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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태계의 오픈이노베이션 참여 요령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맞춤형 오픈이노베이션 참여 전략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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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스타트업 글로벌 성장지원과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이하 OI) 사업을 담당하고 혁신대전 NextRise를 운영하던 경험으로, 여러 지자체와 지역 소재 창업지원기관들의 다양한 분들을 만나다보면, "우리 지역에서도 NextRise 같은 걸 한번 해보고 싶다”,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을 벤치마킹해서 해보고 싶다, 도와달라”는 제안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겉보기 화려해보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공공사업화 시도들이 현장에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여기에는 수도권과 지역의 여러 구조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복사-붙여넣기식’ 접근을 벤치마킹이라 생각하고 이행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때 광주전남지역에서 3년간 현장실무를 하며 다양한 현지 기관들과 함께 OI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겨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속에서저는 제 경험을 지역이란 특수성에 맞게 옮겨 시도들을 해보거나 다른 기관 사업들을 거들며 시사점들을 얻었구요.


“서울 본사의 방식을 그대로 지역에 옮기려는 시도는, 종종 그 지역의 현실과는 어긋나며, 결과적으로는 지치기 쉬운, 에너지 소모성 사업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지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래 세 가지 방향이 지역 OI 사업의 지속성과 성과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라 생각합니다. 각 방식에는 실제 제가 겪거나 옆에서 본 우수사례와 실패사례를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실패사례는 시사점 차원에서 공유하는 것이니 익명화했습니다.)


1. OI 본질을 살린 ‘전국구형 모델’

서울에 있는 대기업과 투자사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위 ‘Hot한 스타트업’을 찾습니다. 그 출처가 서울이든 지방이든 중요하지 않죠.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은, 본사나 중앙조직 차원에서 실질적 동력을 갖고 진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와 같은 조직은 수도권에 주로 몰려있죠.


그렇다면 지역 OI 프로그램도 본사 조직을 수요처로 협업하며 전국단위로 스타트업을 공모하고 소싱하되, 해당 지역 기업은 가산점을 주거나 PoC 등 후속지원을 추가하여 얹는 식의 설계가 현실적입니다. 물론 지역기관의 설립목적인 지역 기업을 돕는 것이기에, 타 지역 스타트업이 직접적인 타겟 고객이 되진 않겠죠. 하지만, 대기업을 수요기관으로써 상대하며 그 니즈를 충족시켜 효과적인 딜 라운드를 만들어준다면, 그 안에서 많은 기회들이 참여 스타트업들에게 주어지고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 스타트업에게도 실질적 기회가 돌아갈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파이를 키우는 결정이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의 본질을 볼 때, 결과를 다르게 만들죠. 그리고 지역기관이 타 지역 스타트업을 소싱하기가 쉽진 않겠죠. 하지만 타 지역 혹은 중앙부처 기관들과 협업하거나, Fit에 맞는 맞춤형 소싱에 집중하는 등 성공공식에 집중하면 충분히 전국 단위에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성공사례:
(비록 서울이긴 하나 엄연히 지자체인) 강남구청은 강남구 오픈이노베이션을 2020년 처음 기획하던 당시,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강남구 소재 스타트업으로만 모집하면 그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 는 무협 실무지의 의견을 받아, 전국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모집했고, 결과적으로 구청장 앞에 성과기업 10개를 선보여 4개사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며 첫 시작을 끊었습니다. 강남구 소재 스타트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은 진행됐습니다. 이로 인해 다수 생태계 관계자들이 강남구 오픈이노베이션을 인지하게 되었고 이후 몇년 간 지속적으로 시리즈로 개최되며 성공적인 공공 혁신 기회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실패사례:
A 지자체 산하 기관에서는 지역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한 IR데이를 기획했지만, 실제 참가한 대기업 실무자 대부분이 “우리는 전국 단위에서 소싱하고 이 지역 기업 중 우리 니즈에 맞는 곳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미팅 요청률이 낮았고, 실질적 연결도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 기관과 대기업간 협업은 거기서 끝났습니다. 차라리 사업화를 테마로 하지 말고, 멘토링으로 접근했다면 적어도 참여한 스타트업들에게 시사점이라도 남길 수 있었겠죠.


2. 중앙 프로그램 참여를 돕는 ‘후방 지원형 모델’

대부분의 지역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PoC 기회를 성사시켜보고 싶어도, 채널과 노하우 및 방법을 잘 모르거나, 수요자 관점을 내재화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픈이노베이션 관점의 기획 및 제안, 발표 연습, 대기업에서 신뢰할만한 레퍼런스와 지표, 대기업의 심사 포인트 및 다수 OI 공모나 PoC 과제 등에서 확율을 올리는 맞춤형 지원 전술은 '경험자일수록 잘 아는 기술'입니다. 지역기관이 부족한 자원과 제약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억지로 OI를 기획하기보다, 서울에서 열리는 대기업 전문 주요 프로그램의 정규 트랙에 우리 지역의 스타트업을 참여시키되, 성공율을 높이기 위한 가공과 정제, 즉 오픈이노베이션 맞춤형 교육과 멘토링을 효과적으로 시키고, 성공시 그 뒷단의 PoC 등을 지원하는 성과 지향형 지원도 효과적입니다.


✅ 성공사례:
제가 광주에 부임했던 첫 해에,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GIST 등 지역내 주요 기관과 직접 스타트업 5개사를 선발해 부스 참가부터 발표자료 제작, 발표 멘토링, IR피칭덱 검토 등을 병행했고, 전시회 참여 전 120% 활용하기를 위한 사전 교육을 시켰고, 각각의 스타트업마다 성사된 밋업 대상자와 내용을 파악해, 팁을 제공하는 등, 소위 연예인의 매니저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참가사 모두 최소 2~6회 가량의 밋업을 성사했고 그중 1개사는 대기업 CVC로부터 1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한 성과도 일구었었습니다. 광주지역에 플랜카드가 실린 것을 보면 지역에서는 나름 희소성 있는 성과였고, 결국 수도권 사업에 맞춤형으로 플러그인해 일군 성과였습니다.


❌ 실패사례:
B 지역 기관은 자체 IR을 연 뒤, 우수기업을 ‘무역협회에 한번 소개해보고 싶다’고 막연히 요청했지만, 수요기관 관점의 제안이 아닌, 철저히 해당 지역의 우수기업 리스트를 표방하며 정리해 묻지마 제공하듯 서울 프로그램에 연결했고, 오히려 대기업 실무자들에겐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자체 행사를 개최하며 다수의 심사역들이나 담당자들을 읍소해 초청했지만, “이런 퀄리티와 Fit이라면 다음엔 이 기관은 패스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죠.


3. 지역 특화기능에 맞춘 ‘차별화 클러스터형 모델’

각 지역에는 클러스터와 특화산업이 있습니다. 의료(대전), 모빌리티(울산), 반도체(화성), 에너지(전남), 문화콘텐츠(부산/나주) 등입니다. 지역 OI는 이를 테마로 집중해 장기간에 걸쳐 설계하고 플레이어들을 모아간다면, 특화산업을 바탕으로 수도권에 뒤지지 않게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해외에서는 과거 미국의 볼더 커뮤니티 등이, 중소도시에서 다수 유니콘을 배출하는 등의 성공사례를 만들기도 했고, 테스트베드로는 스웨덴의 예테보리가 글로벌 스타트업의 테스트 성지로 자리잡도록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혁신은 대도시로 모이는 경향이 있지만, 지역의 특화산업과 클러스터는 특정 도메인에 집중하면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 성공사례:
광주광역시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으로 AI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보니, ‘AI 스타트업 밋업’으로 삼성, LG CNS, 네이버클라우드 등과 연계한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을 기획하여 연결하며 공동 PoC 사례들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지역내 네이버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지원사업과 연계했고, 광주로 유치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실효성 있는 지원을 병행했습니다. 또한 광주광역시 내 소재한 주요 의료기관들과 치매 등 특화한 영역의 테스트와 실증 사업들을 통해 관련 스타트업들과 사업화를 지속했습니다. 지역의 기능과 수요기업, 스타트업 간 니즈가 접점을 찾았던 경우입니다.


❌ 실패사례:
C 지역에서는 뚜렷한 클러스터 없이 '모든 산업 분야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포맷 밋업을 운영했지만, 정작 대기업의 실무 핵심인력(Key-Man)은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관심분야가 아니다”라는 피드백만 반복됐고, 결국 높은 자문료 및 호텔 제공 등 소위 알바비로 담당들을 끌어들인 결과, 실제 오픈이노베이션의 경험이 얕은 인력들이 방문해 형식적인 상담에 그치며 지역 내부에서조차 “이런 미팅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 "대기업측이 관심도 없는데 시간 때우기로 일관했다"는 회의감이 참여한 스타트업 사이에 퍼졌습니다.




지역은 결코 ‘변두리’가 아닙니다. 다만, ‘중앙과 다른 문법’을 가져야 할 뿐입니다. 지역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성공하려면, 정답지를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맥락과 역량에 맞는 방식으로 '해석하고 변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OI는 사람을 만나게 하고, 기회를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지역이 이 연결의 허브가 된다면, 스타트업 생태계도 그만큼 탄탄해질 것입니다.


이상으로 위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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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in
코엑스 2F 스타트업브랜치이노브랜치 담당자
NextRise 무협측 실무총괄
KITA 스타트업글로벌성장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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