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행복하게 해 주세요.

님아 그 문을 열지 마오, 아니 열어 주오. 아니 아니, 모르겠소.

by 홍문화

남편과 나는 알콩 달콤 재밌게 사는 부부다. 결혼 10주년이 되었지만 남편과 나누는 대화가 제일 재밌어서 하루를 마치며 몇 시간이고 수다를 떤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같이 춤을 추고,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버선발로 달려가 안아준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왔을 때 내가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현관부터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그의 소리가 들린다. “홍땡~?”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가 줌미팅 중인 나를 보고 황급히 문을 닫으면 그게 그렇게 웃긴다.


“저도 언니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요.” 동생들은 이렇게 얘기하며 비결을 묻곤 한다. 결과적으로 지금 우리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지만, 나도 이렇게 잘 살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몰랐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지도 사실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이 보면 화들짝 놀라겠지?)


남편과는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내가 좋아하던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 그럼에도 보자마자 활짝 미소가 피어났다. 남편은 나를 보며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 고 생각했다고 한다. 사실이었다. 남편을 만나고, ‘이상형’이라는 게 깨졌다. 왜 좋아하는지 이유야 찾으려면 수없이 찾을 수 있겠지만, 사실 그냥 만나자 마자부터 좋았다. 오랜 인연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형은 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유효한 것이었다.


“자기 인생을 사랑하도록 돕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소개팅 자리에서 그는 나에게 꿈을 물어봤다. 내 이야기에 그는 자신도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말이 잘 통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대화가 부담스럽겠지만, 우리는 천생연분이었던 것이다.


‘이 사람과는 삶을 쌓아갈 수 있겠다’ 홀어머니 모시고 살고 있고, 빚이 있고, 좋은 조건이라고는 없어 보였지만 남편과는 삶을 쌓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꿈이 있고, 자기 일을 사랑하고, 진실한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사람. 10년 전엔 회사원이었던 남편은 지금은 대표가 되어서 꿈을 이루고 있고, 나 역시 그때 꾸던 꿈을 내 속도로 이루면서 살고 있다. 우리는 부부이기도 하지만, 삶의 동행자다.


이렇게 좋은 것이 가득한데,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건 무슨 소리인가, 그건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건 비단 우리 둘만 잘해서는 아니라서다. 꽁냥꽁냥한 부부를 어린 남매 보듯 귀여워하며 다 해주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가 함께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부모님이 정정하시고, 삶에 욕심 많은 우리에게 아이가 없는 것도 분명 우리끼리 재밌게 사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삶은 계속 변화한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매일매일 자라나는데 가장 좋았던 이 환경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이 시간을 더 오래 붙들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을 거라면 언제까지고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가지 않는 어느 길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렵다.' 남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건 나도 그럴 때까지만 유효할 것만 같다. 아이를 낳고, 자연스레 우선순위를 육아에 두면서 히스테릭해지기 시작할 내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이 노력해 줄 것이라는 건 알지만, 내가 좋아했던 “일에 욕심 많고, 꿈을 이루고 싶은” 남편의 모습이 아이를 낳으면 이기적으로 보이고 미워질것만 같다. 다 해주고 싶어하는 시어머니의 모습도 지금 우리에겐 감사한 면이지만,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도통 그냥 넘어갈 수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이미 시험관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기에, 과정을 다시 겪는 것을 생각만 해도 지친다.

나를 부모로 만들, 한 생명을 만나는 길. 삶의 신비가 열리고 큰 사랑으로 향하는 길이겠지만, 열고 나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가득해지는 삶의 문고리 앞에 선다. 물론 그 문을 열고 들어가서 맞이할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분명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잘, 살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울고 웃으며 더 깊어질 것이다.

열고 싶다고 마음대로 열리는 문도 아니지만, 선택조차도 쉽지 않은 그 문. 그 문을 열지 말지, 또 열릴지 안 열릴지는 지금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따금씩 그 문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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