유로(약 30억원대)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창출
453건 이상의 스타트업 파트너십을 보유한 Siemens는 단연 선도 기업입니다.
R&D 예산의 상당 부분을 외부 스타트업 솔루션 도입에 활용, 총 2억 유로 이상 VC 연계 효과가 추산되죠.
스타트업과의 PoC를 통해 생산공정 최적화, AI 기반 유지보수, 에너지 절감 기술 등을 대거 도입했습니다.
238건 이상의 협업 사례를 만들었습니다.
외부 스타트업 기술을 통해 개인 맞춤형 화장품, AR 메이크업 체험 솔루션 등을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내부 인프라에 긴밀히 통합된 벤처클라이언트 운영 유닛 ‘L’Oréal BOLD’ 통해 협업을 추진합니다.
251건 이상의 파트너십에서 다수는 ESG 및 지속가능 솔루션이었습니다.
친환경 포장재, 탄소추적 플랫폼, 친환경 공급망 기술 등 지속가능한 혁신 아이템을 채택했구요.
중장기적으로는 내부 생산 공정 전반의 탄소 배출 절감을 목표로 PoC 확장 중입니다.
PepsiCo는 이미 각 부서에서 스타트업 협력을 활발히 추진해 왔으나, 이를 전략적으로 집중 관리하기 위해 PepsiCo Labs라는 독립 조직을 설립하였습니다. 벤처클라이언트 기능이 조직 차원으로 성장한 예지요.
100건 이상의 PoC를 이미 완료했고요.
명확한 ‘Scout – Pilot – Scale’ 단계 관리를 통해 협업을 체계화했습니다.
핵심 과제는 공급망 효율화, 지속가능 포장, 소비자 데이터 기반 마케팅 자동화 등입니다.
“Think Big. Build Bigger.”라는 슬로건 아래, 스타트업을 단순한 공급자가 아닌 전략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키워가는 구조입니다.
Why purchase Apple stock, when you can buy the iPhone directly?
(아이폰을 바로 구매해 쓸 수 있다면, 뭣하러 애플 주식을 사겠는가?)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은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혁신적인 협업 방식입니다. 대기업은 빠르게 혁신을 도입하고, 스타트업은 안정적인 수익과 시장 검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중요한 전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구매와 모험 구매는 명확히 차이가 있고, 역시 나름의 전략과 노하우,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구조, 목표, 문화, 전략 모두가 한 갈래로 Align되어야죠.
가장 단순한 수단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벤처 클라이언트 모델의 의미와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