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by Woowa

지난 가을 끝자락을 붙들고 나선 산책.

죽어 누워있는 마른 풀들 사이에서 싱그러운 초록잎이 도드라져보였다.


'오, 세잎클로버?'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자세히보니 모양이 조금 다르다.

아무래도 그냥 이름모를 풀?

속았다.


그리고 속은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이름을 알아보려고 검색엔진에게 물어봤지만,

검색결과는 역시 세잎클로버.

이쯤되자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음, 모양이 다르긴 하지만 혹시 진짜 세잎클로버인 거 아니야?'


그래, 나는 귀가 얇다.


하지만 의심도 많다.

해서 세 잎 중에 두 잎만 사진 찍어서 다시 물어봤다.

그러자 어떤 대답을 했을까???

천편일률로 제시하던 답정너, 세잎클로버가 사라졌다.


"아니, AI에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는 것일까?"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내 의심도 이 지점부터 시작됐으니까.


"음, 하지만 너넨 인간이 아니잖아. 그런 거 갖고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무슨 개인맞춤형 광고도 아니고."


자, 간만에 뇌피셜 한번 가동해보자.

만약 내가 검색엔진이라면......?


일반적인 검색엔진은 오로지 입력값에 의존해서 답을 도출해야한다.

하지만 입력값은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결과값을 제시해야 하는 검색엔진은 무수한 정보 속에서 어떻게 답을 선택할까?


어찌됐든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그런데말이다.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결과값이 있다.

가령 잎이 석 장, 식물 = 클로버 같은.


다시 말해 주어진 특정 정보에 대해 가장 많은 횟수로 동일한 답을 도출한 경우,

편향된 답을 제시하게 되어 있다면?


일단 주어진 입력값에서 키포인트를 '선택'하고,

근사치값을 만들면서

근사치를 벗어나는 결과값을 하나 하나 '제외'하면서 답을 찾기 시작한다면?

즉 인간의 언어로 이미 고정관념이 내재돼있는 ai라면?


뭐.


"어허, 그쪽 범위는 보통값이 아니야. 이미 우리가 정한 바운더리를 벗어났어. 그니까 답에서 제외."


음 그야말로 꼰대 ai 탄생?



뇌피셜은 이쯤에서 접고.

나는 이쪽 분야에 문외한이다.

그래서 잼미니에게 물어봤다.


[네, 검색 엔진 크롤링 과정에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개입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검색 엔진이 세잎을 보면 세잎클로버로 자동 인식하는 것은 크롤링 및 색인 생성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의 한 예시입니다

검색 엔진은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분석하고, 관련 키워드를 추출합니다. 이때 학습 데이터에 세잎클로버 이미지가 많다면, 다른 종류의 세잎 식물을 세잎클로버로 잘못 인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름을 알아내진 못했다.

그래서 이름모를 이 잎을 기억 속에 '세잎클로버'로 저장했다.


꼭 정답을 알 필요는 없잖아.

내 눈이 그리 보고, 그렇게 받아들였음 그걸로 된거다.

어쩌면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보고 싶었던 걸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니까.

입밖으로 꺼내지 않은 질문에 온 우주가 신호로 대답하는 기분이랄까.

아주 사소하지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온우주가 나에게만 속삭이는 선물같은 작은 메시지.


살다보면 때때로 종종 그런 신호를 은연중에 기다리게 된다.

왜냐면.....


내 카톡 프로필은 정말로 아주 오랫동안, 카톡을 사용한 이래 거의, 그리고 지금도 'BcD'다.

"Birth와 Death 사이에 Choice가 있다"


사르트르의 이 말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서, 혹은 자유하게 하기 위해서다




삶과 죽음 사이에 선택이 있다



나는 이 문장의 여백에서


'선택하지 않을 자유'


를 본다.

누군가는 어이없게도 '포기'라는 색깔 프레임을 덧씌우기도 하고

누군가는 대다수 혹은 보통 혹은 일반으로 정형화하기도 하지만


그러든가말든가. 내 알바 아니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는 사절.


나는 다만 이 망할 C 스트레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을 뿐이라.

그래서 나는 대문자 BCD가 아닌 소문자 c를 '선택'한다.



혹여 세잎클로버가 아니더라도

세잎클로버로 기억하면서.

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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