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아서 심장이 아파

아플 만큼 아름다운.

by 홍문화

‘아, 너무 좋아도 심장이 아픈 거구나’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장면은 대개 너무 화가 나거나 큰 충격을 받았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익숙한 연출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좋아서 심장을 부여잡은 적이 있다. 행복한 감정과 함께 갑자기 찾아온 심장의 고통은 참 아이러니했고,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나는 ‘등대학교’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세상을 비추는 등대 같은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자 인생학교다. 주변을 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본다. 열정이 클수록 그만큼 소진되기도 쉽다는 것을 알기에 등대 같은 분들이 온전히 자신을 돌아보고 채우는 시간을 선물하고, 지지받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보며 오래도록 빛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2022년, 코로나 지원금 150만 원을 마중물 삼아 등대학교 1기를 열었다. 고맙게도 그 뜻에 공감해 준 분들의 후원과 동참 덕분에 지금까지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처음 시작할 땐 두려움이 컸다. 오직 진심 하나로 시작하는 이 활동이 외면당하면 상처받을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선뜻 같이 돕겠다는 친구들이 생겼고, 등대학교는 좋은 사람들로 채워졌다.


심장을 부여잡은 날은 등대학교 3기를 마치고, 동문회 뒤풀이로 ‘추친단’ 친구들과 양꼬치 집에 갔을 때였다. 사실 동문회는 우리가 준비한 시간과 대관료에 비해 참가자는 여섯 명뿐이었고, 결과만 보면 아쉬움이 남을 법도 헸다.


그런데 우리는 웃고 있었다. 서로를 끌어안으며,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 “고마워. 무엇보다 준비하는 우리가 제일 즐거웠어.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 맥주를 들이키며 오간 감사의 말들, 입가에 오래 머문 미소, 벅찬 마음들. 그날 양꼬치 집 작은 방은 조명이 하나 더 켜진 듯, 환하게 느껴졌다.


한 친구가 말했다. “세 명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거 알지? 세 명의 법칙. 한 명이 하늘을 보면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만, 세 명이 올려다보면 같이 하늘을 보는 거야. 우리 셋이 있으니까, 문화가 꿈꾸는 거 다 할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잠깐만. 나 진짜 심장이 아파.”


정말 그랬다. 소중한 삶의 한 장면,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우리는 그 시기, 등대학교 이야기를 하며 매주 만났고 서로를 영혼의 가족이라 불렀다. 연애 초반처럼 불타올랐고, 뭘 해도 재밌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들의 삶은 그때와는 또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다들 각자의 주 업이 있고, 인생이 있으니까.

회사에서의 역할이 바뀌고, 사업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생긴다. 사랑을 하고, 새로운 관심사와 취미도 생긴다. 여전히 우리는 등대학교를 함께 하고 있지만, 각자의 삶에 집중해야 할 것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후 순위로 느껴질 때면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함께한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음을. 한 마음으로 함께하며 온전한 지지를 받는다는 건 신비롭고 감사한 일임을. 그래서 그 순간이 가슴 아플 만큼 아름다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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