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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부문에서 플랫폼 전략의 의미

공공 IT/인프라/서비스의 플랫폼 전략 장단점과 최적화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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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r. Jin입니다.


오늘은 공공 영역에서 '플랫폼 전략'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장점과 리스크가 있는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플랫폼이란 말이 디지털 시대에 너무 흔하게 쓰이지만, 공공 행정 실무에서 진짜로 플랫폼 전략을 도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봅니다.


1. 플랫폼 전략이란 무엇인가요?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보통 IT 시스템, 앱, 웹사이트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의 본질은 "양면시장(two-sided market)"입니다. 즉, 플랫폼은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간의 단순 중개를 넘어서, 이용자와 이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인프라이자 네트워크입니다.


꼭 디지털일 필요는 없습니다.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오프라인 행사, 네트워킹 중심의 공간(예: 스타트업 브랜치),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도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한 쪽이 아니라 양쪽(공급자와 수요자), 혹은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상호작용을 하게 만드는 구조와 시스템입니다.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인프라: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질 수 있는 기본 구조, 프로세스, 서비스입니다.

네트워크: 플랫폼에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관계, 활동, 신뢰 등입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야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전략이 시작됩니다.



2. 공공에서 플랫폼 전략이 가지는 장점


(1) 공공성 확보, 가장 공공다운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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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은 구조 자체에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그들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도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소위, 낚시꾼과 물고기를 풀어놓고 먹이를 뿌리며, 어장이란 플랫폼을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 및 심판인 셈이죠. 직접 뛰어들어 교란하지 않고 인프라 관리 위주로 가니, 시장의 역동성 침해도 비교적 최소화됩니다. (물론 이 말은 민간 플랫폼 사업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 외 대다수 민간 생태계에의 영향을 얘기하는 겁니다)


(2) 적은 리소스로 더 많은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 최적화.

(저에게는 이게 제일 중요한데요. ^^ 가성비, R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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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조직의 특성상 예산과 인력은 언제나 부족하고, C레벨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전략은 초기에 한 번 자원을 집중해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한 후, 다양한 사업과 이해관계자가 얹힐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어 효율적입니다.


(3) 담당자가 전문가가 아니어도 생태계의 한 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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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대부분 순환보직으로 운영되며,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전문성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플랫폼은 그런 격차를 줄여줍니다. 담당자는 플랫폼의 생태계를 조율하는 조정자, 설계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됩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용자와 깊이 소통하는 일은 플랫폼 참여자들이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덕분에, 전문가가 아닌 담당자라 하더라도, 생태계 안에서 플레이어들을 상대할 때, 소위 큰 조직의 휘광, 협상력이 커지고 일방의 약관에 의거해 사업하기 좋아 행정 리스크도 줄입니다.


(4) 담당자가 바뀌어도 의존 리스크가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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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구조는 담당자가 바뀌면 큰 공백이 생깁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잘 구축되어 있다면, 후임자는 그 플랫폼을 통해 기본적인 네트워크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안에서 쌓인 데이터, 프로세스, 운영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인수인계의 도구가 됩니다.


(5) 플랫폼의 내재적 장점: 콘텐츠, 데이터, 브랜드, 해자(Moat)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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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4가지는 공공에 주로 필요한 여러 이슈들인데, 위의 플랫폼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이용자 활동에서 나오는 콘텐츠, 매칭 데이터, 이벤트 기록 등이 자산으로 축적됩니다. 이 자산들은 또 다른 사업이나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랜드가 형성되면 경쟁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해자도 생기게 됩니다. 잘 운영할 때, 자연스레 구축되는, 플랫폼 고유의 장점이죠. 민간에서는 사실 이러한 이유로 플랫폼 사업이란 전략적 선택지를 택합니다.


3. 단점과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위와 같은 이유면, 그냥 공공 사업 모두가 플랫폼 전략을 써야 하지 않나요? 할 지도 모르는데, 플랫폼은 어디까지나 양면시장, 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이용한 사업 방식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공공과 캐미가 맞기도 하지만 겉도는 아래 심각한 단점들도 함께 있죠. 자, 아래 내용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1) 외형적으로 생색이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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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플랫폼이?? 라는 분도 계시겠지만, 한번 실제 사례들을, 오랜 기간을 두고 지켜보세요. 이 공식이 항상 돌아간답니다. 처음 오픈할 때 반짝 생색나고 그 뒤 용두사미가 되는 플랫폼은 공공에 수없이 많습니다. IT만이 아니라 여러 유사 서비스/인프라가 그러합니다.


단발성 행사나 특정 사업은 언론 보도나 고위급 참석으로 눈에 띄는 효과를 줄 수 있지만, 플랫폼은 그 효과가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장의 임팩트가 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는 숫자 몇 개만 찍히기 마련이고, 이를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2) 고위급과의 온도차 리스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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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이 아주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바로 온도차 리스크입니다. 순환보직으로 들어온 고위직 입장에서는, 플랫폼이라는 구조보다는 당장의 성과가 눈에 더 들어옵니다. 개별 이용자들의 중요성이 플랫폼 안에서는 희석되어 보일 수 있고, 실제로 그 이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잘 드러나지 않기도 합니다.


(3) 운영자의 전문성이 약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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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운영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현장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생태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실제 산업이나 거래에 대한 감각을 잃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역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정작 무역에 대한 실무를 잘 모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정책 변화에 취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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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은 정책 방향이나 조직 미션이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예를 들어 창업 지원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무역 지원으로 기관 전략이 바뀌면, 기존 플랫폼을 구조적으로 개편하거나 아예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플랫폼은 구조적 자산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렵고, 전환 비용도 큽니다. 보통 플랫폼 담당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이런 정책변화에 수반한 온도차 냉각....이기에 장기적으로 담당 HRM(인적자원관리)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죠.


(5) 플랫폼 전략... 자체에 대한 인식이나 역량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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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가장 큰 취지기도 합니다. 공공의 플랫폼 전략이란 개념이나, 이런 글 따로 보신적 있을까요? (적어도 저는 없네요) 이런 개념을 잡고 일을 하는 것과 없이 하기는 나중에 현격한 차이를 만듭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 사업 하듯, 플랫폼 운영도 하다보면, 장단점 관리가 안 되고 휘둘립니다. 저도 심지어 그냥 하다보니 깨닫고 플랫폼을 따로 공부하며 알게 된 요소들을 다듬은 거랍니다. 즉, 관리자도 플랫폼 기획/운영 실무의 역량을 쌓지 않으면, 위 4가지 단점이 더 극대화됩니다.



4.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요?


위에서 본 단점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전략은 공공과 캐미가 좋고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그럼, 어떻게 re-design해야 효과적인 플랫폼 전략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1) 고위급 참여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고 체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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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구조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고위급에게 명확한 인지와 의미 체험을 주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이벤트 구조가 필요합니다. 막연히 제 보고만 듣는 것을 극복하고 직접 만나거나 발표하거나 체험하거나 뉴스에 이름 싣거나 등등 소위 "손맛" 느끼게 해주는 거죠.

예를 들어:

오프닝 행사: 플랫폼 론칭 시 큰 그림을 설명하는 자리. 경영진 참여 기회 + 행사, 소위 뉴스보도/테이프컷팅 등 손맛 좀 느끼게 해드림.

사업 설명회: 사업기간 중 첫 시작에 활용. 경영진 참여 기회 + 행사.

중간 보고회: 주요 활동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점검. 경영진 대상 보고. 횟수는 적정 수준으로. 월례 서면 보고가 될 수도 있고, 대면 중간보고(특이점이나 고도화 이슈 등이 있을 경우)

특정 이벤트: 차별화된 소위 WOW포인트를 만듭니다. 기획기사나, 성공사례집 발간이나, 어떤 시사성 있는 특정 이슈가 있을 때 간담회나 현장방문 등등... 아 공공쟁이들이 듣기만 해도 머리아픈, 바로 그 답없는 것들이죠. 적절한 수위의 조미료로, 활용해야죠. 막 뿌려대면 메인 dish가 흐려집니다.

연말 성과공유회: 눈에 띄는 숫자와 스토리를 정리, 우수 이용자 초청 및 고위층과 인터렉션, 역시 손맛.

또한 고위급이 바뀔 때마다 빠르게 브리핑할 수 있도록 정형화된 자료와 커리큘럼도 함께 준비하면 좋습니다.


(2) 코어는 유지하되 모듈은 유연하게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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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핵심 철학이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주변 서비스나 구성 요소는 유연하게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마치 레고처럼 핵심 블록은 그대로 두고 주변만 갈아끼우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창업자와-투자자를 섞던 플랫폼이었는데, 무게중심이 창업보다 성장, 글로벌로 옮겨진다면, 동일한 플랫폼/이용자 네트워크 안에서, 성장지원/수출지원을 위한 부가서비스나 매칭을 살짝 더하고 포장을 더 과감히 리브랜딩하는 식의 전략. 사실 흔히들 쓰죠. 이런 전략적 유연함을 / 해도 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 사이에서 / 갖고 있어야죠. 좀더 과감하게 한다면 관련 이용자를 섞어가는 시도나, 없던 지표를 추가하는 등의 시도를 해볼 수 있지만, 수질 건드리는건 꽤 위험한 시도이니 이런건 대체로 해서 안 될 것에 포함되는 영역이죠.


(3) 중장기 전략과 질 관리에 충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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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눈에 띄지 않고, 제일 어려운 영역이며, 제일 중요한 부분이죠. 단순히 참여자 수를 늘리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됩니다. 플랫폼 내 이용자의 "질"을 관리해야 합니다. 우수 이용자 유지, 불량 이용자 정리, 이용자 간 균형, RPM 소위 사업의 회전율, 그에 따른 수질관리 등을 맞추는 정성적 관리도 함께 필요합니다. 이건 정말, 체계적인 매뉴얼과 문화의 기반 위에, 실무 담당자의 모티베이션, 주로 커리어/성장로드맵 관련 인센티브 패키지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그냥 품질관리 잘 해라, 는 절대로 좋은 품질을 담보할 수 없죠.


(4) 소위 스킨십으로 온도차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평소에 고위급의 현장감을 관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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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루틴한 체제라면, 이건 조금 다릅니다. C레벨과 고위급이 갖고 있는 이 플랫폼과 사업적 의미에 대한 "인식"과 인지수준을 관리하는 거죠. 이들이 플랫폼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현장 간담회, 사용자 인터뷰, 데모데이 참석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소위 "교육"시켜드린다 하죠. 이를 통해 C레벨 역시 생태계에 대한 감각과 책임감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무한반복입니다. 다시 냉탕을 열탕 만들기 시작.

하지만 플랫폼이 잘 돌아가면, 브랜드 효과가 구축되고, 그것이 시그니쳐가 되면 역설적이지만 C레벨/고위급의 우호도를 높이기에 교육의 공수를 줄이고 효과를 키워줍니다. 예컨대, 저희 C레벨 중 한분은 작년 초에 취임하셨는데, 저희 행사플랫폼인 NextRise의 브랜드를 익히 아시던 분이었기에, 처음 부서 순람하며 일성이 "아 여기가 NextRise 하는 팀이구만~" 하며 들어오셨습니다. 그럼 뭐, 무슨 '교육'이 필요하겠나요, 물론 기대치 관리가 또다른 이슈는 되겠지만, 우호적인 분 온도 올리기는 잘 모른다(=보통 비우호적이다임)는 분 온도 올리기보다 열배는 낫습니다.


(5) 운영자의 전문성을 강화할 기회 차원에서 파일럿/플래그십 사업은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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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운영 담당자의 커리어 경로와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 미션을 일치시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부 세부사업에는 직접 참여하게 하여 현장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단순 관리자가 아닌, 생태계 설계자이자 전략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어장 관리만 하고 낚시꾼과 물고기만 풀어놓으면 저는 절대 어업 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한두번은 직접 저도 낚시질도 하고 투망도 해봐야죠. 저는 저희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운영도 참여하고, 별도 수행사도 직접 관리하지만, 낚시질도 일부는 때때로 여전히 직접 합니다. 손맛 감을 잃으면 안 되니까요. (이건 정직합니다) 후임들도 가급 그 부분을 독려하구요.


5. 마무리하며

공공에서 플랫폼 전략을 도입하는 일은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의 관점을 사업 중심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이며, 단기 성과에서 장기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플랫폼은 작은 리소스로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고위급의 이해, 운영자의 전문성, 이용자의 품질 관리 등 다양한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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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위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어보았습니다. 추석 연휴 지나고, 저도 하반기 사업들 두달의 짧은 기간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데, 내년을 바라보고 이 플랫폼 전략을 더욱 날을 세워, 제대로 해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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