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챔피언은 아니지만-하이록스 서울 Ep.1

2025년 세 번째 하이록스 레이스. 하이록스 서울.

by 태빅스

Chapter 1. 다시, 출발선 위에서

AC/DC의 Hells Bells가 흘러나온다.

하이록스 레이스 출발 2분 전, 경기장에 울리는 이 음악은 출발선에 대기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긴장감

그리고 설렘을 준다.


세 번째 하이록스. 지난 5월 인천 대회 이후로 6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긴장되고, 여전히 설렌다.
이번에도 챔피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이 레이스를 위해 파트너와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


참고 : 2025년 5월 17일 하이록스 인천 대회 글


6개월 전, 5월 17일 하이록스 인천.

옆에서 같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파트너와 나는 준비 부족으로 인해 지난 번 인천대회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을 세웠다.


2025년 5월 하이록스 인천대회 결과

그날, 우리는 무너졌다.

준비가 부족했고, 경기 도중 실수투성이었다.

첫 대회 기록에서 8분이나 늦게 들어온 기록.

누구를 탓 할 것도 없었기에, 그 날의 실수와 변수들이 오히려 다음을 위한 동기부여가 됐다.


처음부터 다시 했다.

서울 대회를 6월부터 준비하며, 우리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반이 되면 크로스핏 박스에 모였다.

두 번이나 함께 대회에 나갔지만 하이록스에 필요한 운동을 했고, 파트너와 호흡을 맞췄다.

조금씩 다듬어 갔다.


이번만큼은 정말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이 조금씩 생겼다.



Chapter 2. 또 다른 준비 과정, 그리고 실패

하이록스 서울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풀코스 마라톤을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하이록스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목표였다.
2025년 춘천마라톤.


나의 첫 풀코스 완주지이기도 했던 곳.
2년 만에 다시 돌아가는 이 레이스에서 3시간 29분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위해 여름 내내 달렸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매주 LSD를 뛰었고, 인터벌 훈련도 끊임없이 반복했다.

레이스를 위한 여름이었고, 올해 최대의 목표였다.


그런데 아주 조금의 문제가 있긴 했다.

아주 조금의 문제라고 하기엔 중요한 문제였던 것 같다.


마라톤과 하이록스를 함께 준비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심장은 마라톤을 위해 길게 버텨야 했고, 근육은 하이록스를 위해 빠르고 폭발적으로 반응해야 했다.

결은 같지만 전혀 다른 종목의 운동.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두 개를 동시에 준비한다는 건 사실 말이 안되는 일에 가까웠다고 생각 중이다.)


피로가 많이 쌓였다.

그리고 하이록스 레이스에서 필요한 힘을 기르기 위해 무게를 다루는 운동도 함께 하다 보니

체중은 어느새 지난 5월과 비교했을 때 보다 4kg이 늘어나 있었다.

2025년 5월 하이록스 인천 / 2025년 10월 춘천마라톤


그래도 나는 이 둘을 병행하면 마라톤 풀코스와 하이록스 모두 성공적으로 완주함과 더불어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춘천에서 나는 무너졌다.

28km 지점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다리의 피로도와 체력은 예상보다 일찍 떨어졌고,

뛸 때 몸이 전보다 무겁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내가 여태껏 뛰어서 완주해본 네 번의 풀코스 마라톤 대회중 가장 지옥 같았다.

몸도 마음도 버텨주지 않았다. 결국 목표 기록에도 못 미쳤고, 간신히 4시간 안에 완주 했다.



무엇보다 무너진 건 ‘그래도 나는 잘 해내고 있다. 다 잘할 수 있다’는 나만의 자신감이었다.

결국 오만했다.


그 이후, 회복은 쉽지 않았다.

풀코스를 몇 번 뛰어봤지만 이렇게까지 몸이 회복되지 않는 건 처음이었다.

멘탈도 흔들렸다.
하이록스 서울대회를 불과 3일 앞둔 날까지도 컨디션은 예전 같지 않았다.


어떻게든 회복하려 잘 쉬려 했지만, 또 2주 전처럼, 5월처럼 또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감이 엄습했다.

감각은 잃지 않기 위해 마라톤이 끝나고 난 후 운동을 지속했다.

진짜 이번에 이것 마저 내가 해내지 못한다면 정말 내 자신에게 더 화가 날 것 같았다.


Chapter 3. 30초전


댕~


AC/DC의 ‘Hells Bells’가 갑자기 끊기고, 출발 터널의 조명이 순식간에 어두졌다가 하이라이트 조명만 켜졌다.

그리고 종소리와 함께 들려온 건,

Woodkid - Run boy Run 의 도입 부분

이건 출발 30초 전, 곧 레이스가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출발 터널 안.

사람들은 서로에게 짧게 "화이팅!"을 외쳤다.

긴장과 기대, 그리고 아드레날린이 충만한 그 순간.


"준비됐죠?" 내가 파트너에게 말을 건냈다.

"아 화이팅! 해봅시다!" 파트너가 내 말에 힘찬 어조로 화답해주었고 우리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손을 꽉 잡았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마지막 전의를 다졌다.


곧 음악도 끝났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10, 9, 8, 7, 6, 5, 4, 3, 2, 1


출발 터널 안. 이 시간 만큼 또 짜릿하고 설레는 순간은 없다.

출발 신호가 떨어졌고 다들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갔다.

우리는 조금의 병목을 피하기 위해 맨 뒤에서 어느정도 인원이 빠져나간 뒤 출발 했다.



2025년 하이록스 서울 대회 출발.

진짜 시작이었다. 지난 5월 부터 6개월을 기다려왔다.


이제 8번의 1KM 러닝, 8개의 스테이션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해내기 위해서.

이번에는 정말, 그때와 다르길 바랐다.


Ep.1 끝,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